금낭화 그냥 보기만 할 수 없을까.

우리 집 담장을 주변으로 피어난 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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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의 봄은 다른 야지
보다는 한참 늦어서 이제 피는 꽃도 있다.
매화꽃은 벌써 지고, 열매가 나오는데 꽃만 피우는 겹홍매화는 지금

피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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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단화 라고만 알고 있었던, 겹황매화도 이제 막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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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
애착이 가는 것은 금낭화다.
꽃이 피기 전에는 주머니를 닫아놓은 것처럼 생겼고, 피면 열어놓은 주머니가 된다. 우리 식구는
삐삐머리처럼 보인다고 한다. 생명력이 강해서 한 포기만 심어놔도, 몇 년 안 가서 주변이 전부 금낭화 밭이 되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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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화(錦囊花) 한자로는 이렇게 쓴다고 나오고 ‘비단주머니’라는 이름이다. 귀하고 소중한 것을 보관하던 주머니를 금낭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꽃이 피는 시기는 내내 행복하다.
금낭화 씨를 얻어다 심어 놓고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다른
집에는 울타리, 돌담 사이에도 금낭화가 피었는데 우리 집만 없어서, 옆집 삼촌한테 씨를 얻어 심었는데,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금낭화만 보면 그때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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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에 옆집 삼촌을 도와서 금낭화 모종을 만들고,
마을 곳곳에 금낭화를 심어 마을을 온통 금낭화 밭으로 만든 적이 있었다. 몇 년은 예쁘게 잘 자랐는데, 언제부턴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개집 근처, 마당 안, 담벼락 사이에만 금낭화가 남아 있다.

등산로 폐쇄나, 마을 입구에 차단기
설치해서 배낭검사, 차량검사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다.

지천으로 널렸던 제비꽃, 마음속까지 향기롭게
만들던 들국화, 한발 크기로 자라던 감자란, 이런 것들은 우리 마을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포함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볼 줄 알고,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본 생각이다. 이것만큼은 지키고 살고 싶은, 마지막 남은
마음의 찌꺼기다.

꿀벌 이야기 9 – 여왕벌 교미, 수벌의 죽음

수벌은 여왕벌과 교미 후 생식기가 떨어지게 된다고 했는데, 이 부분에 대한 새로운 자료를 보게 되어서 소개한다. 그동안 결혼비행은 수차례 목격을 했지만 빠른 속도로 비행하면서 이루어지는 일이라 추측만 가능했다.

[수벌의 생식기가 떨어지게 되는 것에 대한 추측]

1. 여왕벌의 비행속도
수벌은 교미와 동시에 탈진하게 된다.
여왕벌의 등에 붙어서 여왕벌과 같은 속도로 비행하다가, 교미가 시작되면 날갯짓조차 멈추고 여왕벌에게 붙어 있게 되는데, 교미가 완료됨과 동시에 탈진해서 여왕벌 등에서 떨어진다. 이때 여왕벌의 비행속도 때문에 뒤로 젖혀져 수벌의 생식기가 자동으로 떨어지게 된다.

2. 다른 수벌들의 방해
여왕벌과 교미 중에 다른 수벌들의 방해가 계속된다. 이때, 이미 탈진한 수벌이 여왕벌의 등에서 떨어지게 되고, 다른 수벌들의 방해에 의해서 생식기가 떨어진다.

3. 수벌, 여왕벌의 복부압력
수벌이 정자를 여왕벌에게 전달할 때 배에서 발생하는  압력으로 생식기가 나오게 되고, 여왕벌 역시 배 근육을 수축시킴으로써 교미가
이루어지게 되는데, 이때 끊어지는 게 아닌가 한다. (교미를 끝낸 수벌은 간혹 펑 소리를 내면서 터져 버리기도 한다고 한다.)

수벌의 생식기는 몇 단계로 굴절되어 접혀 있다.
굴절된 모양은 주먹을 쥐었을 때 손가락이 접혀지는 것처럼, 마디마디로 굴절되어 있는데, 접혔다 폈다 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지만, 뒤로 젖혀지면 바로 끊어지게 된다. 굴절 마디에 정액 주머니가 달렸는데, 이것을 여왕벌이 받아들이려면 배 근육을 수축시켜야 한다.

[수벌 생식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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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http://beegroup.de/ ,  원본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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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벌의 정자주머니
[사진출처 :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위르겐 타우츠]

[여왕벌의 교미 횟수]

여왕벌은 단 한 마리의 수벌과 교미하는 것을 정설로 알고 있었고, 대부분 연구자료에서도 평생 한 마리의 수벌과 교미를 한다고 나와 있었는데, 최근 연구되어 나오는 자료는 한 번의 결혼 비행에서 수벌 여러 마리와 교미를 한다고도 하고, 여러 번의 결혼비행에서 수차례 교미를 한다고도 하는데, 한 번의 결혼비행에서 여러 마리와 교미를 한다에 더 공감하며 인정하고 싶다.

관찰 결과로는 여왕벌은 분봉 시, 분봉 후 1주일 이내에 결혼비행을 하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분봉 후 1주일 이내에 집중관찰하면 볼 수 있는데, 이는 여왕벌의 성호르몬 작용이 1주일이 지나면 감소해서 교미를 못한다고 한다.) 물론 여러 번 결혼비행을 한 것을 못 본 것일 수도 있지만, 주변 환경이나, 여건상 그렇게 많이 집을 비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여왕벌의 외출은 목적이 무엇이건 간에 집단으로서는 비상사태다,
꿀벌들은 꽃꿀을 채집하러 나가는 것도 잠시 멈춘 상태에서 여왕벌이 돌아올 때까지, 집주변을 경계한다고 한다. 그리고 처녀여왕벌이라 벌통 안에는 여왕벌이 잘못되었을 때 대체할 유충이 없다.

여왕벌과 교미 후 수벌의 생식기는 여왕벌의 생식기에 붙어 있게 되는데, 여러 마리와 어떻게 교미를 할 수 있나 궁금했는데, 수벌들이 물어서 빼낸다고 한다. 여왕벌에 남아 있는 수벌 생식기의 냄새, 시각적 특성은 수벌들이 예민하게 감지하는 자외선 영역의 햇빛을 반사해서, 수벌들을 더 많이 모으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마지막 교미가 성공하고 나면 바로 집으로 돌아오게 되는데, 수벌의 생식기를 달고서 집으로 돌아오는 이유는, 교미가 성공했다는 것을 집단에 알리는 효과도 있어서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도 사용한다고 한다. 마지막 교미의 흔적은 꿀벌들이 빼내 준다고 한다.

결혼 비행시간은 몇 분에서 길게는 한 시간을 넘기도 한다고 한다.

[여왕벌과 교미를 위해 간택된 수벌]

여왕벌과 교미할 수벌을 선택하는 일은 꿀벌들이 한다고 한다.
여왕벌이 결혼비행을 나서면 경험이 많은 꿀벌들이 호위하게 되는데, 꿀벌들보다 비행 경험이 적은 여왕벌이 교미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잃어 버릴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수벌을 간택하는 것도 호위하는 꿀벌들이 한다고 한다. 허락 없이 다가온 수벌을 무차별하게 공격하는 장면이 관찰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여왕벌의 결혼비행에도 근위부대의 철저한 보호가 이루어진다.

실제 목격한 장면은 여왕벌 주변에 수벌들이 모여 있고, 그 바깥쪽으로 꿀벌들이 보호하는 형태로 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근위부대로 나선 꿀벌 중 일부는 교란비행을 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보지 못하면 결혼비행인 줄 모른다.
이런 행동은 천적들로부터 여왕벌을 보호하려는 행동이 아닌가 한다.

여왕벌의 교미 장면은 보기도 어렵지만, 이럴 것이라는 추측만 할 뿐이었는데, 다행히 교미장면을 촬영한 자료가 있어서 소개한다.

[ 여왕벌 교미장면 바로 가기 ]

3분 50초부터 교미 장면이 나오는데, 교미와 동시에 수벌의 생식기가 떨어지는 장면이 나온다. 교미와 동시에 수벌의 날갯짓이 멈춰지고, 다른 수벌의 방해가 심한 것을 볼 수 있다. 여왕벌이 알을 낳는 장면과 꿀벌의 배에서 밀랍이 만들어지는 장면도 볼 수 있다. 비디오의 총 분량은 14분 정도 된다. 전부를 번역하고 소개하고 싶지만 배움이 짧아서 그리 못하는 것이 아쉽다.

덧붙여 꿀벌의 세계에 대한 책을 한 권 소개한다.

제 목 :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저자 : 위르겐 타우츠 / 독일
원제 : Phanomen Hohigbiene
번역 : 유영미
감수 : 최재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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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꿀벌의 짝짓기’ 편에 자세한 내용을 화보와 함께 소개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꿀벌이 포유동물이라는 주장으로 시작한다. 334page의 분량이지만, 꿀벌의 사진으로 설명되어 있어서 초등학생들도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로 쉽지만, 전문정보 이기도하다.

이 책을 며칠 전에 구매했다.
여왕벌교미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새로운 자료를 알게 되어서, 이 책을 구매했다. 좀 더 일찍 이런 책이 나와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무지한 촌놈의 알음알이가 들통나지 않았을 텐데, 지금이라도 관찰결과와 전문 연구자료와의 비교를 통해서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되어서 기쁘다.

시간이 되는대로 공부하고 관찰해서, 이미 올린 꿀벌이야기 중 관찰결과와 다른 부분을 교정해서 새로운 자료를 올릴까 한다.

꿀벌의 세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체계적으로 움직여서 집단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로 살아가는 신비로운 집단이다.

[참고자료/출처: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 위르겐 타우츠, www.beegroup.de /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 www.iwf.de / 여왕벌의 일상]

감자순이 올라온다.

감자를 심은 지 보름 정도 지났는데, 감자순이 올라오고 있다. 오늘 밤 비가 온다는데, 비 오고 나면 쑥 올라 올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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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하게 중앙을 뚫고 나왔다.

생명의 힘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겨울을 나고 찌그러져 있던 감자가, 땅속에서 다시 생명의 몸짓을 해 내는 것이다. 태양을 쫓아서 위로 올라오다 보면, 대부분 정상적으로 밖으로 나온다. 간혹, 정신 못 차리고 방향을 못 잡아서, 비닐 옆으로 자라는 놈들이 있는데, 바로 잡아 주지 않으면, 볕에 타서 녹아 버린다.

[감자순 고르기]

새순이 어느 정도 올라오고는 키울 것 솎아내 버릴 것을 구분해서 하나나 둘 정도만 키워야 된다. 순이 올라오는 대로 다 키우면, 순만 키워서 감자는 잘게 되고 순만 무성하게 자라다 만다. 감자는 순만 키워서는 쓸모가 없다. 고구마라면 순이라도 먹지만.,

일찍 올라온 순 중에 강하게 크는 놈을 남겨두고 부실하거나 불필요하다 싶은 순들은  정리를 해줘야 뿌리를 일찍 내리고 알도 크게 된다.

[감자꽃 자르기]

감자는 특별히 관리를 할 일은 없어서, 비닐 틈새로 나오는 풀만 잘 제거해 주면 잘 자라는데, 꽃대가 나오거나, 꽃이 필 무렵 꽃을 잘라 준다. 꽃이 피게 되면 알을 못 키워서 감자가 잘고 맛이 없다. 과학적으로 연구된 결과가 있는지 모르지만, 오랜 옛날부터 경험으로 해 오던 일이다.

감자는 흰색, 연보라빛의 꽃을 피우고 익지 않은 방울토마토처럼 생긴 녹색 열매가 달리는데, 크기는 보통 메주 담는 콩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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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밀어올려서 땅이 갈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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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닐이 날아가지 않게 더 덮어준 흙을 밀어올리고 얼굴을 빠끔히 내민다.

지금 같은 상태에서부터 순이 다 올라올 때까지,
순이 올라오는 모양들을 보고서 비닐 밖으로 나오도록 해 줘야 된다. 그냥 두면 그동안 내린 비로, 덮은 흙이 딱딱해져서 못 밀어올리고, 약한 부분을 찾아서 옆으로 머리를 돌리다가 비닐 속으로 들어가버린다.

순이 다 올라오고 나서 순 고르기를 하는 것이 좋다.

오미자밭 관리 – 꽃이 피기 전

오미자밭을 집중 관리를 하는 시기다.
오미자는 잎이 나기 전, 꽃이 피기 전, 꽃이 지고 나서 열매가 나올 무렵에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그다음은 크게 신경 쓸 일이 없다. 그때그때 오미자 상태를 점검해서 상황에 맞는 대응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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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25~6도를 넘나드는 날씨에, 지난번 냉해를 입었던 것들은 말라 버리고 새로운 순들이 나서 자란다. 다행히 늦게 순이 나는 것들은 정상적으로 꽃망울을 달고 나오고 있다.

지금 꽃망울이 일부 나오는 시기에, 초피(제피)나무잎을 숙성시킨 효소를 한번 뿌려 준다. 이 시기에는 순이 여려서 농도를 짙게 하면 순이 타버릴 수도 있어서, 순이 다 자랐을 때보다는 약하게 뿌려야 한다.

이후의 시기에는 목초액, 황토, 초피나무잎을 숙성시킨 효소 등을 뿌려 주면서 관리하면 된다. 목초액도 집에서 만들거나 나무 보일러에서 나온 것을 모아서 사용하면 안된다. 유기농 농약(미생물)을 파는 곳에서, 나오는 목초액을 사용해야 된다. 이런 곳에서 나오는 목초액은 정제, 살균처리 되어서 나오기 때문에, 목초액으로 인한 피해는 없는데, 집에서 만든 목초액은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오미자에 피해를 입힐 수 있다.

집에서 만들었다는 목초액을 오미자에 직접 사용해 보진 않았지만, 고추에 뿌렸다가 고추 다 태워 먹었다. 농도가 짙어서인지 모르지만, 그 후론 집에서 만들었다는 목초액은 사용 안 한다.

오미자도 천적재배가 가능할까 싶어서 여기저기 문의를 해봤는데, 아직 오미자는 천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이상하게 오미자에 달라붙는 것들이 많이 생겼다. 농약만큼은 안된다는 게 우리 집의 기본이라서, 아직은 아버님 방식 그대로를 고수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 대응 방식이 달라질지는 모르겠다.

지금부터 계속되는 초여름 날씨는 갑자기 건조해지는 시기라서, 흰가루가 발생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미리미리 대비를 하는 것이 좋다. 오미자는 흰가루하고의 전쟁에서 이기면 다른 것은 무서울 게 없다. 이제 막 송알송알 돋아나는 예쁜 놈들을 흰가루의 먹이가 되도록 그냥 둘 수는 없다.

지난번 냉해를 입은 후유증으로 오미자 꽃피는 시기가 조금 늦어져서, 1주일 이내에 오미자 꽃이 필 것 같다. 하얀 꽃이 피는데, 멀리서 느껴지는 향기는 머릿속을 시원하게 한다.

우리 오미자는 야생에서 옮겨 온 거라서, 순이 나고 꽃이 피는 시기가 각기 다르다, 길게는 열흘 정도 차이가 나는데, 수확할 때까지 계속된다. 처음 자랐던 곳의 환경 탓인 것 같은데, 옮겨 온 지 오래되었지만 그 차이는 계속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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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일손이 부족한 우리는 차이가 나는 것이 좋다. 오미자가 충분히 익었을 때 수확을 하다 보니, 안 그래도 일부를 포기하고 말랐을 때 따는 일도 있는데, 시간 차가 나는 것이 도움된다.

올해는 직접 와서 따가는 방법을 연구해 보고 있다.
와서 필요한 만큼 직접 따가면 충분히 익었을 때 가져갈 수 있고, 일손부족으로 수확 못 하는 일도 없고 해서 좋을 것 같은데, 머리가 나쁘다 보니 어떻게 해야 할지, 아직 방법이 안 보이지만 지금부터 신경 써서 찾아보면 방법이 나올 것이다.

큰 도시에서 한 시간 거리다 보니, 그리 나쁜 조건은 아닌데, 개량종 토실토실한 오미자에 익숙해져서, 작고 볼품없는 우리 오미자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어쩌면 이것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점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오미자 꽃망울

때아닌 눈이 오고 영하로 떨어진 날씨 속에 오미자 꽃망울이 얼어서 삶겨진 것처럼 보인다. 구름이 낀 날씨라 볕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서 그나마 색을 유지하지만, 날씨가 좋아지면 다 말라 들어갈 것이다.

작년에 불필요한 순을 많이 잘라내서, 올해는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날씨마저 한몫한다.

그래도 새순인지라 예쁜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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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어서 삶겨진 것처럼 색바래져 가고 있다.

햇볕을 많이 받은 쪽은 빛바래져 가고, 꽃망울이 검게 타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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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 새순이 뾰족이 나왔던 것이 이만큼 자랐는데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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뾰족이 나온 새순 - 2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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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찍어 온 사진

볕이 나면 다 타들어 갈 것이지만, 아쉬움에 사진으로 남겨 본다.

오미자 꽃망울이 얼었다.

날씨가 이상하다.
종일 눈이 내리더니 밤이 되어서는 쌓이기 시작한다.
이제 막 오미자 꽃망울이 나오고 있는데, 눈에 덮여 얼어 있다. 한낮에도 영하 2도까지 떨어졌다. 내일, 모레 새벽에는 영하 4~5도까지 떨어진다는 예보가 있는데, 올해 오미자 농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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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전 새순이 나온 모습

꽃이 필 무렵의 날씨가 중요한데 냉해를 입었다.
오늘 하루였다면 기대를 해보는데, 연속 3일을 영하로 떨어지면 연약한 새순이 얼어 버려서 꽃을 못 피운다.

우리 식구는 비상이다. 각자 다른 일이 있지만 그래도 오미자, 머루는 우리 식구의 큰 수입원이다. 몇 년 전에도 꽃이 필 무렵 냉해를 입어서, 오미자 농사를 망친 적이 있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날씨가 안 도와준다. 우리 마을은 열매를 맺을 수 있는 종류는 이제 꽃망울이 터지는데, 꽃이 채 피지도 못하고 다 떨어졌다.

이런 상태라면, 꿀벌도 비상이다. 유충벌(새끼)을 어느 정도 키운 상태인데, 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벌통 안 온도를 30도 이상 유지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충벌들이 다 얼어 죽는다.

아무리 보온을 해준다고 해도 힘들다. 영하로 떨어진 밤 동안 벌들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몸의 온도를 높이게 되면, 정상적인 꿀벌들도 수명이 단축되거나 죽는다. 겨울을 힘들게 나고, 마지막 남은 정성으로 유충벌을 키우는 꿀벌들인데, 갑자기 변한 기상조건에 대처할 능력이 남아 있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유충도, 꿀벌도 모두 죽는다고 봐야 된다.

지난번 눈이 왔을 때는 한낮 기온이 정상으로 회복되어서, 냉해를 많이 입지 않았고, 그때는 산나물, 약초들이라 새순이 옆에서 바로 돋아났지만, 오미자는 옆에서 날 순이 없다. 새순이 나면서 그곳에 꽃망울이 맺히는데, 그 새순이 얼어 버려서 꽃을 못 피운다. 오미자도 다른 새순이 나오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는 성장을 위한 순이라서, 이것으로 올해 농사는 끝이다.

오랜 객지생활에서 의지마저 상실한체 돌아온 산골에서, 조금씩 자신감을 가져가고 있었는데, 어찌할 수 없는 날씨의 변화가 마음을 힘들게 한다.

제발 일기예보가 틀리길.,
그동안 결정적일 때 못 맞춘 이력이 있으니 이번에도 틀리길 바란다.
밤부터는 정상 기온으로 돌아오길, 온 마음으로 기도한다.

꿀벌 이야기 8 – 유충벌 키우기, 분봉준비, 분봉

꿀벌이 유충벌(새끼)을 많이(수백~수천) 키운다는 것을 확인하는 방법은, 벌통 안을 확인 하는 방법이 가장 확실하지만, 온도
조절에 실패할 수 있기 때문에, 벌통 안을 직접 확인하는 것은 피하는 게 좋다.

벌통 안을 직접 보는 방법 말고는,
물을 나르는 것을 보면 안다.
평소와 다르게 유충벌을 많이 키울 때는 물을 실어 나르는 양/횟수가  잦다. 그러다 보면
샘이나,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을 자주 찾게 되는데, 사람의 눈에 띌 정도로 벌이 물을 실어 나르게 되면 유충벌을 키우고 있다는
증거다.

물이 필요한 것은, 온도와 습도유지를 위한 수단이다.

이 외에도 수채나, 화장실 등 냄새 나는
것에도 관심을 두게 되는데, 이것은 벌꿀을 숙성시킬 때도 그렇지만 유충벌 키우는 시기에도 많이 다녀간다. 어떤 성분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경험으로 이런 행동들이 보이는 시기의 벌통 안은 유충벌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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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집 안에 유충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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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벌레 기간이 끝나면 입구를 닫는다.

1~2주 정도 뒤에 유충벌의
벌집 뚜껑이 열리게 되고, 밀랍의 찌꺼기가 벌집 주변에 흩어져 나오고 하면 이미 상당수의 새끼 벌들이 탄생했다는 증거다. 이후
며칠 뒤부터는 오전 11시30분 ~ 오후 1시 사이에 관찰하면, 새끼 벌들이 점심놀이를 하게 된다.

[점심놀이
를 하는 이유
]
태양을 위치를 보고 집의 위치와 출구의 모양 등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 시간대의 태양 위치를 기준좌표로 삼는
것이 아닐까 한다. 점심놀이에 참가하는 벌은, 주로 어린 새끼 벌들인데, 태어나서 바로 나오는 벌부터 해서 20일 정도 된
벌들이다.

집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하기 위한 행동으로 보이며, 어린 새끼 벌들은 집 출입구 근처에서 윙윙거리며
놀지만, 이제 곧 꽃꿀을 채집하러 나가야 하는 벌들은 제법 멀리 까지 날아 갔다 온다.

점심놀이의 또 다른 이유는
벌들은 벌집 안에서 배설을 안 한다.
일을 나가는 벌들은 밖에서 해결하지만, 벌통 안에서 일하는 벌들은 이 시간대에 나와서,
용변을 보기도 한다.

점심놀이에 참가하는 벌은, 태어난 지 20일 정도까지의 꿀벌, 수벌인데 수벌은 점심놀이 시간
(11:30 ~ 13시) 이후에도 오후 내내 벌통 안을 들락거리면서 힘을 기른다. 집 주변을 멀리 까지 날아 갔다 오기도 하고,
하늘 높이 솟아오르기도 한다.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는, 여왕벌과의 교미를 위한 준비운동으로 보인다.

[분봉
준비
]
이런 현상들이 보이고 나면, 2주 이내에 점심놀이 시간에 수벌들이 보이게 된다. 수벌들이 보인다고 전부 여왕벌을
키우지는 않는다. 여왕벌을 키울 의사가 없는 벌통에서도, 이 시기에는 수벌을 키운다. 이는 여왕벌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서
여왕벌을 키워야 할 때를 대비해서 꿀벌을 키울 때 수벌도 같이 키우게 되는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알에서
부화가 된 뒤부터 3일까지는 모든 벌에게 로열젤리를 먹이지만, 이후부터는 꿀벌과 여왕벌의 먹이가 달라져서, 여왕벌이 불시게 죽게
되면, 키우던 유충 중 3일이 넘지 않은 유충을 여왕으로 키우게 되는데, 다행히 3일이 넘지 않은 유충이 있을 때는 문제가 안
되지만 없다면 그 벌통은 소멸한다.

수시로 벌의 상태를 확인해서, 여왕벌이 없어진 것을 바로 알아차리고, 다른
벌통에서 여왕벌로 키우고 있던 유충을 때어내서 붙여 줘서, 여왕벌로 키우도록 유도하지 않으면 역시 그 벌통은 소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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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왕벌이 사라진 벌통에, 다른 벌통에서 키우는 여왕벌집을 때어내서 이식해 준다.

정상적으로 분봉이 이루어지는 벌통은, 수벌이 보이기 시작할 때 벌통 안을 확인해 보면, 여왕벌 집(왕대)을 달아 놓은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역시 벌통을 뒤집어서 본다거나, 벌을 한쪽으로 모으기 위해서 연기를 피워 벌통 안을 확인하는 방법은 벌통 안의 온도를
떨어지게 해서 좋지 않다.

손거울로 비춰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여왕벌 집은 꿀벌 집과 다르게
수직으로 벌집 끝에다 달기 때문에 손거울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여왕벌 집이 달린 것을 확인했다면, 상태에 따라서 첫 분봉이 될
시기를 가늠할 수 있는데, 짙은 갈색으로 변한 뚜껑이 닫혀 있다면, 1주일 이내에 분봉이 이루어진다.

꿀벌은
분봉해도 원통(분봉하기 전 살던 집)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다.
주변에서 가까운 나뭇가지에 자리를 잡는데, 주로 잎이 넓은
나무를 선호하고, 특히 굴참나무를 좋아한다. 이런 성질을 이용해서 분봉 때 자리 잡는 것을 유도할 수 있다. 벌이 붙을 것으로
예상하거나, 관리하기 편한 장소에 반 칸 높이로 벌통을 잘라 굴참나무 껍질로 뚜껑을 만들어서, 나뭇가지에 붙여 두게 되면,
대부분은 그곳에 자리를 잡는다.
이 방법은 ‘김대립의 토종벌3대’ 김대립님이 연구한 방법인데 효과 만점이다.


런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높은 나뭇가지에 붙었을 때는 난감하다. 벌을 담을 벌통을 가지고 올라가고, 내려오고 하다가 벌이 다시
날아버리는 일도 있는데, 작은 벌통을 매달아 놓으면 나무에 올라가지 않아도 되고, 벌통을 놓을 자리에 옮기기도 쉬워서 이 방법은
적극 추천 방법이다.

[분봉할 때 꿀벌의 구성]
분봉을 하는 여왕벌은 선대 여왕벌(기존에 벌통을 지배하던
여왕벌)이 군사를 이끌고 분봉을 한다. 이는 후대 여왕벌이 벌통과 주변 환경에 적응하도록 배려해주는 것이 아닌가 한다.

2
차, 3차 분봉에서도 먼저 나온 여왕벌이 분봉한다.
갓 태어난 여왕벌이 분봉하는 경우는 없다.

분봉을 하는
꿀벌의 구성은, 갓 태어난 꿀벌부터, 일을 나갔다가 방금 돌아온 꿀벌, 나이가 많이 들어 잘 날지도 못하는 꿀벌, 수벌 등 기존
벌통의 구성에서 비슷한 비율로 나누게 된다.

한참 일을 할 시기의 꿀벌이 많이 나가게 되면, 분봉한 벌에서 다시
분봉을 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럴 때는 벌꿀을 채집하지 못한다. 겨우살이 양식도 겨우 준비하게 된다.

분봉을
결정하고, 집을 떠날 식구들이 정해지면, 1주일 정도의 식량을 가지고 나온다는, 어른들의 말이 있다. 새로 옮겨간 곳에 집을
짓고, 주변환경을 익히는 동안의 먹을 양식이라고 한다.

분봉한 꿀벌들은 3일째 되는 날부터 정상활동을 한다.

동안은 내부정리와 집 위치 파악, 정찰 꿀벌의 지형 숙지 등의 일만 하고, 3일째부터는 꿀벌들이 외부활동을 시작한다.

[분봉에 걸리는 시간]
1차 분봉은 30분 이내에 완료된다.
여왕벌이 분봉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재빨리 군사를 이끌고
나가 버린다. 시간을 끌수록 원통으로 들어가는 군사들이 발생한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2차, 3차의 경우는 30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걸리기도 한다. 여왕벌이 경험이 없어서, 군사를 이끄는 방법을 몰라서기도 하지만, 나이 든 꿀벌들이 많지
않으면 전체를 통솔하는데 시간이 걸린다. 여왕벌이 몇 번을 드나들면서, 꿀벌들을 하나하나 건드리고, 페로몬을 바르면서 자기 군사로
임명하니까 나가자고 조르게 된다.

이렇게 몇 차례 들락날락 거리면서 꿀벌들을 몰아내게 되는데, 이렇게 몰아냈다
하더라도, 2, 3차에 나오게 되는 꿀벌들은 대부분 한 달 내 탄생한 벌들이라서, 벌통을 나온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여왕벌의 성화에 나왔다가도 다시 벌통 안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이렇게 여왕벌과 꿀벌들 간의 실랑이가 1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꿀벌들이 말을 잘 듣는다고 하더라도, 갓 태어난 꿀벌이 많은 경우는 분봉에 시간이 오래 걸린다. 날지도 못하고 날듯 뛰듯 하는
꿀벌들을 데리고 나가다 보니, 주변 가까운 나뭇가지에 무리지어 있다가 여왕벌이 어디에 안착했다는,
신호를 받고서 그곳으로
모이게 되는데, 다행히 같은 나무라면 기어서라도 올라가는데, 멀리 떨어진 나무라면, 날개가 마르고 날갯짓하는 힘을 기를 때까지는,
나뭇가지에 붙어 있게 된다. 이러다 보면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분봉하는 시간 / 징후]
5월은
자연 분봉을 할 시기다. 이른봄 벌통의 온도를 맞춰주었다면, 5월 중에 분봉이 완료된다. 지금부터는 관심을 두고 관찰해야 된다. 첫
분봉은 오전 10시에서 12시 사이에 분봉하고, 2,3차의 경우는 오전 8시 ~ 오후 4시 사이에 일어난다.


시간은 보통의 경우이고, 기상의 변화가 있을 때는 그날 중 가장 화창한 시간에 분봉을 하기 때문에, 오전 8시에 분봉을 할 때도
있고 오후 4시쯤 나오기도 한다.

분봉을 예상할 수 있는 징후가 있는데, 수벌은 오전에는 잘 안 나온다,
보통은
점심놀이 때부터 나오는데, 오전에 이른 시간(11시 이전)에 수벌이 보인다면, 그 벌통을 관심 있게 봐야 한다. 대부분은 수벌이
나오고 나서 얼마 안 있어 분봉이 시작된다. (이 징후는 보편적으로 검증된 방법은 아니지만, 관찰결과로 수벌이 오전에 나왔을 때
대부분 분봉을 했다.)

분봉 완료된 벌통에서는 수벌이 오전에 나오기도 하는데, 쫓겨난 것이기 때문에 신경 안 써도
된다.

지금까지의 이야기는 자연 분봉에 대한 이야기다.
인공 분봉은 꿀벌의 습성을 이용한 방법이기 때문에
이런 것을 관찰하거나 볼 방법이 없다. 하지만, 인공 분봉은 무작정 종일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줄여주고, 분봉 때 멀리 도망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서 인공 분봉 방법이 좋다.

집에서 취미로 토종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대량으로 키워서 상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김대립의 토종벌3대’ 김대립님의 홈페이지를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좋은 정보와 품질 좋은 토종 벌꿀을 만드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사진 출처 : 김대립의 토종벌3대, http://www.ctcg.co.kr]

이웃 블로거 분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

며칠 오미자 밭에 잡혀 있느라 쉴 틈이 없다가, 오늘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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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꽃이 제법 많이 피었다. 어디 숨어 있었는지, 존재감마저 없던 것들이 봄이면 살아 있음을 알려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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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엔 느낄 수 없었던 작고 예쁜 생명의 신비로움이 새삼 느껴지는 봄이다.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 주변에 관심을 두고 보게 되고, 평소엔 그냥 지나쳐서 느낄 수 없었던 것들이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할 수 없음을 알게 된 시기다.

소심해서 사람이 많은 장소를 잘 못 가고, 먼저 말을 건네는 건 더욱 못하던 성격이었는데, 조금씩 변화해 가는 것을 느낀다. 먼저 말을 걸고, 이웃을 찾아다니면서 이분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내용으로 블로그를 만들어 가는가를 느끼면서,  공감하는 부분에서는 댓글도 달게 된다.

몇 달 전만 해도 생각도 못했던 일이다. 흐르는 시간만큼 변해가는 모습을 느끼면서, 산골생활에 조금씩 정을 붙여 가고 있다. 사는 것이 별것 아닌데 왜 그렇게 힘들게 살아왔는지 모르겠다.

잘해야 되고, 남들보다는 한발 먼저 가야 된다는 강박관념에, 하루도 쉴 틈 없이 나를 죄고 억누르면서 살았던 시간., 그 시간 속에서 숨 쉴 틈이 보이지 않았던 그 순간들이 이젠 희미하게 멀어진다.

산골생활이 그리 녹록하지만은 않지만, 마음에 여유가 생겨나기 시작하니까 모든 것들이 쉽게 보이고, 자신감이 생겨난다.

겨우내 묶었던 찌그러진 씨알이 땅속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솟아나는 것을 보면서 밑바닥에서 올라오는 전율을 느끼게 된다.

이웃 블로거 분들에 대한 감사의 인사로 대신한다.

“어려운 시기에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꾸준함입니다. 어떤 때는 달리지 않더라도 천천히 걷는 것만으로 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Future Shaper, Posted by 쉐아르]

산을 보러 왔으면 산만 보고 갔으면 좋겠다.

두릅이 뾰족이 나왔다.
야지 엔 벌써 나왔다고 하는데, 우리 마을은 이제야 나오기 시작한다. 두릅은 살짝 데쳐서 먹으면, 입안 가득 쌉쌀하게 퍼지는 향이 좋은 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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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상처를 냈다.진액이 흘러 나와서 스스로 보호하려고 한다. 오른쪽에 보면 빨간 벌레가 있는데, 축소하니까 안 보인다.

어린 새순이 부드러워서 먹기 좋은데, 너무 어리면 먹을 것이 없고, 너무 피면 억세져서 먹기 부담 서럽다. 적당한 크기가 되었을 때 따야 하는데, 시기를 못 맞추거나 한눈팔다 보면, 하루이틀새 너무 자라버린다.

어머님 친구 분이 오시면서 맛만 보라고 가져오셨는데, 따야 될 시기가 조금 늦긴 했지만, 먹기에는 적당한 크기로 자랐다. 우리 마을하고는 차이가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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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은 하산 코스에서 중간으로 빠지는 샛길에 있어서, 등산 꾼들이 자주 내려오는데, 산을 보러 왔으면 산만 보고 갔으면 좋겠다.

아주 가끔은 산 보다는 나물에 관심을 두다가 언쟁이 벌어진다.

사방이 산이라 딱히 밭이다, 산이다, 구분이 없어서 밭 주변에다 더덕, 도라지, 나물, 두릅 등을 심어 놓게 되는데, 하산길에 싹 거둬간다. 놀러 와서 그런 재미도 있어야 한다는 건 이해를 하겠지만, 키우려고 일 년을 가꾸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냥 보기만 하고 갔으면 하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적당한 선에선 그냥 봐주지만, 심하다 싶으면 언쟁이 붙는다. 가져가는 처지에서는 시골인심을 탓하고, 못 가져가게 하는 처지는 생계가 걸렸다. 심지어 밭에 심어 놓은 것도 손을 댄다. 뭐라고 하면 나눠 먹잔다. 그렇게 하고서라도 그만두면 서로 얼굴 붉히고 헤어지면 되는데, 어이없어 그냥 두고 보면, 아주 싹 쓸어버린다.

조금만 달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준다. 먹는다고 달라는데 안 주기야 하겠는가. 우리가 채취하면, 나중을 생각하고 골라서 채취하기 때문에 다음이 있는데, 막무가내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것도 채취해 버리면 다음이 없다. 그것으로 한해 농사 끝이다.

밭 가에 있어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고 우기기도 한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그리하지 않을 텐데, 큰소리 낼 때가 잦다. 그냥 가져가는 대로 놔두면 언쟁도 없지만, 돈으로 바꾸려고 일 년을 키우다 보니 당연히 못 하게 말릴 수밖에 없다.

처음엔 대부분 그냥 보내 주거나, 그만 하라고 말로만 했었는데, 상습적으로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이해 차원을 넘어서게 될 때도 있다. 작년가을엔 더덕을 캐가는 사람들하고 시비가 붙어서 결국 경찰서까지 가기도 했었다.

이젠 낯선 사람들 보이면 경계태세에 돌입한다.
길가에 흔한 쑥을 뜯으러 와도, 제초제 쳤다고 못 뜯게 한다. 이러고 싶진 않지만, 그동안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습득한 나름의 퇴치(?) 방법이다. 그리고 이 방법이 편하다. 두말 안 하고 일어선다.

봄철 산골사람들의 수입원이고, 생계랑 연결된 작물들이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 전부 용의자로 몰은 것 같아 미안하지만, 산을 보러 왔으면 산만 보고 갔으면 좋겠다.

촌놈의 글이 이상하게 흐른 것은, 이번 주말이나 뜯어 팔 수 있겠다고, 첫 수확을 기대하던 취나물 밭을 누군가가 싹 쓸어가 버렸다. 월요일이라 외지 사람들이 있었겠나 싶어, 밭을 둘러봤는데, 뜯어간 흔적이 나물을 뜯어본 솜씨가 아니라서 의심을 한다. 나물을 캐다가 심으려고 했는지, 여기저기 뿌리째 캐어 가기도 했다.

나물을 뜯어가 본들 양으로 치면 몇 키로 안된다. 키로라고 하면 감이 안 올까 봐서, 20kg 쌀포대에 세 포대 정도 된다. 돈으로 바꿔도 10만 원 안팎이다. 아직 어린 새순이라서 동네 나물 다 뜯어도 그 정도밖에 안된다. 나물 밭만 버려놨지, 정작 나물은 얼마 못 뜯어 갔다.

어느 한 집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나물이라 생각되면 다 뜯어 갔다.  밭 가에 초오도 많았는데, 탈이나 나지 않았으면 한다.

주방 지킴이 풍란

소엽종, 대엽 종으로 나눌 때는 대엽 종으로 분류되고,
이름은 나도풍란이라고 한다.

동생이 결혼하기 전 키우던 놈인데, 분가하고 나서는 어머님이 키우신다. 달랑 하나지만, 주방을 벗어나진 않는다. 주방 창가나 구석, 애들 손이 잘 안 가는 곳이 자리다.

잎이 작은 풍란화분은 두 개였었는데, 큰조카(초딩5)녀석 기어다닐 때 손을 봐서, 겨우 하나 살려서 키워오다, 한 달 전 기어다니는 놈이 물어뜯어서 잎이 두 개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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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게 힘이 드는지 꽃대를 세웠다. 동생 말이 풍란은 위협을 느끼게 되면 꽃을 피운다고 한다. 동생 말이라 다 믿지는 않지만, 사실인 것 같기는 하다. 화분 새로 만들어 주고, 겨우 살아나나 싶었는데 꽃대가 나오는 걸 보면.

오래전에 소엽풍란, 이것보다 잎이 가늘고 짧은 풍란을 키워본 적이 있다. 정성을 주고 보살펴 주면 색도 고와지고, 새순도 나오고 하는데,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바로 표가 났었다.

오래 집을 비울 때가 잦아서, 물통에 넣어 두고 다니기도 했었는데, 잊어버리면 바짝 말라 있다가도, 물에만 담가 놓으면 금방 살아났었다. 생명력이 강하긴 한 것 같은데, 게으름이 배인 나하고는 살기 싫었는지, 한꺼번에 다 죽어 버렸다. 그 뒤론 난을 안 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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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대가 1주일 넘게 나온 모습이다.
4~5cm 정도 나왔는데, 신기하기도 하지만 애처로워 보인다.

잎도 1년에 하나 정도 나오고 어느 정도 키우고 나면,  잴 아래 하나는 떨어져 나가고, 관리를 잘 못해서 그런지, 항상 3개를 가지고 있었는데, 그 하나를 이번에 잃어 버렸다. 균형이 맞지 않아서 영 어색한 모습을 하고 있다.

사람이건 식물이건 정성이 중요한 것 같다. 진정으로 대하고, 마음으로 보듬으면, 기쁨이라는 것으로 보상한다. 대가를 바라고 하지는 않는 일이겠지만, 꼭 그만큼, 혹은 그보다 큰 것을 주는 것이 법칙인 것 같다. 주면 주는 만큼, 받으면 받는 만큼 돌려지게 되는 것이 살아가는 묘미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