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보러 왔으면 산만 보고 갔으면 좋겠다.

두릅이 뾰족이 나왔다.
야지 엔 벌써 나왔다고 하는데, 우리 마을은 이제야 나오기 시작한다. 두릅은 살짝 데쳐서 먹으면, 입안 가득 쌉쌀하게 퍼지는 향이 좋은 나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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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레가 상처를 냈다.진액이 흘러 나와서 스스로 보호하려고 한다. 오른쪽에 보면 빨간 벌레가 있는데, 축소하니까 안 보인다.

어린 새순이 부드러워서 먹기 좋은데, 너무 어리면 먹을 것이 없고, 너무 피면 억세져서 먹기 부담 서럽다. 적당한 크기가 되었을 때 따야 하는데, 시기를 못 맞추거나 한눈팔다 보면, 하루이틀새 너무 자라버린다.

어머님 친구 분이 오시면서 맛만 보라고 가져오셨는데, 따야 될 시기가 조금 늦긴 했지만, 먹기에는 적당한 크기로 자랐다. 우리 마을하고는 차이가 많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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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마을은 하산 코스에서 중간으로 빠지는 샛길에 있어서, 등산 꾼들이 자주 내려오는데, 산을 보러 왔으면 산만 보고 갔으면 좋겠다.

아주 가끔은 산 보다는 나물에 관심을 두다가 언쟁이 벌어진다.

사방이 산이라 딱히 밭이다, 산이다, 구분이 없어서 밭 주변에다 더덕, 도라지, 나물, 두릅 등을 심어 놓게 되는데, 하산길에 싹 거둬간다. 놀러 와서 그런 재미도 있어야 한다는 건 이해를 하겠지만, 키우려고 일 년을 가꾸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그냥 보기만 하고 갔으면 하는데, 그렇지 않은가 보다.

적당한 선에선 그냥 봐주지만, 심하다 싶으면 언쟁이 붙는다. 가져가는 처지에서는 시골인심을 탓하고, 못 가져가게 하는 처지는 생계가 걸렸다. 심지어 밭에 심어 놓은 것도 손을 댄다. 뭐라고 하면 나눠 먹잔다. 그렇게 하고서라도 그만두면 서로 얼굴 붉히고 헤어지면 되는데, 어이없어 그냥 두고 보면, 아주 싹 쓸어버린다.

조금만 달라고 하면, 어느 정도는 준다. 먹는다고 달라는데 안 주기야 하겠는가. 우리가 채취하면, 나중을 생각하고 골라서 채취하기 때문에 다음이 있는데, 막무가내로, 손가락 한 마디 정도 되는 것도 채취해 버리면 다음이 없다. 그것으로 한해 농사 끝이다.

밭 가에 있어서 키우는 것이 아니라고 우기기도 한다. 한 번 더 생각해 보면 그리하지 않을 텐데, 큰소리 낼 때가 잦다. 그냥 가져가는 대로 놔두면 언쟁도 없지만, 돈으로 바꾸려고 일 년을 키우다 보니 당연히 못 하게 말릴 수밖에 없다.

처음엔 대부분 그냥 보내 주거나, 그만 하라고 말로만 했었는데, 상습적으로 그러는 사람들이 있다 보니, 이해 차원을 넘어서게 될 때도 있다. 작년가을엔 더덕을 캐가는 사람들하고 시비가 붙어서 결국 경찰서까지 가기도 했었다.

이젠 낯선 사람들 보이면 경계태세에 돌입한다.
길가에 흔한 쑥을 뜯으러 와도, 제초제 쳤다고 못 뜯게 한다. 이러고 싶진 않지만, 그동안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습득한 나름의 퇴치(?) 방법이다. 그리고 이 방법이 편하다. 두말 안 하고 일어선다.

봄철 산골사람들의 수입원이고, 생계랑 연결된 작물들이다. 등산을 하는 사람들 전부 용의자로 몰은 것 같아 미안하지만, 산을 보러 왔으면 산만 보고 갔으면 좋겠다.

촌놈의 글이 이상하게 흐른 것은, 이번 주말이나 뜯어 팔 수 있겠다고, 첫 수확을 기대하던 취나물 밭을 누군가가 싹 쓸어가 버렸다. 월요일이라 외지 사람들이 있었겠나 싶어, 밭을 둘러봤는데, 뜯어간 흔적이 나물을 뜯어본 솜씨가 아니라서 의심을 한다. 나물을 캐다가 심으려고 했는지, 여기저기 뿌리째 캐어 가기도 했다.

나물을 뜯어가 본들 양으로 치면 몇 키로 안된다. 키로라고 하면 감이 안 올까 봐서, 20kg 쌀포대에 세 포대 정도 된다. 돈으로 바꿔도 10만 원 안팎이다. 아직 어린 새순이라서 동네 나물 다 뜯어도 그 정도밖에 안된다. 나물 밭만 버려놨지, 정작 나물은 얼마 못 뜯어 갔다.

어느 한 집 것만 그런 것이 아니라, 여기저기 나물이라 생각되면 다 뜯어 갔다.  밭 가에 초오도 많았는데, 탈이나 나지 않았으면 한다.

“산을 보러 왔으면 산만 보고 갔으면 좋겠다.”에 대한 16개의 댓글

  1. 아 사진을 보니 오늘 두릅사먹고싶네요. ^^ 아직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에 있는 것은 따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있어서 많이 힘드시겠어요 저는 머가 먹을수 있는 것인지 구분을 못해 못 따갈 텐데요 -0-

    1. 요즘 야생 두릅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야지는 철이 지났을 수도 있는데, 우리 마을을 이제 먹기 딱 좋을 만큼 크기로 자랐습니다. 두릅의 상큼한 맛과 초고추장이 만나면 환상입니다. 기회가 되시면 땅두릅도 한번 드셔 보세요 땅두릅 먹고 나면, 아마 일반 두릅은 못 먹을 거에요, 워낙 향에서 차이가 많이 나니까.
      방문 감사합니다. ^^

    1. ^^ 네, 근데 이번 비로 다시 순이 돋아나고 있습니다.
      비가 안 오고 계속 건조한 날씨였음 올해는 포기할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2. 평창 좀 깊은 곳에 집이 있어요 ㅡㅡㅡㅡㅡ 글을 너무 부드럽게 쓰셨네요 전 마음 그대로 적으면 악마 처럼 보일 것 같아 꾹 참습니다 시골인심 어쩌구 하면 흙을 한주먹 먹이고 싶을 정도예요 끈으로 밭 표기를 해놔도 넘어가서 쓸어가는 사람들 우리 식구도 말 없이 주는 자연의 일부라고 생각 하는지 ㅡㅡㅡㅡㅡ

    1. ^^ 네, 정말 화날 때 많습니다.
      그냥 웃어 버리고 털어버리는 게 정신건강에 좋습니다.
      몇 년 전에는 고로쇠 수액을 다 걷어 가버려서, 약속을 못 지켜서 배상을 해준 적도 있었는데, 등산로 폐쇄 같은 극단적인 방법도 생각했었습니다. 어차피 사유지라 그래도 되지만, 내 이익을 위해 다수에게 피해를 입히는 결과가 되어서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 그냥 뒀습니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들은 그에 맞는 대접을 하는 게 도리일 것 같고요.,^^
      평창, 좋은 곳에 사시네요, 방문 감사합니다.

  3. 저두 요 며칠전 제주도 올레하다 그런일로 행인들끼리 시비가 붙은걸 봤어요 뭔가를 한아름 따셨더라구요 님께서 애기하셨듯 서로 입장을 내세우더군요 안타까웠습니다 올레길은 사유지도 많아서 그런일로 좋은길이 개방 안될까봐서요 님 글읽고 정말이지 더 조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많은분들이 이글 읽고 잘못인지 몰랐으면 깨닫는 계기가 됬음 싶어요 ㅎㅎ 화이팅 입니다

    1. ^^ 감사합니다.
      이런 일들이 없으면 좋은데, 한 번씩 이러고 나면 힘 빠집니다. 다행히 비가 내려서 새순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그나마 위안이 됩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자주 놀러 오세요. ^^

  4. 근데, 지역이 어디라고 하셨죠?
    건망증 때문에…^^
    저가 가면 싸게 잘 대해 주실꺼져?ㅋㅋ
    공구 추진해 볼까여?
    저에게도 알바비 챙겨 주실꺼져?ㅋㅋㅋ
    음, 같이 구상해 보아여.
    잘되면 다음에 더 큰 기획 만들어 볼께여…
    주인에겐 희망을, 블로거인 저에게도 희망을…^^

  5. 네, 혹시 대구 인근 지역 이라면 언제 뵐수도…?^^
    혹시 다른 농산물 판로문제로 고민하시면 저가 가서 상담해
    드릴수도…
    문의는 언제든지 주세여…

  6. 오, 두릅나물 간만에 보네여.
    생활속 봄내음 향기 가득한 소식
    전하여 주셔서 감사드려여.
    혹시 두릅나물 많이 수확 하시나여?

    1. ^^ 안녕하세요.
      밭 가에 심어 놓거나, 야생에서 있는 정도라서 많은 양은 안됩니다.
      식구들 먹거나, 이웃 간에 나눌 정도의 양입니다.

  7. 에효… 안타깝네요.
    장을 볼 땐 가격 비교도 안 하고 대충 물건을 사는 양반들이 꼭 저렇게 남의 밭을 함부러…
    산에서 좋은 기운만 받아갔으면 좋겠네요.

    1. ^^ 조금 속상합니다. 이런 글 올리고 마음이 편치만은 않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는 없었으면 하는 바람 때문에 적었습니다. 해마다 반복되는 일이라서 이젠 마을 사람들도 면역력이 길러 졌지만, 그래도 속상한 건 어쩔 수 없습니다.

  8. 강원도 군 시절 지뢰 밭 근처서 연대장 지시로 야생 두릅을 목숨 걸고 따던 기억이 나네요…이 맘때 되면 꼭 그 기억으로 두릅을 찾게 되지요,,,^^

    1. ^^ 네, 그런 분들 많았나 봅니다. 두릅 보면 그 시절 이야기 합니다.
      야생두릅을 보면, 딱히 먹고 싶지도 않아도, 손이가서 따게 됩니다.
      이상하지요. 어린 새순이라서 그러는지., 방문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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