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나옹선사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聊無愛而無憎兮    (료무애이무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절집 근처에서 나고 살았지만, 그 담장이 워낙에 높다 보니 근처엔 가지도 않고 있다가, 스물을 넘기고 나서 나옹선사의 ‘청산은 나를 보고’를 접했다.
‘물같이 바람같이…,’ 이 말에 감전되듯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몇 날 며칠을 뒹굴다, 높디높은 절집 담장을 넘었다. 아버님과 도반처럼 지내시는 선사님을 찾아 뵈었는데, ‘씰~때 읍꾸로 벨꺼 아이~다, 거냥 잘무꼬 잘살믄 댄다’ 이거였다.

감정을 속으로 감출 줄 모르는 나는, 울걱거리기만 하다 돌아왔었다.
‘저런 땡초를 다들 왜 그렇게 챙기는지 몰라, 뭣도 모르는 땡초를…,’,
‘하여간 정신 나간 사람들 천지야’를 되새기면서.

그 후로의 삶은 온통 ‘물처럼 바람처럼’이 전부였다.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시작한 마음 챙기기 공부가 지금도 담장 밖에 있다. 순간순간에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라고 연습도 해 보지만, 그 순간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보편과 상식이란 부분에서 나는 등외에 있다.
등 안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더 멀리 튕겨져나갈지는 모른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이 별것 아니라는걸 아는  순간까지는, 큰스님 소리 못 들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땡초가 마냥 헛소리만 한 게 아닐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감사하고 있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바른 길임을 인지하는 순간이 지금(iha) 이기를.

 

[나옹화상 혜근(懶翁和尙  慧(惠)勤) (1320∼1376)]
고려말기의 선승이자 다인(茶人)이었던, 나옹혜근(懶翁慧勤)선사의 선시이자 불교가사. 호는 나옹이고 혜근이 법명이다. 화상(和尙)은 일반적으로 덕이 높은 스님을 공경하는 뜻으로 존대하는 이름이다. 불교용어사전에는, 화상(和尙)은 옆에서 시봉해야 할 은사(恩師)스님 및 친교사(親敎師)를 말함 이라고 나온다.

 

고로쇠 수액 먹는 방법 / 고로쇠 수액 보관 방법 / 고로쇠수액 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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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수액은, 추울 때 나무의 세포가 수축하게 되고, 이때 뿌리에서 물을 빨아올린다. 따뜻해지면 팽창하게 되고 이때 채취 구멍을 통해서 물이 빠져나온다. 수축 팽창의 압력차이를 이용해서 채취한다.

어른들 말로는 얼었다가 녹을 때 나무가 정신을 놔버려서 물을 내놓는 것이란다.

고로쇠 수액은 경칩을 절정으로 20일 정도 나온다. 그래서 경칩 물이라고도 한다. 밤에는 영하 3~5도 낮에는 영상 5~10도 정도 영하, 영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날에만 나온다. 밤에 영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많이 나오지 않고, 5~10도 정도의 날씨가 이어지면 물이 나오질 않는다.

요즘은 기온이 변해서 경칩 후 며칠 지나면 아예 안 나온다. 몇 년 전부터는 입춘 무렵부터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기 시작한다.

우리 마을은 해발 800~950m 사이에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보다는 조금 늦게 시작하는 편이다. 고로쇠 수액을 채취하는 나무(우리 마을)는 고로쇠나무(단풍나무과) 중 ‘왕고로쇠나무’에 속한다. 그래서인지 다른 지역보다는 단맛이 강한 편이다. 수령은 정확히 모르겠지만 대부분 둘레가 2~4m 정도이다. 한 아름 반 정도, 가장 큰 나무는 세 아름 되는 것도 있다.

고로쇠 수액 먹는 방법.
1. 그냥 마시거나,
2. 밥을 하거나, 닭백숙, 돼지고기 수육 등 요리를 해서 먹기도 한다.
(닭백숙을 할 때는 고로쇠만 다 넣으면, 너무 달아서 먹지 못할 수도 있다.우리가 먹기 위해서 할 때는 고로쇠 반, 물 반 정도의 비율로 하는데, 고로쇠 2/3, 물 1/3 정도가 적당하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다.)

장기간 보관할 때
1. 냉동실에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의 생수병 등에 넣어서 냉동시킨다.
2. 냉장실에서 얼음이 다 녹은 뒤에 먹는다. 조금씩 녹는 대로 먹다 보면, 나중에 남은 물은 싱거워서 먹기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3. 1주일 이내에 다 먹을 수 있다면 냉동시키지 않는 게 좋다.
4. 1주일 이내라도 얼지 않을 정도로 낮은 온도에서 냉장 보관하는 것이 좋다.

1주일 이상 보관하게 되면, 뿌옇게 침전되거나 부유물이 생길 수 있는데, 수액이 상한 것이 아니라, 수액이 지니고 있는 섬유질이 천연 자당과 엉켜 생겨나는 현상이므로, 인체에는 전혀 해가 없습니다. 보통 1주일 이내에 다 먹는 것이 좋습니다.

상해서 못 먹을 정도가 되면, 고로쇠 수액에 대한 기본적인 상식이 없어도, 먹을 수 있다 없다가 판단될 정도로 냄새가 심하거나(초 냄새), 부유물들이 누렇게 변해서 용기의 벽에 붙게 된다. 이 정도가 되려면 한 달 정도 그냥 뒀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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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로쇠 수액은 봄이 오기 전 산골의 유일한 수입원이다.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이자 생계유지 방편이다. 고향에 돌아온 지 처음 다가온 계절이다. 아직은 마음을 다 접지는 못했다. 버려야 산다는데 아직 그 버림의 이치가 몸에 배지 않아서인지 정신을 먼 곳에 두고 있는 시간이 많다. 새롭게 시작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블로그를 운영해 보기로 했지만, 한동안 비워둔 것도 버리지 못해서일 거다.

# 고로쇠  <참고문헌>『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정신문화연구원, 1991)  

고로쇠나무는 고로실나무·오각풍·수색수·색목이라고도 하며, 산지 숲 속에서 자란다. 높이 약 20m로, 나무껍질은 회색이고 여러 갈래로 갈라지며 잔가지에 털이 없다. 잎은 마주나고 둥글며, 대부분 손바닥처럼 5갈래로 갈라진다. 잎 끝이 뾰족하고 톱니는 없다. 긴 잎자루가가 있으며 뒷면 맥 위에 가는 털이 난다.  

고로쇠라는 이름은 뼈에 이롭다는 뜻의 한자어 ‘골리수(骨利樹)’에서 유래하였다.  한방에서는 나무에 상처를 내어 흘러내린 즙을 풍당(楓糖)이라 하여 위장병·폐병·신경통·관절염 환자들에게 약수로 마시게 하는데, 즙에는 당류(糖類) 성분이 들어 있다.  

고로쇠 나무의 1m 정도 높이에 채취용 드릴로 1∼3㎝ 깊이의 구멍을 뚫고 호스를 꽂아 흘러내리는 수액을 통에 받는다. 수액은 해마다 봄, 경칩 전후인 2월 말∼3월 중순에 채취한다. 잎은 지혈제로, 뿌리와 뿌리껍질은 관절통과 골절 치료에 쓴다.  

고 로쇠 수액뿐 아니라 나무에 물이 가장 많이 오른 곡우 때 자작나무 또는 거자수, 박달나무 등에서 나오는 물도 마신다. 이때 거자수의 수액은 남자물이라 하여 여자들에게 애용되고 있으며, 경칩 때 주로 채취하는 고로쇠 수액은 여자물이라하여 남자들에게 더 애용되고 있다.

다양성에 대한 인정과 존중.

오래전 열반하신 큰스님 법문 중에 이런 말이 나온다.

‘해인사에 있는 팔만 사천의 경전을 똘똘 뭉치면 ‘심心’ 자 하나가 된다.’

마음 하나를 설명하려고 팔만 사천에 달하는 경전이 있다 ?
다시 풀어 보면, 마음에 대한 설명이 그렇게 많이 필요 했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왜, 그것이 뭐 그렇게 중요한 문제 이기에, 그렇게 많은 경전이 필요했을까를 고민해 볼 때, 나름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다양성(多樣性), 다양성이다.

사전적 해석은 ‘다양한 특성’으로 나온다.
천인천색 만인만색(千人千色, 萬人萬色) 이라는 말처럼, 무수히 많은 사람/사물들이 제각각이라는 말인데,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상대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나온다.
존재에 대한 인정함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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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안되면 충돌이 일어난다.
생각, 모습, 성격, 환경, 조건이 다름에 대한 충돌이 일어나면 둘 중 하나는 소멸 내지는 멀어지게 된다. 그래도 성이 안 풀리면 그 생각의 끈을 무의식적으로 이어가게 된다. 비슷한 상황과 조건이 형성되면 같은 일/행위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같은 일이 반복 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된다. 어떤 곳이건 어떤 사람들이건, 좋아하고, 싫어하고, 미워하던 사람/사물의 형상은 그곳에도 있다. 그리고 또 그런 일이 발생한다.

원인은 나와 다름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고, 나와 같음에 대한 강요와 그것에 대한 반발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다. 나와 다름을 존중하고 다양성에 대해서 인정할 때, 아와 타의 구분이 없어지고,  하나의 생각에 같음을 발견할 수 있다.

매 순간 바로 거기서 통찰하라.

부처님께서는 과거와 미래로 우리의 마음을 가져갈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여기서 벌어지는 감각접촉-느낌-갈애-취착-존재-생-노사우비고뇌의 삶의 전개에서 이들의 생겨남과 사라짐 등을 여실지견할 것을 말씀하시고 계심을 명심해야하겠다.

『중부(Majjhima Nik?ya)』의 131번 경부터 134번 경까지의 네 경은 부처님이 읊으신 ‘경사스런 하나에의 몰입(bhaddekaratta)’이라 부르는 게송에 대한 설명과 관계된 것이다. 이 게송의 핵심은,

   “과거를 되새기지 말고 미래를 바라지 마라
   과거는 사라졌고 미래는 닥치지 않았다
   현재에 [일어나는] 현상[法]을
   [매순간] 바로 거기서 통찰하라”


것이다. 여기서 ‘통찰하라’로 옮긴 원문은 다름 아닌 위빳사띠(vipassati)인데 위빳사나와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동사이다.
이처럼 부처님의 고구정녕한 메시지는 과거와 미래로 마음을 가져가지 말고 바로 지금 여기서 일어나는 물심의 현상을 꿰뚫어라는
것이다.

// 초기불전연구원 : 각묵스님 ‘금강경 결제 발제문’에서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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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글로도, 말로도 이해가 되질 않는다.
지혜가 밝지 않아 보여줘야만 믿는 것이 습관화되어서인지, 말과 글로선 안된다. 부끄럽고, 초라하지만 지금의 내 모습인 것을 어찌할 수는 없다. 그래도 자신감만은 하늘을 찌른다. 자만감으로 바뀌어서 자빠질지 모르지만(^^:)

오미자, 머루 수확이 끝났다.

맘고생이 심한 한해였지만, 그래도 무사히(?) 마무리되었다.
이제 시간을 가지고 이삭줍기만 해서 말리거나, 담그면 된다. 오미자 수확이 늦게 끝나는 것은 다 익은 뒤에 따다 보니, 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한꺼번에 따서 판매할 수 있는 저장시설이나, 공간이 없다 보니 주문 들어오는 대로 따다 보니 더 그렇다.

그래도, 마지막에 자존심을 회복(?)해서 다행이다. 싼 가격으로 수확도 하기 전 풀려 버렸던 오미자가 비교 대상이 되었던지, 나중에는 말리려고 늘어놨던 것까지 가져가 버렸다. 담가 논 것도 가져가려는 걸 그것은 안 팔았다. 몇 년 뒤에 더 비싸게 팔려고(^^; ), 고집이 있지 그것은 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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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엔 판매방법을 다양화시켜서 가격으로 덤벼오는 것들에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생으로만 판매하니까 아는 안면에, 덤으로 이런 식이다 보니 소득은 별로다. 다른 수입이 없다면 이것만으론 생활하기 어렵다.

이른 봄엔 고로쇠를 채취하고, 초가을 칡꽃이나 음나무 꽃이 떨어지고 나서 벌꿀을 뜬다. 이후로는 벌꿀을 모을만한 밀원이 없다. 산나물, 약초 꽃 등이 전부이기 때문에 이때 보통 꿀을 뜬다. 장마가 길어지거나 비가 많이 올 경우엔 많은 양을 기대하지 못한다. 가을엔 송이버섯으로 공간을 메우고, 오미자 머루 수확이 끝나면 우리 집 한해는 끝난다.

이외의 시간은 산을 다니면서 약초나, 버섯(말굽, 상황 등)을 채집한다. 가을에 따야 하거나 시간이 필요한 것들을 봐 두었다가. 가을걷이가 끝난 후 거둬온다. 대부분은 집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이 정도면 충분하다.

우리집 사람들의 일상이 이렇다. 그렇다고 내내 산속에만 있는 건 아니다. (^^;)
1시간 반 거리에 시내가 있기 때문에 수시로 나다녀서 그리 불편함은 없다. 보고 듣고 하는 지식/정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배우는 것들은 뒤처지지만, 산에서 사는 사람이 키 재기 하거나 할 일이 없기에 나름은 좋다. 아직 큰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 다른 생각을 해서 문제지만…,

오미자 말리기에 대해서 문의 메일이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오미자를 볶거나, 건조기에서 말리게 되면 영양성분들이 파괴된다고 합니다. 힘들고, 귀찮지만 태양 건조 시키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을 생각한다면 조금의 수고로움을 감수해야 합니다. (^^;)

우리말 아리

arya 라는 말은 우리말 ‘아리’의 산스끄리뜨어 표현이다. 순우리말 ‘아리’의 정확한 의미나 해석은 우리말 사전에조차 나와 있지 않다.

아리 :   아리, 알, 아랴, 아료, 아량, 아랑, 아리야, 아리아, 아리요

            고귀한, 소중한, 지혜로운, 현명한 등의 의미가 있다.
            강아지, 송아지, 병아리 등처럼  ‘작고 귀여운’ 의미도 있고,
            아리수(水), 아리산(山)처럼 크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근원적인 지혜’처럼 그 의미를 다 헤아릴 수 없는 말로도 표현된다.
 (근원적인 지혜를 완성한 사람을 아라한, 아리라고도 한다.)

이처럼 우리말 ‘아리’는, 심연에서 울려 나오는 모든 것들을 표현하는 말이다.

설익은 소견으로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소리 이전의 소리’, ‘말 이전의 말’이라 하겠다. 이처럼 우리말 ‘아리’의 의미는 그 끝을 다 알 수 없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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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말 ‘아리’의 표현과 의미를 산스끄리뜨어 사전에서 가져왔느냐고 묻는다면, 말이 길어진다. 그리고 이 말을 하자면 속이 뒤집히고 피가 거꾸로 솟아, 말을 함부로 할 것 같아 더 이상은 하지 않는다. 배움이 짧아서 속의 말을 다 풀어낼 수 없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이다. 깨어 있는 학자들이 우리 역사를 찾는다고 하니, 언젠가 속 시원하게 풀어질 날이 있을 거라 믿는다.

http://dsal.uchicago.edu/dictionaries/pali/    arya, ariya 검색   

빨리어/영어 사전이다. 전문을 다 번역해 올리지 못하는 것이 부끄럽다.

머루가 다 익었다.


머루가 다 익었다. 신맛이 약해지고, 단맛이 돌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확을 해야 된다. 아직은 벌은 안 오고 있다. 해마다 벌에게 보시(布施) 하느라  벌이 반, 우리가 반 정도였는데, 올해는 새가 와서 난리다. 망을 씌우기 전까지 상당히 많은 양을 보시(?) 했다.

머루의 상세한 효능이나 약리작용은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은 편이다. 오미자에 비해 정보가 별로 없다. 어렵게 찾아보려고 했는데, 보편적으로 다들 알고 있는 상식 수준이라서 올리지는 않는다. 다만, 머루도 오미자처럼 담근 진액을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리고 포도를 10배 농축시켜 놓은 것이 머루라고 한다.

우리 집은 야생에서 옮겨온 산머루라서 처음에 재배하는데 애를 먹었다. 야생에서 자라던 놈이라 밭에 적응하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 야생이라 적응력이나 생명력이 강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밭에서 숨어 있던 각종 벌레, 곰팡이 등을 이기지를 못했다. 몇 년에 걸쳐서 밭에다 황토를 가져다 붙고 해서 하나씩 적응을 시켰다. 그러다 30여 년 전인가 장마가 오래된 적이 있었는데, 그 해에 거의 죽어 버렸다. 곰팡이, 벌레 등 뿌리부터 갉아 먹어서 손 쓸 틈도 없이 죽어버렸다. 몇 그루 남지 않은 놈들 사이사이에 오미자를 확장했다. 다행인 것은 오미자 사이에 머루가 있다 보니, 벌들이 머루를 공격하는 건 줄어들었다.

처음 시작한 이 밭은 머루랑 오미자랑 같이 있다. 한동안 오미자의 시세가 좋아서 다른 밭들은 오미자만 있다.

머루 담그는 방법도 오미자 담는 것과 동일 합니다.
머루주를 담고 싶으실 경우는 오미자담기-2 방법으로 하시면 됩니다.

오미자 말리기.

자존심을 건 대결에서 졌다. 아야~ 소리도 못하고 자빠졌다.  ‘뭐, 1회전인데’라고 스스로를 위로 하면서,
오미자를 담고, 말리는 것으로 최종 결정을 했다.


이건 통은 20L인데, 오미자, 설탕 각각 8kg밖에 안된다. 조금 여유 있게 공간을 두려고 했는데, 옆집 삼촌이 통을 가져와서 담가 가면서, 단것을 좋아한다고 설탕을 1kg 더 넣는 바람에 여유가 없어졌다.

어제 따온 것을 물에 살짝 씻어서 말리고 있다. 다행히 아직 까지는 볕이 좋아서 잘 마르고 있다. 전에도 조금씩 상태가 나쁜 것들은 말렸는데, 이렇게 왕창 말리는 것도 처음이다. 주위에서 고추 말려 주는 곳에 가서 말리라지만, 그래는 못한다. 그냥 다 버리는 한이 있어도 볕에 말린다.  빛깔이 나쁘고 더디 말라도 좋다. 아직 다 부러지지 않았다. ‘자존심은 지켜야 된다’는 게 가족 모두의 의견이다.

물에 씻는 것을 가지고도 의견이 분분했다. 친구에게 전화까지 해가면서 ‘씻으면 안된다.’라는 여동생, 나중에 그냥 우려 마실 건데 ‘먼지는 씻어야지’ 하시는 울아버지, ‘언능 결정해 빨리 늘고 따로 가야지.’  나와 어머닌 빨리하고 따서 말리는 것과 담는 것이 급하다. 생각보다 일찍 물렁물렁해졌기 때문이다.

항아리가 없다. 400~500kg 정도를 담거나, 말려야 하는데, 이런 일을 처음 당하다 보니 당연히 없다. 내일까지 이 작업을 하고, 일단은 머루를 따야 된다. 머루가 다 익었다. 오미자는 그냥 넝쿨에 달려서 마르게 놔두고 머루부터 해결해야 된다. 머루는 아직 경쟁 상대가 없기 때문에 주문이 밀려 있다. 식구들 먹을 것도 없을 것 같다. 이건 자존심 걸고 대결 안 해도 된다. 적어도 올해는…,

10cm자로 30cm자를 몇 번에 잴 수 있을까.

올해는 특별히 관리도 못 했는데 오미자가 작년보다 1/3 정도 수확량이 늘었다. 노력에 비해서 결과는 좋은 편이다. 문제는 수확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오래된 고객들은 평소대로 주문하고 구매를 하고는 있지만, 남는 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동안은 주변 마을에 다소비가 되었다. 올해는 중국산이 채 수확을 시작하기도 전에 반값에 풀려 버리는 바람에 매년 구매를 하던 사람들도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 지금부터 1~2주가 고비다. 작은 산골마을에서 소규모로 하다 보니, 재가공 시설이나 방법이 전무하다. 오미자를 말리거나, 담가서 보관하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안이다. 하지만 이것도 시설, 공간 부족이다.

애초, 야생에서 옮겨온 거라, 알고 한번 거래를 시작한 분은 몇 년씩 계속 단골로 구매하시는 분도 계셔서, 그동안은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정작 우리 집에서는 식구들 먹을 것도 준비 못 한 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

양은 작년보다 많아졌는데 판매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 정도도 못될 것 같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는데, ‘해(年)마다 좋은 해요, 날(日)마다 좋은 날’일 거라는 믿음으로  한 번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었다. 산 좋고, 물 좋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동안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리고 ‘약으로 먹을 것’, ‘작게 묵자’ 가 기본이다 보니, 그 믿음은 더 강했다. 그래서 더 힘이 든다. 짜증이 나고 온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조그만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판매 방법을 다양하게 검토/운영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결과가 지금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일단은 따서 말리는 것과 담가서 보관하는 방법으로 남은 양을 처리한 뒤에, 다음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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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자로 30cm 자를 몇 번에 잴 수 있을까.

요 며칠 계속 화두처럼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경고의 말처럼…,
내마음 속엔 아마도 10cm 자가 있나 보다. 그러다 보니 딱, 그만큼만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작을 수 있는데, 10cm짜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세 번이면 다 잴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30cm 자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10cm 도 안 되는데, 인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오미자 문제보다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오미자담기 – 2


1. 오미자를  항아리나 관리하기 편한 통에 넣어서 2~3주 정도 발효를 시킨다.
오미자를  꽉 채우면 안된다. 발효되면서 솟아오른다. 70%만 채운다
– 어떤 분은 뚜껑을 밀봉하지 않고 그냥 발효시킨다는 분도 있다.
      (초파리가 출입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 2~3주를 가늠하는 방법도, 날짜로 하기도 하지만 발효되면서 오미자만 위로 솟아오르게 된다. 이때를 1차 발효로 본다.
– 오미자가 솟아오르면 뒤집기를 하기도 하지만 그냥 둬도 된다.

2. 진액을 내고 나서, 오미자 황설탕 비율을 7:3 정도로 해서 1~2개월  2차 발효.
– 오미자 고유의 색을 즐기기 위해서 흰설탕을 사용하기도 한다.
– 이때는 흔들거나 하면 안된다. 거품이 많이 발생한다.
– 역시, 밀폐 용기는 삼가는 게 좋다. 될 수 있으면 입이 넓은 용기를 사용하는 게 좋다.
    
3. 발효 후 냉장보관한다.

우리 집에서 오미자를 수년간 사 가시는 분의 방법이다.

또 한가지는  처음부터 오미자, 황설탕 비율을 일대일로 해서 담근 다음 2~3주 정도 되어서, 오미자가 솟아오르면, 우러난 물만 따라서 냉장 보관을 하고(1차), 다시 2~3주 발효시키고 나서 완전히 짜 내어서 첫 번째 짜낸 물하고 같이 섞어서 냉장 보관하신다고 한다. 역시 손님 접대용으로 빛깔이 중요할 때는 흰설탕을 사용하기도 하신단다. 황설탕, 벌꿀은 그 빛깔이 탁해 보여서 안 좋아하시는 분도 있단다.

오늘 소개한 방법은 우리 집에서 사용하는 방법은 아니다.
블로그를 만들고 오미자, 머루를 소개하려고 하다 보니 정보가 부족해서 물어본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