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cm자로 30cm자를 몇 번에 잴 수 있을까.

올해는 특별히 관리도 못 했는데 오미자가 작년보다 1/3 정도 수확량이 늘었다. 노력에 비해서 결과는 좋은 편이다. 문제는 수확을 시작하면서부터다. 오래된 고객들은 평소대로 주문하고 구매를 하고는 있지만, 남는 양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동안은 주변 마을에 다소비가 되었다. 올해는 중국산이 채 수확을 시작하기도 전에 반값에 풀려 버리는 바람에 매년 구매를 하던 사람들도 가격을 낮추려고 한다. 지금부터 1~2주가 고비다. 작은 산골마을에서 소규모로 하다 보니, 재가공 시설이나 방법이 전무하다. 오미자를 말리거나, 담가서 보관하는 방법이 지금으로서는 최선의 대안이다. 하지만 이것도 시설, 공간 부족이다.

애초, 야생에서 옮겨온 거라, 알고 한번 거래를 시작한 분은 몇 년씩 계속 단골로 구매하시는 분도 계셔서, 그동안은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하고, 정작 우리 집에서는 식구들 먹을 것도 준비 못 한 적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다 보니 이런 상황에 대한 준비가 전혀 안 되어 있다.

양은 작년보다 많아졌는데 판매량은 작년의 절반 수준 정도도 못될 것 같다.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는데, ‘해(年)마다 좋은 해요, 날(日)마다 좋은 날’일 거라는 믿음으로  한 번도 이런 상황이 올 것이라는 생각을 안 했었다. 산 좋고, 물 좋다는 이유만으로도 그동안은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더 그렇다. 그리고 ‘약으로 먹을 것’, ‘작게 묵자’ 가 기본이다 보니, 그 믿음은 더 강했다. 그래서 더 힘이 든다. 짜증이 나고 온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조그만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을 한다.

판매 방법을 다양하게 검토/운영해야 했었는데, 그러지 못한 결과가 지금 나온 게 아닐까 싶다.  일단은 따서 말리는 것과 담가서 보관하는 방법으로 남은 양을 처리한 뒤에, 다음을 생각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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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cm 자로 30cm 자를 몇 번에 잴 수 있을까.

요 며칠 계속 화두처럼 머릿속을 떠돌아다니는 말이다. 이런 상황에 대한 경고의 말처럼…,
내마음 속엔 아마도 10cm 자가 있나 보다. 그러다 보니 딱, 그만큼만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아니, 어쩌면 그것보다 더 작을 수 있는데, 10cm짜리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세 번이면 다 잴 수 있다는 착각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어쩌면 30cm 자라고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던 건지도 모른다.

10cm 도 안 되는데, 인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면, 오미자 문제보다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10cm자로 30cm자를 몇 번에 잴 수 있을까.”에 대한 2개의 댓글

  1. “사람은 누구나 꼭 자신의 인격 만큼만 생각하고 판단한다.
    인격은 거짓말을 할 줄 몰라서 행동을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꼭 자신이 경험했던 만큼만 타인의 진심을 판단한다”
    어딘가에서 본 말입니다. 살아가면서 가끔씩은 자신을 정비하는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거울을 보듯 마주할 수 있는 존재라면 오히려 더 쉽겠습니다만, 그렇지 못함이 더 힘든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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