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나옹선사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靑山兮要我以無語 (청산혜요아이무어)
창공은 나를 보고 티없이 살라하네          蒼空兮要我以無垢 (창공혜요아이무구)
성냄도 벗어놓고  탐욕도 벗어놓고          聊無愛而無憎兮    (료무애이무증혜)
물같이 바람같이  살다가 가라하네          如水如風而終我    (여수여풍이종아)

 

절집 근처에서 나고 살았지만, 그 담장이 워낙에 높다 보니 근처엔 가지도 않고 있다가, 스물을 넘기고 나서 나옹선사의 ‘청산은 나를 보고’를 접했다.
‘물같이 바람같이…,’ 이 말에 감전되듯 한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몇 날 며칠을 뒹굴다, 높디높은 절집 담장을 넘었다. 아버님과 도반처럼 지내시는 선사님을 찾아 뵈었는데, ‘씰~때 읍꾸로 벨꺼 아이~다, 거냥 잘무꼬 잘살믄 댄다’ 이거였다.

감정을 속으로 감출 줄 모르는 나는, 울걱거리기만 하다 돌아왔었다.
‘저런 땡초를 다들 왜 그렇게 챙기는지 몰라, 뭣도 모르는 땡초를…,’,
‘하여간 정신 나간 사람들 천지야’를 되새기면서.

그 후로의 삶은 온통 ‘물처럼 바람처럼’이 전부였다.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이 되어 버렸다. 그렇게 시작한 마음 챙기기 공부가 지금도 담장 밖에 있다. 순간순간에 소홀히 하지 않기를 바라고 연습도 해 보지만, 그 순간순간에 무너지고 만다.

보편과 상식이란 부분에서 나는 등외에 있다.
등 안으로 들어갈지 아니면, 더 멀리 튕겨져나갈지는 모른다.

잘 먹고 잘사는 것이 별것 아니라는걸 아는  순간까지는, 큰스님 소리 못 들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땡초가 마냥 헛소리만 한 게 아닐 거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지금은 감사하고 있다.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바른 길임을 인지하는 순간이 지금(iha) 이기를.

 

[나옹화상 혜근(懶翁和尙  慧(惠)勤) (1320∼1376)]
고려말기의 선승이자 다인(茶人)이었던, 나옹혜근(懶翁慧勤)선사의 선시이자 불교가사. 호는 나옹이고 혜근이 법명이다. 화상(和尙)은 일반적으로 덕이 높은 스님을 공경하는 뜻으로 존대하는 이름이다. 불교용어사전에는, 화상(和尙)은 옆에서 시봉해야 할 은사(恩師)스님 및 친교사(親敎師)를 말함 이라고 나온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나옹선사”에 대한 4개의 댓글

  1. 흔적 따라 왓습니다..^^

    넘 좋은 글 맘에 새기고 갑니다..^^
    편안한 글이네요..
    주말도 좋은 시간 갖으시길요..^^

    1. 감사합니다.
      모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부딪혀 둥글 해지기는 커녕
      쪼개져 다른 모가 생겨 버리니, 아직은 더 시간이 필요한가 봅니다.

  2. 자연처럼 살아가는 게 바르게 사는 것 아닐까요?
    고로쇠 수액 채취하는 사진 보며, 도시에 찌든 삶이 문득 지겨워집니다.
    좋은 글, 좋은 사진 잘 보고 갑니다.

    1. 감사합니다.
      산에서 나고 자랐지만, 다시 돌아온 산은 아직 멀기만 합니다.
      언제쯤 그 모습 닮아져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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