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할 시기다. 작년보다는 며칠 늦은 것 같은데,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더 내려간다고 해서, 무를 먼저 뽑았다. 올해는 유난히 당도가 높다. 생으로 깎아 먹어도 맵지 않고 단맛이 강하다.
눈 오는 날 집안에만 갇혀 지낼 때 먹으면 그만일 것 같다. 어릴 때는 고구마도 많이 깎아 먹곤 했는데, 요즘은 입 맛이 변해서 그런지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가끔은 생각날 때가 있다.

수북이 쌓인 눈을 벗겨 내고 입구를 살짝 막아 놓은 흙을 걷어내면, 짚이나 안 입는 옷으로 바람이 들지 않게 막아 놓은 입구가 나온다. 눈밭에 엎드리듯 손을 깊숙이 넣어야 무를 끄집어 낼 수 있었는데, 이때는 추운 것도 눈에 빠지는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가져온 무는 꿀맛이라, 서로 한 입이라도 더 먹으려 다투곤 했었다. 고구마도 빠지면 안 되는 것 중의 하나다. 식구가 많지 않고, 다들 많이 먹는 편은 아니라서 많이는 아니더라도 있을 건 다 있어야 했다.
그때는 동네에 애들이 많아서 누구 집은 있는데 누구 집은 없다. 그럼 기죽어서 못 산다. 기죽지 않게 하시려고 남들 심는 건 다 심으셨다.
그 시절엔 맛없는 것이 없었지만, 눈 오는 날, 꽁꽁 얼어붙어 밖에 나다니는 것도 싫은 날, 뜨거울 정도로 군불을 넣어 놓고 방안에서 먹던 겨울 간식은, 특별한 맛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시래기 만들 것은, 억센 바깥 잎은 골라내고 부드러운 속으로 다듬어 말린다. 무청을 그늘에 말리면 본래 색을 유지하면서 마르게 되지만, 햇볕에 말리면 갈색으로 변한다. 우리 집은 먹을 때 삶는데, 삶아서 말리기도 한다고 한다.
영양성분의 변화나 맛은 어떤 것이 좋은지는 주관적이겠지만, 어머님의 식성을 따라가다 보니, 먹을 때 삶아 먹는 게 맛이 더 좋은 것 같다.

배추도 같이 뽑으려고 했더니만, 아직 김장준비가 덜 되었다고 한다. 추워지기 전에 김장해 보는 게 소원이라며, 김치 냉장고 노래를 부르시더니만, 결국 올해도 그냥 지나간다.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더 떨어진다고 하는데, 올해도 또 첫 추위 때 손 꽁꽁 얼어가면서 김장을 할 것 같다. 나는 배추만 날라다 주면 되지만, 추운데 동동거리면서 다니는 걸 볼 생각 하니, 뒤처리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속을 빼 먹는 방법도 예술이라, 알을 잣 송이에서 빼내지 않고 보이는 부분만 톡 깨어서 빼 먹기도 한다.


























빛을 본 날이 얼마 되지 않아, 걱정했지만 예년보다 늘어난 수확량에 감사하면서도, 늘어난 만큼 판매 걱정을 했는데, 추가 주문이 많아서 다행히 다 처리할 수 있었다.









오미자밭 주변에 심어놓은 취나물 꽃이 한창이다. 날씨가 수상해서 30도를 오르락거리지만, 시간의 흐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지 유난히 꽃이 곱다. 꽃등에 한 마리가 열심히 꽃을 찾아 다녀보지만, 그리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듯하다.
오미자밭에서 보이는 앞산이다. 고개를 한참을 들어야 하늘이 보이는 협곡이지만, 산에 오르지 않고 유일하게 멀리 볼 수 있는 곳이 오미자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