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청 말리기 / 시래기 만들기

김장할 시기다. 작년보다는 며칠 늦은 것 같은데,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더 내려간다고 해서, 무를 먼저 뽑았다. 올해는 유난히 당도가 높다. 생으로 깎아 먹어도 맵지 않고 단맛이 강하다.

눈 오는 날 집안에만 갇혀 지낼 때 먹으면 그만일 것 같다. 어릴 때는 고구마도 많이 깎아 먹곤 했는데, 요즘은 입 맛이 변해서 그런지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가끔은 생각날 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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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이 쌓인 눈을 벗겨 내고 입구를 살짝 막아 놓은 흙을 걷어내면, 짚이나 안 입는 옷으로 바람이 들지 않게 막아 놓은 입구가 나온다. 눈밭에 엎드리듯 손을 깊숙이 넣어야 무를 끄집어 낼 수 있었는데, 이때는 추운 것도 눈에 빠지는 것도 잊어버리게 된다.

그렇게 가져온 무는 꿀맛이라, 서로 한 입이라도 더 먹으려 다투곤 했었다. 고구마도 빠지면 안 되는 것 중의 하나다. 식구가 많지 않고, 다들 많이 먹는 편은 아니라서 많이는 아니더라도 있을 건 다 있어야 했다.

그때는 동네에 애들이 많아서 누구 집은 있는데 누구 집은 없다. 그럼 기죽어서 못 산다. 기죽지 않게 하시려고 남들 심는 건 다 심으셨다.

그 시절엔 맛없는 것이 없었지만, 눈 오는 날, 꽁꽁 얼어붙어 밖에 나다니는 것도 싫은 날, 뜨거울 정도로 군불을 넣어 놓고 방안에서 먹던 겨울 간식은, 특별한 맛으로 오래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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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래기 만들 것은, 억센 바깥 잎은 골라내고 부드러운 속으로 다듬어 말린다. 무청을 그늘에 말리면 본래 색을 유지하면서 마르게 되지만, 햇볕에 말리면 갈색으로 변한다. 우리 집은 먹을 때 삶는데, 삶아서 말리기도 한다고 한다.

영양성분의 변화나 맛은 어떤 것이 좋은지는 주관적이겠지만, 어머님의 식성을 따라가다 보니, 먹을 때 삶아 먹는 게 맛이 더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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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도 같이 뽑으려고 했더니만, 아직 김장준비가 덜 되었다고 한다. 추워지기 전에 김장해 보는 게 소원이라며, 김치 냉장고 노래를 부르시더니만, 결국 올해도 그냥 지나간다.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더 떨어진다고 하는데, 올해도 또 첫 추위 때 손 꽁꽁 얼어가면서 김장을 할 것 같다. 나는 배추만 날라다 주면 되지만, 추운데 동동거리면서 다니는 걸 볼 생각 하니, 뒤처리에, 마음이 답답해진다.

잣 까기, 잣 까는 방법 / 잣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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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은 잣나무가 많은 편이다.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가을이면 대규모로 잣을 따기도 했는데, 값싼 중국산 때문인지, 자연보호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잣을 따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고스란히 청설모나 다람쥐 등 산짐승들의 먹이가 된다.

그렇다고 수십 명이 한 달 넘게 따던 그 많은 잣을 다 먹이로 남겨 두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땐 잣을 주우러 간다. 잣을 따러 일부러 나무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청설모가 따서 던져 놓은 것만 주워도 꽤 많이 주워 온다.

청설모가 잣 따기, 잣 까먹기 선수인데 잣을 까먹는 방법은 신기에 가깝다. 가느다란 가지에 달린 잣을 묘기 부리듯 따 먹는데, 겉껍질을 하나씩 다 벗겨 내면 잣알이 송송히 박힌 속이 나오는데, 이렇게까지 일차적으로 작업하고선, 바로 잣을 빼 먹거나 적당한 곳에 숨겨 놓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속을 빼 먹는 방법도 예술이라, 알을 잣 송이에서 빼내지 않고 보이는 부분만 톡 깨어서 빼 먹기도 한다.

가을 송이가 나기 시작하는 시기에 산에 올라가면 위에서 잣이 툭툭 떨어진다. 청설모란 놈이 잣을 따서 던지거나[footnote]잣을 따서 던진다는 말은, 청설모가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거나 까먹다가, 다른 곳에 저장이 필요할 때 물고서 이동을 하다가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처음부터 잣을 따서 아래로 떨어뜨리고 내려와서 겉껍질을 까기도 한다. 이럴 때는 저장용으로 보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footnote], 나무 위에서 잣을 까먹고 껍질은 던지고 있다. 그러다 인기척에 놀라서 까먹던 잣을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이런 걸 줍는 날은 횡재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런 느낌도 오래가지 못할 때가 잦다. 청설모란 놈이 잣을 내어 놓으라고 따라오기 때문에 결국 내어 줘야 한다. 안 그러면 빽빽 거리면서 계속 따라와서, 시끄러워서도 내어 놓게 된다.

먹기 좋게 송진이 많은 겉껍질을 다 까 놓은 잣을 주울 때는 청설모가 있나를 먼저 살핀다. 빽빽 거리는 소리가 안 나는 날은 기분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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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 까는 방법
잣은 맛과 향이 좋아서 먹는 건 잘 먹을 수 있지만, 까는 것은 좀 많이 수고롭다. 우선 잣의 겉껍질을 부숴서 잣알만 빼내야 하는데, 몇 송이 아닐 때는 손으로 비틀거나 발로 밟다 보면 빠지는데, 많은 양을 주워온 날은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 아버님은 손도끼로 잣 송이의 엉덩이를 두들겨 패서 알을 털어 낸다. 바싹 마른 잣은 송이가 부서지면서 알을 다 토해낸다. 손으로 나머지 알을 다 털어내고, 알을 잘 고른 뒤에 물에 띄워서 속이 빈 잣을 따로 걸러낸다. 물기를 말리고 껍질을 까서 보관하거나, 그대로 보관해서 필요할 때마다 잣을 까기도 한다.

물에 뜨는 잣도 충분히 익어서 그런 것도 있는데, 시간을 두고서 이것들도 다 까서 확인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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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을 까먹을 때는 입으로는 안 하는 게 좋다. 대량으로 할 때는 기계로 한다고 하는데, 산에서 주워온 정도는 잣 까는 도구를 이용하면 된다. 일부러 살 것까지는 없지만, 예쁜 알을 원할 때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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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위에 살던 다람쥐는 요즘 가을걷이에 바쁘다. 잣을 말리려고 널어놨더니만 쉬지 않고 들락거린다.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인지 바로 앞까지 다가와선 잣을 물고 간다. 입안 가득 볼록하게 물고는 가는 곳이 일정치 않은 것으로 봐선 여기저기 숨겨 놓는가 보다. 귀여운 잣 도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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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수확이 끝나고 한두 달 정도는 딱히 바쁜 일이 없어서 아버님은 잣을 주우러 다니신다. 잣나무에 올라가면 나무를 다 베어버린다고 협박(?)을 하니까. 주워 왔다고 하시는데, 나무에 올라가서 따지 않고는 지금 시기에 한 자루씩이나 주워오지 못한다.  팔순 노인이 아름드리 잣나무에 올라갈 정도로 기력이 좋은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며칠 잣을 주워 오시더니, 오늘은 말굽버섯을 따 오시는 걸로 봐서는, 이젠 아버님 힘으로 오를 수 있는 나무가 없거나, 잣이 없는 것 같아서 안심된다.

청설모는 주로 나무 위에서 활동하며, 지상에서 활동하는 시간은 매우 적다. 호두, 잣 등의 종자, 과실, 버섯, 곤충 등을 먹는다. 겨울철 먹이부족을 위해 가을에는 도토리 등의 종자를 땅속에 저장하거나 바위와 나무 틈새에 감추어 두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가을걷이 – 2 / 들깨수확, 들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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깻잎이 누렇게 변하기 시작하면 베어서 말린다. 볕이 좋은 날이면 며칠이면 갈색으로 바싹 마르게 되는데, 이때쯤 자리를 펴고서 들깨를 틀어낸다.

들깨를 베는 시기가 조금 이르면 들깨가 충분히 익지 못하고, 늦으면 베어낼 때 들깨가 빠져나간다. 시기를 가늠하는 건 오랜 시간의 경험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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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년을 이어오면서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 있게 마련이다. 씨앗 틔우는 방법, 잎을 키우는 방법, 또 다른 생명을 이어가는 방법은 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다. 자연과 풍요로운 땅을 모태로 스스로 배워 가는 것이다. 교과서적인 수치나 얕은 지식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자연은 신비로움이 있어서 체험하면서 몸으로 느끼게 해주는데, 순간순간 게으름 피우지 않고 살펴보게 되면 그 시기를 가늠하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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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깨를 털어내고 키질로 먼지나 지푸라기를 바람에 날려 버리고 나면, 탐스러운 들깨가 나온다. 조금은 수고로움을 필요로 하지만, 그 수고로움 뒤엔 넉넉한 채움이 따라온다.

산은 언제나 필요한 그만큼 나눠 준다. 욕심내지 않고 게으름 피우지 않는다면, 시기마다 주어지는 선물을 감사하게 받을 수 있다.

오갈피 효소 만들기 / 오갈피 담기 / 토종오갈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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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처음 담가 보고 두 번째로 담게 된다. 올해는 욕심을 많이 부렸다. 오갈피 열매만, 줄기랑 반반, 줄기만 이렇게 세 가지로 담가 봤다. 작년엔 줄기보다 열매가 많아서 그런지 특유의 향보단 열매의 단맛이 강했다.

줄기에서 정확히는 껍질에서 나는 향이 아주 좋다. 매운 듯 향긋한 냄새를 가지고 있는데, 효소를 만들면 갈색의 빛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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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피는 줄기, 뿌리의 껍질을 약용한다고 하는데, 사실 뿌리의 껍질을 벗긴다는 건 너무 어렵고 나무를 죽이는 일이라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뿌리째 캐내지 않는다. 줄기의 껍질도 물이 오르는 시기에 벗기려 한다면 벗길 수는 있지만, 가시가 많아 껍질을 벗기기가 어려워서, 2~3년 정도 키운 뒤에 줄기를 잘라서 약으로 하거나, 잘게 잘라서 물 끓일 때 넣어서 음료나 차로 즐긴다.

약으로 내릴 때는 뿌리를 넣기도 하는데, 너무 독해서 처음 먹는 사람들은 한참 동안 어지러워할 정도다. 간혹 오갈피나무 뿌리를 구해 줄 수 있느냐는 전화가 오는데, 먹어본 경험이 있느냐고 먼저 불어본다. 처음이라면 안 준다. 줄기는 적당히 조절해가면서 먹으면 그리 독한 편이 아니라서 선물로 많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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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피는 인삼과 비교해서 약리작용이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잘못 알려진 외래종 오가피 때문에 약효에 의심을 받아 많이 알려지지 않았는데, 오래 먹어본 입장에서, 구할 수만 있다면 여러 가지 방법으로 즐겨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토종오갈피인지 먼저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우리 산야에 자생하는 토종오갈피는 향, 약효, 맛(?)에서 분명한 차이가 난다. 오갈피를 잘라와서 잘게 자르다 보면 향을 느끼게 되는데, 어떨 때는 아찔할 정도의 향을 느낀다. 속이 달인다는 표현이 적당한지 모르겠는데 그런 현상/느낌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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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갈피 담는 방법은 다른 숙성시키는 것들처럼 똑같이 해 봤는데, 과일을 담을 때는 발효되면서 과일에서 진액이 흘러나와서 설탕이 녹는 속도가 빠른데, 오가피의 열매, 줄기는 수분(?)이 많지 않아서 설탕이 녹는 속도가 느렸다.

그래서 열매만 담기도 하고, 줄기랑 섞어서 담기도 한다. 지금 시기까지는 줄기에 수분이 많아서 줄기만 담아봤는데 역시 시간이 해결해 줄 것 같다.

줄기는 잘게 잘라서 물을 끓일 때 조금씩 넣어서 끓여 마시게 되면, 차로도 음료수로도 즐길 수 있다.

오갈피나무는 탄수화물, 무기질, 철, 석회, 지방, 비타민 등 영양소가 골고루 갖추어져 있어서 봄에는 어린 순을 나물로 먹기도 하고, 잎을 따 말려두고 차로 이용하기도 한다. 약용 외에도 차나 술로 만들어 먹기도 하는데, 효소를 만들고 나서 술을 부어봤는데 역시나 최고다.

작년 이맘때 담근 오갈피를 먹고 있는데 혼자만 먹고 있다. 여태껏 효소를 만들어 먹어 봤지만, 오갈피는 혼자만 먹고 싶을 만큼 맛과 향이 매력적이다.

탱자 / 탱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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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자나무는 의식적으로 피하는 나무다. 예쁜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을 품고 있고, 가을엔 노랗게 탐스러운 열매도 달리지만, 가시를 가져서인지 겁부터 나는 게 탱자나무다.

탱자나무를 잘 다듬어서 몽둥이(회초리) 만들어 놓으면 아주 그만인데, 다른 나무보다 잘 안 부러지고 가벼우면서도 맞으면 무지 아픈 나무다. 고집 센 샘이나, 개갬이 강한 놈이 만나면 부러질 때까지 패는데, 그러면 맞는 놈은 죽는다.

생각만 해도 엉덩이가 얼얼하고, 손바닥이 화끈거린다. 순전히 나쁜 친구를 둔 덕분으로 맞는 날을 피해 갈 방법이 없었다. 억울하지만 하소연도 못했다. 그러다 더 맞는다. 혼자만 맞는다면 말이라도 해보지만, 추가로 보너스까지 지급되면, 그날로 왕따 당한다.

탱자나무 몽둥이를 만들어 오는 놈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아파하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놈만 나타나면 자리를 피한다. 도망가는 게 신상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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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마음먹고 효소를 담가 보려고 한다. 유기농 설탕을 엄청 사놔서 어떻게든 눈에 안 띄게 치워야 잔소리를 안 듣는다. 설탕만 잔뜩 사 놨다고 한 달을 넘게 잔소리를 듣다 보니, 이젠 설탕 이야기만 나와도 기절하기 직전이다.

탱자를 담글 때는 통째로 그냥 담는 게 좋다고 한다. 칼로 잘라서 담가야 좋다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아직 두 가지 다 안 해봐서 어느 것이 좋을지는 모르지만, 다른 것을 담아본 경험상 통째로 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험 삼아서 조금은 잘라서 담아 보기도 하겠지만, 잘라서 담그면 발효가 빨리 진행되어서 설탕의 비율을 잘못 맞추면 술이 되거나, 너무 달아서 먹기가 부담 서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게으름이 병인 나로선 모험이고 일거리 장만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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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이 잘라서 담는 게 좋다고 난다면, 내년엔 담는 것 포기다. 통째로 담가서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게 나한테는 딱 맞는 방법이다.

탱자나무는 뿌리, 열매, 잎, 나무껍질, 가시, 열매의 씨앗 등 전부 약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그중 미성숙 열매를 구귤枸橘이라고 하는데 疏肝(소간), 和胃(화위), 理氣(이기), 止痛(지통)의 효능이 있고, 胸腹脹滿(흉복창만), 胃痛(위통), 疝氣(산기), 乳房結核(유방결핵), 子宮下垂(자궁하수), 타박상을 치료하고 酒毒(주독)을 해독한다고 한다.[출처:국가생물종지식정보]

다래 / 다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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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루랑 다래랑의 그 다래다. 속은 잘라보면 키위처럼 생겼지만, 맛과 향은 다르다. 다 익으면 투명한 초록빛을 가지는데, 탱탱하던 표피가 쭈글쭈글해지면서 단맛이 강해진다.

서리를 맞고 나서 따게 되면 꿀맛이 되지만, 새, 다람쥐, 청설모 같은 놈들이 그때까지 두질 않는다. 맛있는 건 알아서 익는 족족 다 따먹어 버린다.

덜 익어서 먹으면 목이 간질간질해지는데, 손에 만지기 좋은 시기에 따서는 방에 2~3일 두면 먹기 좋게 익는다. 요즘은 나쁜 비가 많이 오고, 오염이 심해서 그런지 다래가 예전처럼 많이 열리지 않는다. 산에 가보면 덩굴을 건드리는 사람이 없어서, 발목보다 굵은 것이 대부분인데도 다래는 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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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이를 따러 다니면서 다래가 떨어지는 덩굴을 봐 놨었는데, 아직 있으려나 하면서 가 봤더니, 제법 많이 남아 있었다.

비닐봉지 하나 가득 가져왔는데, 숨 돌리고 나서 먹어보려고 찾았더니,  우리 어머님 돈으로 바꾸러 가져가셨단다. 설탕에 재어서 효소를 만들려고 했는데 돈으로 바꾸는 게 남는 거로 생각하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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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잎은 나물로 쓰고 열매는 생식, 다래주, 과즙, 쨈 등으로 이용되며 갈증 및 해열제, 건위, 강심, 강장 등에 약효가 있으며 피로회복, 미용에 좋은 식품으로 알려져 있다.

근경根莖과 엽葉은 (미후리), 과실은 연조자軟棗子라 하며 약용한다.

[연조자軟棗子]

성분: 과실에는 蔗糖(자당), 점액질, 전분, 단백질, tannin, 유기산, 비타민 C(75-90mg%), 비타민 A, 비타민 P 등이 함유되어 있다. 糖(당)의 함유량은 6-16%이다.
약효: 止渴지갈, 解煩熱해번열 하고 石淋(석림-비뇨기결석)을 치료한다.
용법/용량: 3-9g을 달여서 복용한다. [출처:국가생물종지식정보]

가을걷이 – 1 / 호박 말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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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말리는 향이 온 집을 진동한다. 은은한 한약냄새를 풍기면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며칠 더 말린 다음에 알 고르기를 해서 버릴 건 버리고 지푸라기나 먼지는 바람에 날려 버리면 된다.

먼 산엔 제법 물이 들기 시작한다. 이젠 가을걷이를 해야 한다. 들깨를 베어 말리고 털어내는 일, 늙은 호박을 썰어 말리는 일, 취나물 곰취의 씨앗을 받아 내는 일 등 볕이 좋을 때 해야 할 일들이 손을 바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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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틈틈이 호박을 썰어 말리고 계신다. 애호박으로 먹는 호박이라서 시기를 놓쳐 그대로 두면 썩어 버리고, 이젠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맛이 없다. 그래서 호박이 어느 정도 크면 다 썰어서 말린다.

늙은호박을 얻으려고 그런 씨앗을 사오는데도 해발이 높아서 그런지 어느 정도 크면 썩어 버려서 늙은호박은 필요하면 사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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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초에 오미자 수확을 끝내고 오늘은 힘들다는 핑계로 종일 방에서 뒹굴고 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한 달 정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면 겨울에 하는 일이 또 기다리고 있다.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일은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그때그때의 일을 지나치지 않으면 된다. 잘났다고 날뛰다 보면 시기를 놓쳐버려 곤란한 일이 생긴다. 생계와 연결될 때는 일 년을 버리게 된다. 순간순간 관찰하고 배우면서 지혜를 얻어 가는 것이 삶의 묘미이고, 산에서 살아가는 힘이 된다.

2011년 토종 오미자 판매 종료

사용자 삽입 이미지빛을 본 날이 얼마 되지 않아, 걱정했지만 예년보다 늘어난 수확량에 감사하면서도, 늘어난 만큼 판매 걱정을 했는데, 추가 주문이 많아서 다행히 다 처리할 수 있었다.

이제 남은 양은 따서 담거나 말리기 작업을 하고 나면, 올해 오미자 수확은 끝난다. 우리도 좋은 것 담아서 먹어보자고 노래를 부르지만, 수확할 때가 되면 돈으로 바꾸는 것이 더 좋아서, 이삭줍기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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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일정량을 담거나 말리기를 하려고 한다. 말리는 것을 찾는 분들도 많고, 바로 먹을 수 있는 것을 찾는 분들도 있어서 그렇게 결정을 했다. 생오미자로 팔면 돈을 한번에 해서 좋지만, 빠르게 익어버린 오미자를 한꺼번에 처리하기엔, 손이 모자라서 담거나 말리는 작업이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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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를 구매해 주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수년간 단골로 구매해 주시는 분, 블로그를 통해서 구매해 주신 분, 오셔서 농장도 구경하시고 오미자도 직접 따 가신 모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다른 오미자보다 비싸지만, 생각보다 많은 분이 구매해 주셔서, 촌놈이 집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힘이 들어갔습니다. ‘약으로 쓸 것’이라는 것을 잊어버리지 않고, 좋은 오미자로, 약으로 키워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1년 오미자 / 오미자 말리기/ 오미자 수확 –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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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오미자 밭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살고 있는데, 다행히 종류에 따라서 익는 시기가 조금씩 달라서, 처음 수확에서 마지막 수확까지 3~4주 정도 차이가 난다. 고맙게도 한꺼번에 수확해야 하는 어려움이 없다.

오전에 따서 오후에 배송 보내는 것을 원칙으로 하다 보니 새벽부터 움직이지만, 배송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는 날은 정신이 없다. 다행히 아직 주문량을 소화하고 있지만, 다음 주 주말부터는 손을 빌려서 오미자 수확을 할까 한다. 해발이 높고, 자연에서 자생하던 습성 덕분으로 단계적으로 수확할 수 있을 만큼 시차를 두고서, 익어가던 오미자가 이젠 대부분 익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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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송 보내는 작업이 많을 때는, 따온 오미자를 다 처리하기가 버거울 때가 있다. 이럴 땐 담거나 오미자를 말린다. 오미자 말리는 작업이 만만치는 않지만, 말릴 수만 있다면 생오미자를 파는 것보다는 수익이 많다.

예년에는 생오미자로 다 팔려나갔기 때문에 말려야 하는 고민은 없었는데, 올해는 일정량을 말리려고 한다. 해를 본 날이 며칠 안 되어서 수확량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몇 년 전부터 조금씩 심었던 곳에서 많은 양이 나와서, 예년보다 20% 정도 수확량이 늘었다. 늘어난 물량만큼은 현재론 팔려갈 곳이 없다. 다음 주까지 상황을 보고선 말리거나 담는 쪽으로 생각을 바꾸고, 생오미자 판매는 종료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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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이 일을 계속하려면 판매방법, 종류를 다양하게 해야만 할 것 같다. 값싼 중국산이 가격으로 밀고 오다 보니, 올해도 버겁긴 했지만, 단골로 주문하시는 분들의 소개가 많아서 자존심 회복은 했다. 내년부터는 수확량이 더 늘어날 텐데, 생오미자로만 고집하면 힘들 것 같다.

여태껏은 말린 오미자는 직접 오미자를 가지러 오시는 분들께 선물로 드리곤 했는데, 말리거나 담가서 파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생오미자로 파는 것보다는 한꺼번에 돈이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서, 걱정도 되지만 값싼 오미자에 대응하려면 조금 더 수고로움이 필요할 것 같다.

오미자 말리기
오미자는 태양건조가 원칙이다. 프라이팬에 볶아서 말린다는 분들도 있는데, 열을 가하면 영양소가 파괴된다. 볕이 좋은 날 말리면 7~10일 정도면 충분히 마른다.

오미자 먹는 방법 (진액, 말린 오미자)
오미자, 머루를 숙성시킨 진액은 찬물에 타서 먹는 것이 가장 좋다. 말린 오미자는 찬물에 우려 마신다. 달이거나, 보이차 마시는 것처럼 뜨거운 물에 우려 마시는 것은 영양성분이 파괴되어서, 차로도 약으로도 별로다.

몸이 찬 사람들은 미지근한 정도(녹차를 마실 때의 온도)여야 한다고 한다. 진액/효소는 찬물에 타서 하루 정도 지나서 마시면 오미자 맛이 더 강해진다.

2011년 오미자 / 오미자 수확 – 1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추석 차례를 지내고 나서 바로 오미자 수확을 시작했다. 오랜 비에 빛을 자주 보지 못해서, 예년보다 늦어질 거라 예상을 했는데, 꽃이 피고부터 지낸 시간을 어찌할 수 없는지 빠르게 익기 시작해서 정상적으로 수확하고 있다.

소규모 농장이라 저장시설을 마련할 정도의 양도 안 되고, 대부분 생오미자로 팔려서 오전에 따서 오후에 택배를 보낸다. 이튿날 받을 수 있게 하려고 그러는데, 택배도 월요일~목요일까지만 발송한다. 토요일은 택배사의 사정에 따라 달라져서, 다음 주 월요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우리 집은 오미자가 충분히 익었을 때 수확해서, 하룻밤만 자고 나면 발효가 시작된다. 담는 날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발효의 진행이 빨라져서, 설탕/꿀의 비율을 맞춘다고 해도 먹을 때 초 맛이 날 수 있다.

수확하고 4~5일 정도는 맛에 영향이 없었지만, 그래도 오미자 맛을 그대로 느끼려면, 배송기간도 짧아야 하고 받고는 바로 담는 것이 좋다.

아직 배송이 늦어서 초 맛이 난다는 항의(?)는 없었지만, 그래도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택배사의 사정은 내 맘대로가 안 될 때가 잦기 때문이다. 다음날 배송을 원칙으로 배송계약을 해서 이용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늦을 때가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미자밭 주변에 심어놓은 취나물 꽃이 한창이다. 날씨가 수상해서 30도를 오르락거리지만, 시간의 흐름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인지 유난히 꽃이 곱다. 꽃등에 한 마리가 열심히 꽃을 찾아 다녀보지만, 그리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한듯하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오미자밭에서 보이는 앞산이다. 고개를 한참을 들어야 하늘이 보이는 협곡이지만, 산에 오르지 않고 유일하게 멀리 볼 수 있는 곳이 오미자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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