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자나무는 의식적으로 피하는 나무다. 예쁜 꽃을 피우고, 은은한 향을 품고 있고, 가을엔 노랗게 탐스러운 열매도 달리지만, 가시를 가져서인지 겁부터 나는 게 탱자나무다.
탱자나무를 잘 다듬어서 몽둥이(회초리) 만들어 놓으면 아주 그만인데, 다른 나무보다 잘 안 부러지고 가벼우면서도 맞으면 무지 아픈 나무다. 고집 센 샘이나, 개갬이 강한 놈이 만나면 부러질 때까지 패는데, 그러면 맞는 놈은 죽는다.
생각만 해도 엉덩이가 얼얼하고, 손바닥이 화끈거린다. 순전히 나쁜 친구를 둔 덕분으로 맞는 날을 피해 갈 방법이 없었다. 억울하지만 하소연도 못했다. 그러다 더 맞는다. 혼자만 맞는다면 말이라도 해보지만, 추가로 보너스까지 지급되면, 그날로 왕따 당한다.
탱자나무 몽둥이를 만들어 오는 놈이 있었는데, 친구들이 아파하는 것을 즐겼던 것 같다. 어른이 되어서도 그놈만 나타나면 자리를 피한다. 도망가는 게 신상이 편하다.
올해는 마음먹고 효소를 담가 보려고 한다. 유기농 설탕을 엄청 사놔서 어떻게든 눈에 안 띄게 치워야 잔소리를 안 듣는다. 설탕만 잔뜩 사 놨다고 한 달을 넘게 잔소리를 듣다 보니, 이젠 설탕 이야기만 나와도 기절하기 직전이다.
탱자를 담글 때는 통째로 그냥 담는 게 좋다고 한다. 칼로 잘라서 담가야 좋다고 하시는 분도 있는데, 아직 두 가지 다 안 해봐서 어느 것이 좋을지는 모르지만, 다른 것을 담아본 경험상 통째로 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시험 삼아서 조금은 잘라서 담아 보기도 하겠지만, 잘라서 담그면 발효가 빨리 진행되어서 설탕의 비율을 잘못 맞추면 술이 되거나, 너무 달아서 먹기가 부담 서러울 수 있을 것 같은데, 게으름이 병인 나로선 모험이고 일거리 장만하는 거다.
결론이 잘라서 담는 게 좋다고 난다면, 내년엔 담는 것 포기다. 통째로 담가서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게 나한테는 딱 맞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