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나무의 나무껍질과 근피는 한방에서 거담제로 쓰이는 약재이며, 민간에서는 끓는 물에 푹 삶아 그 물로 식혜를 만들어 마시면 신경통, 강장, 해열에 효과적이며 요통, 신장병, 당뇨병, 피로회복 등에 좋다. 나무껍질은 해동피海桐皮, 근피根皮는 해동수근海桐樹根이라 하며 약용한다. 나무껍질을 달여 복용하면 종기, 부스럼, 옴, 하감下疳, 치痔 등 피부병, 류머티즘에 의한 근육마비, 근육통, 관절염, 구내염증 등을 치료한다. [국가생물종지식정보:음나무]”
이 나무는 가시가 많아서인지, 안방 문 위나 현관문 위에 걸어 놓으면 잡스러운 것들이 들어 오지 못한다고 해서, 가지를 잘라다 걸어 놓기도 한다.
좀 많이 모자란 촌놈이지만, 음나무만큼은 절대 안 올라간다. 약한다고 가지 좀 잘라 달라고 사정해도, 요즘은 음나무 구경하기 어렵다면서 들어 주지 않는다. 키 20m 이상, 허리 지름 60~80cm 정도 되는 초대형(?) 음나무가 뒷산에 있는데도 없다고 한다.
가시가 크고 틈이 없어서 어찌할 방법이 없다. 순을 따거나, 가지를 자를라치면 보통의 장갑을 끼고선 작업하기가 쉽지 않다. 나무에 올라가기라도 하면 안 찔리는 곳이 없다. 신발도 띠리한놈 신으면 구멍 난다.
그렇게 무서워하는 음나무인데, 귀한 친구가 음나무 순을 따 달라 하신다. 순간 머리를 굴렸지만, 어찌할 수 없는 친구라 ‘예’ 해버렸다. 피부가 워낙 좋아서 생채기라도 나면 덧나서 고생하는데 어쩔 수 없다.
배미 무서워 군화를 신고 다녀서 발은 준비가 되었고, 옷도 좀 질긴(?) 편이라 방어는 할 정도는 되고, 모자는 두 개를 포개 쓰고, 안에 수건을 넣었다. 손만 해결 보면 되는데, 10년도 넘은 옛날에 끼던 가죽 장갑을 찾는 데 없다. 한숨 푹푹 쉬면서 구석구석 뒤지는데, 어머니가 코 큰 군인들 멍청이 장갑 한 켤레 있다 하신다.
완전 무장을 하고 나무 근처에 갔는데, 정말 올라가기 싫다. 보는 것도 무서운데, 올라가서 순을 따야 한다는 건 더 무서워서, 순이 다 펴서 못 먹는고 할까, 아직 먹을 수 있을 만큼 자라지 않았다고 할까, 핑곗거리를 찾다가 사다리를 걸치고 올라갔다.
군바리 장갑 생각보단 튼튼하다. 무서운 가시가 뚫고 들어오진 못한다. 그래도 썩은 가지를 잡고 있는데 손이 바들거린다.
1kg 남짓 순을 따고선 방글거리며 집에 왔더니, 어머니가 보시곤 나무를 다 베어 오는 줄 알았다고 하신다. 음나무 순은 너무 써서 약으로 아니면 나물로 먹기는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