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 순이 올라온다 / 봄은 지혜로운 기다림에 대한 보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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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남들보다 일찍 심어본다고 서둘렀는데도 며칠 늦게 심었다. 그래도 작년보단 일찍 심어서 그런지,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일찍 올라온 놈들은 냉해를 입어 말라 버리더니만, 가운데서 다시 순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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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만 해도 드문드문 땅을 밀어 올리는 게 보이더니만, 이젠 전부 다 올라오기 시작한다. 성질 급한 놈은 밖을 못 찾고 비닐 밑으로 방향을 잡아서 자란다. 이런 놈들은 밖으로 머리를 꺼내서 자리를 잡아주지 않으면, 한낮의 뜨거운 빛에 녹아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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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 입은 것은 가운데서 다시 순이 솟아나지만, 비닐 속에서 녹아 버리면 그걸로 끝이다. 순 고르기 안 하려고 그대로 둔다는 분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일 먼저 나오고 강한 순들이라서 그냥 두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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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해 입은 감자순

구멍구멍 감자순들이 자리를 다 잡을 때까지 몇 번 더 살피고, 밖으로 나오게 자리를 잡아 주면, 저절로 알아서 자라기 시작한다. 한 뼘 정도 자라면 순고르기를 해주고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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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글쪼글 볼품없던 감자에다 새순을 내고 또 한해의 삶을 이어가는 걸 보면, 힘들어서 못 하겠다, 지겨워서 도망가고 싶단 말을 못한다. 혹독한 겨울/시간을 지내면서 한껏 작아질 대로 작아지지만, 땅속에 들어가면 다시 활기를 찾고 생명의 흐름을 이어간다.

시간을 기다리고 참아 내면서, 얼마나 많은 생각을 했을지 모른다. 순간의 선택으로 전체를 결정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한 번의 선택이 마지막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참고 또 기다리며, 수많았던 경험과 상황들을 되새겨 보면서, 봄이 오길 고민했을 것이다.

오래된 시간과 경험의 지혜에서 봄을 기다리는 법을 배웠을 것이고, 순을 내고 생명을 이어가는 이치를 알게 되었을 것이다.

봄은 지혜로운 기다림에 대한 보답으로 오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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