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지버섯 / 구름버섯

고로쇠나무가 죽었다. 20년 정도 된 것 같은데 아직 서 있다. 대부분 부러지거나 넘어져 죽어서 십여 년 안 돼서 사라지는데, 이 나무는 서서 죽어서 그런지 아직 꼿꼿하게 서 있다. 고로쇠나무에 운지버섯이 나는 건 처음 본 것 같다. 대부분 말굽버섯이나 말굽 상황버섯이 피는데 온몸을 운지버섯으로 덮었다. 작년엔 없었던 것 같은데 버섯나무가 되었다. 이 나무는 말라 죽게 되면 …

초오 / 산골의 봄

고로쇠가 끝나고, 생강꽃봉오리가 나올 무렵 산에서 만나는 새순이 초오다. 초오 새순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생강꽃(산동백)봉오리가 터지기 시작하면 고로쇠가 끝난다. 올해는 고로쇠는 늦게 나왔지만, 초오 새순은 예년과 비슷하게 나왔다. 지금부터는 한철 괴롭혔던 자리를 정리하고, 감자 심을 준비를 한다. 곰취 취나물 밭 겨우내 자랐던 잡초를 제거하고, 밭 주변정리 태우기, 거름 내고 밭 갈기 등 본격적인 산골의 봄이 시작되었다. …

봄소식 – 쑥

올해는 봄이 좀 더 멀리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자연의 흐름은 순응할 수밖에 없고, 기대지 않으면 의지하고 살 수가 없다. 욕심이 과해서인지 바람으로 끝난다. 양지쪽 담벼락 아랜 쑥이 제법 올라왔다. 파릇한 봄옷을 입었지만, 채 가시지 않은 추위를 막으려고 하얀 털옷을 걸쳤다. 밤엔 영하 4~5도로 떨어지지만, 이 정도 추윈 이겨낼 수 있는지 어제보단 제법 커 보인다. 냉이도 …

연리지 / 연리목, 사랑나무

우리 지역엔 사랑나무가 많다. 숲이 우거지고 나무가  빼곡하게 자라다 보니, 붙어 버리는 나무가 많아지는가 보다. 특히 단풍나무가 주로 보이는데, 한 뿌리를 사용하면서 따로따로 자라다, 중간에서 붙어 버린다. 소나무도 가끔 보인다. 다른 뿌리를 사용하다가 중간에서 붙어 버린 나무도 있다. 이 나무는 단풍나무인데, 다른 뿌리를 가진 두 그루의 나무가 바위를 사이에 두고서 자라다가 중간에서 만나 붙어 버렸다. …

백운동 해돋이 2012

한동안 춥다는 핑계로 꼼짝 않고 있었더니만 몸무게만 늘었다. 한번 게으름 피우기 시작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계속하는 버릇 때문에 늘 후회를 하면서도, 시간이 너무 빨리 간다고만 투덜거린다. 지금 시기에 해야 할 일들은, 오미자 넝쿨정리 마무리, 고로쇠 받을 준비 등 시간을 다투는 일들만 남았는데 아직 몸이 굼떠서, 꼼지락거리고만 있다. 멀리 높은 산에 아직 눈이 남아 있지만, …

해는 언제나 동쪽에서 뜬다

2011년도 며칠 안 남았다. 한미 FTA 날치기, 10.26 부정선거, BBK 등 수많은 숙제를 남기고, 또 그렇게 시간은 흐른다. 어떤 일들은 시간이 지나면 잊히게 마련이지만, 두고두고 우리의 삶을 얽어매어 힘들게 할 것이라서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의식 속에 뚜렷하게 살아날 것이다. 2012년, 두 차례의 선거에서 바른 선택과 결정을 하지 않으면, 예측 가능한 미래가 펼쳐질 것이다. 살면서 가장 …

김장 / 김치담그기

올해는 좀 많이 담게 되었다. 식구가 늘어난 것도 아닌데, 작년보다 50포기를 더 담갔다. 시절이 시절인 만큼 생활의 방식(?)도 바뀌어야 한다는 게 공론(?)이지만, 올해 배추가 유난히 맛있다. 모종을 사올 때 비싼 것을 샀더니만, 한 아름에 몸무게가 7kg이나 되는 놈도 있다. 큰 배추는 맛이 없다고 했는데, 품종개량이 잘되었는지 달고 맛있다. 몇 년간 꾸준히 땅심을 기른다에 중점을 두고 …

계절을 잊은 쑥갓 / 착각

지금 피는 시기는 아닌 것 같은데, 봄에 심어놓은 것에서 새순이 돋았는지, 그 씨앗이 싹을 틔워 자랐는지 모르지만, 계절의 흐름을 잊은듯하다. 다른 놈들은 벌써 한 해를 마무리하고 겨울잠에 들었는데, 양지 바른쪽이라 착각을 했나 보다. 살아가면서 순간순간 지혜롭고, 현명해지기를 바라지만, 그 순간에 무뎌지고 둔해져서 밋밋한 일상이 되어버리곤 하다가, 어느 순간 ‘그래, 이거야’를 외쳐 보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

무청 말리기 / 시래기 만들기

김장할 시기다. 작년보다는 며칠 늦은 것 같은데, 다음 주부터는 기온이 더 내려간다고 해서, 무를 먼저 뽑았다. 올해는 유난히 당도가 높다. 생으로 깎아 먹어도 맵지 않고 단맛이 강하다. 눈 오는 날 집안에만 갇혀 지낼 때 먹으면 그만일 것 같다. 어릴 때는 고구마도 많이 깎아 먹곤 했는데, 요즘은 입 맛이 변해서 그런지 예전처럼은 아니지만, 가끔은 생각날 때가 …

잣 까기, 잣 까는 방법 / 잣 도둑

우리 지역은 잣나무가 많은 편이다.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가을이면 대규모로 잣을 따기도 했는데, 값싼 중국산 때문인지, 자연보호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잣을 따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고스란히 청설모나 다람쥐 등 산짐승들의 먹이가 된다. 그렇다고 수십 명이 한 달 넘게 따던 그 많은 잣을 다 먹이로 남겨 두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땐 잣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