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주 이내에 오미자 수확을 결정해야 하는데 무시무시한 태풍이라고 해서 걱정을 많이 했다. 오늘 새벽까지만 해도 무서웠다. 동네에 30년 이상 된 빈집들이 많기도 하고, 작년 장마 때 집 옆 산 귀퉁이가 찢어져 있었던 곳이 있어서, 열흘 가까이 계속된 비로 근처에 가기가 겁이 났었는데 이번 태풍에 무너질 줄 알았다.
다행히 비가 많이 안 와서 그나마 조용히 넘어간 것 같다. 빈집들은 여기저기 지붕이 날아가긴 했지만, 넘어지진 않았다. (넘어졌으면 좋았을 텐데. 어지러운 것들 쫓아 나올 것 같아서 영 아닌데.)
나무가 부러지고 울타리가 넘어지는 정도의 피해는 있었지만, 심각한 정도는 아니었고, 수확시기 다 된 오미자가 더 걱정이라서 새벽같이 둘러봤더니만, 다행히 넘어지진 않았는데, 여기저기 오미자가 떨어져 나뒹굴었다.
그래도 지금 시긴 그나마 나은 편이다. 적당히 익은 시기라 오미자 효소를 만들면 되기 때문에 버리는 건 없다. 주워 모으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흙이랑, 지푸라기를 살짝 씻어 물기를 빼고 오미자효소를 담가버렸다.
사방으로 높은 산이 막혀 있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많이 떨어지지 않아서, 부러진 나무를 정리하고, 울타리 보수하는 건 힘든 줄 몰랐다. 내일 또 태풍이 올라온다고 하는데 뭐 이젠 쉽게 보인다. 자발떨다가 울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