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가 많이 자랐다.

모처럼 오전이 한가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다니다, 키 높이로 열린 호두를 찍어왔다. 떨어질 놈들은 다 떨어지고 실하게 열매로 자랄 놈들만, 남아 있는지 열매가 떨어진 흔적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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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잎을 따서 살짝 비벼보면 기분 좋은 냄새가 난다. 어릴 때 이 냄새가 좋아서, 몇 번이고 따서 비벼보곤 한 적이 있다. 나이가 들어서도 가끔 잎을 따서 냄새를 맡아보곤 한다.

호두는 익으면 겉을 싸고 있는 껍질이 분리되면서, 속에 딱딱한 껍질이 또 나온다. 세 겹을 벗겨야 속살이 나온다. 소중한 보물인양 꼭꼭 숨겨 놓았지만, 딱딱한 껍질을 뚫고서 속을 파먹는 벌레도 있다. 어떤 놈들인지 아직 보지는 못했는데,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선 속살을 다 먹어 버린다.

겉껍질이 벗겨지지 않을 때는 안쪽 딱딱한 껍질이 덜 자라 물렁물렁하다. 그 안쪽 속살은 물처럼 흔적만 있는 상태인데, 이때 벌레가 침투하는 것인지, 새가 파먹는 것은 본 적이 없고, 가끔 다람쥐가 어슬렁거리는 것은 봤는데, 다람쥐가 그러는 것인지, 심증도 있고 물증도 있는데 현장을 못 잡아서 확실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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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자라고 하는 것은 호두가 아니라 따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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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나무와 비슷하게 생긴 가래나무열매가 추자다. 가래라고도 하고, 추자라고도 하는 것의 모양은, 호두는 전체적으로 둥글지만, 가래는 타원형으로 생겼다. 언뜻 보면 복숭아 씨앗처럼 생겼지만, 추자는 둥근 타원형으로 끝 부분만 뾰족하다. 추자를 개량한 것이 호두라고 하는 이야기도 있다.

겉껍질이 벌어지고 알이 저절로 떨어지기를 기다렸다가 주워담으면 쉬운데, 그러면 동작 빠르게 호두 까먹는 놈들한테 빼앗겨서 안 되고, 겉껍질이 벌어지는 놈들이 보이면, 따서 한군데 모아서 며칠 두면 껍질이 발효되면 물렁물렁해지는데, 이때 발로 밟거나, 집게로 집으면 겉껍질이 홀랑 벗겨진다.

알맹이는 물로 한번 씻은다음 볕에 말려서 보관하면 된다.

어릴때는 바로 먹을 욕심으로 채 익지도 않은 것을 따서는, 발로 밟아 문지르고, 손으로 바닥에다 갈아서 겉껍질을 벗기고 했었다. 이러면 손이 새까맣게 물이드는데, 한참 동안 물이 빠지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있던 큰 나무들은, 태풍에 넘어져 죽거나 병이 들어 죽어서, 우리 나무는 한 그루만 있다. 막냇동생이 초등학교 1학년 때, 입학 기념으로 학교 화단에서 가져온 것으로 생각하는 놈이 자라서, 가을이면 20kg 쌀포대에 한 포대씩은 줍는다.

해마다, 동생은 자기가 학교에서 옮겨온 거다. 아버님은 산에서 캐다 심은 거다, 라면서 언쟁이 벌어진다. 알이 잘고 커봐야 메추리알 두 배정도이고, 겉껍질이 두꺼운 걸로 봐서는 아버님 말씀이 맞는 것 같기도 하고, 동생이 가져다 심은 걸 본 것 같기도 하고., 수세에 몰리면 아버님은 그놈은 죽었다고 하신다.

“호두가 많이 자랐다.”에 대한 10개의 댓글

  1. ㅎㅎ 저두 어렸을 적에, 사촌오빠들이랑 긴 장대를 휘두르며
    할머니 댁에 있던 호두나무를 못 살게 굴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
    발로 비벼서 까느라고 옷에 호두 물이 잔뜩 들어서 못 입게 되었더랬죠. ㅎㅎ

    1. ^^ 호두는 아무리 조심해서 까먹는다고 해도, 손에 옷에 물이 들게 됩니다. 우리 조카 녀석은 손에 물든다고 껍질 까고 씻어 말려 놔야 까먹습니다. ㅎ~

  2. 호두 나무는 처음봅니다..^^
    저게 호두가 되다니..
    신기하네요..^^
    잘 보고갑니다..^^

    1. 감사합니다. ^^
      호두나무는 참 많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나무가 험하지 않고 쉽게 올라갈 수 있어서 여름엔 매미 잡으러, 가을엔 호두 따러 올라가기도 하고, 놀이터 삼아서 호두나무 아래서 많이 놀았습니다. 지금은 그 나무 들은 태풍에, 병들어서 죽어 없어졌지만, 호두나무는 어릴 적 추억을 꺼내게 합니다. ^^

  3. 호도 잎사귀가 냄새가 나는 줄 첨 알았쪄요~ 호도 정말 좋아해요.
    엄청나게 비싸죠 ㅠㅠ 다람쥐도 자기가 찍어둔 나무라 우기지 않을까요 ㅋㅋ
    편안 하루 되세요.

    1. 음., 건 생각을 못했네요. ^^
      호두 비싸지 않을 걸요, 한 알에 50~100원 사이 아닐까요.? 더 비싸면 안 되는데, 다람쥐랑 경쟁해야 하는일이., ^^ 감사합니다.

  4. 어라 제가 생각하고 있는 호두가 맞죠 갈색에 딱딱한 껍질은 가진….

    아직 다 안익은 녹색호두를 보니 ㅋ 색다르네요

    1. 유키NO님 오랜만입니다. ^^
      ㅎ~ 그 호두 맞아요, 꽃이 떨어지고 한창 자라기 시작한 모습입니다.
      이제 시간만 기다리면 가을에 맛있는 호두를 먹을 수 있습니다.
      한 알만 드릴까요.?

    2. 네. ^^ 가을에 호두 줍고 나서 셈할 때 잊지 않을게요. 근데 올해는 호두가 많이 달리지 않았다는. ?? 이상한 소문이 돕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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