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지의 두릅은 벌써 나왔다는데, 우리 집은 이제 첫 수확을 했다. 오미자 밭 주변이나, 다랭이논처럼 생긴 밭에 언제부턴가 하나씩 나더니만, 제법 수확을 할 만큼 번식을 했다.
앞으로 2~3일 간격으로 보름 정도는 따낼 수 있다. 양이 많지 않아서 돈으로 바꾼다는 말이 이상할 정도지만, 우리 어머님 봄철 유일한 수입원이다 보니, 오늘도 아침에 따 오셔서는 바로 돈으로 바꾸러 가셨다.
맛이라도 보게 몇 개만 주면 안 되느냐고 사정을 해도 안 된다신다. 취나물, 곰취는 제법 컸지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자라지 않아서 며칠 더 있어야 한다.
멀리 산자락도 수채화 물감 뿌려 놓은 듯 연녹색으로 변해 간다. 눈을 감으면 온몸을 감싸고도는 바람이 차갑지 않은, 그래서 더 오래 느낄 수 있어서 좋은, 파릇한 봄 내음이 사정없이 마음을 헤집는, 이 시기의 산골을 좋아한다.
공부를 핑계로 도망치듯 도회지로 나갈 때는 그렇게도 싫었는데, 객지생활이 오래될수록 자꾸 생각나게 하던 모습들이다.
싸하게 살갗을 스치는 밤바람이 고운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