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담장을 주변으로 피어난 꽃들.
산골의 봄은 다른 야지
보다는 한참 늦어서 이제 피는 꽃도 있다.
매화꽃은 벌써 지고, 열매가 나오는데 꽃만 피우는 겹홍매화는 지금
막
피기 시작한다.
죽단화 라고만 알고 있었던, 겹황매화도 이제 막 핀다.
이중
애착이 가는 것은 금낭화다.
꽃이 피기 전에는 주머니를 닫아놓은 것처럼 생겼고, 피면 열어놓은 주머니가 된다. 우리 식구는
삐삐머리처럼 보인다고 한다. 생명력이 강해서 한 포기만 심어놔도, 몇 년 안 가서 주변이 전부 금낭화 밭이 되어 버린다.
금
낭화(錦囊花) 한자로는 이렇게 쓴다고 나오고 ‘비단주머니’라는 이름이다. 귀하고 소중한 것을 보관하던 주머니를 금낭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꽃이 피는 시기는 내내 행복하다.
금낭화 씨를 얻어다 심어 놓고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다른
집에는 울타리, 돌담 사이에도 금낭화가 피었는데 우리 집만 없어서, 옆집 삼촌한테 씨를 얻어 심었는데,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금낭화만 보면 그때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오래전에 옆집 삼촌을 도와서 금낭화 모종을 만들고,
마을 곳곳에 금낭화를 심어 마을을 온통 금낭화 밭으로 만든 적이 있었다. 몇 년은 예쁘게 잘 자랐는데, 언제부턴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개집 근처, 마당 안, 담벼락 사이에만 금낭화가 남아 있다.
등산로 폐쇄나, 마을 입구에 차단기
설치해서 배낭검사, 차량검사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다.
지천으로 널렸던 제비꽃, 마음속까지 향기롭게
만들던 들국화, 한발 크기로 자라던 감자란, 이런 것들은 우리 마을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포함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볼 줄 알고,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본 생각이다. 이것만큼은 지키고 살고 싶은, 마지막 남은
마음의 찌꺼기다.
전, 금낭화보다 죽단화에 마음이 가네요. ^^
어릴 적 할머님 댁 마당 한 켠에 저 노오란 죽단화가 있었거든요.
저 꽃나무만 보면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답니다..
아직도 코 끝에서 그 향기가 가시질 않네요…
죽단화를 좀 더 많이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죽단화가 필 무렵 거의 1주일 정도 비가 내리는 바람에, 정상적으로 뽐내보지도 못하고 져버렸습니다. 여운이 남는지 아직도 부분부분 작은 송이가 남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꽃들이 참있쁘네요 ^^
금낭화는 생긴 모습은 여려 보여, 아슬아슬 하지만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에 빠집니다. 감사합니다.^^
아, 정말 탐스럽게 피었네요…탐욕스런 인간 마음을 유혹할 만도 합니다…ㅎㅎ
^^ 네, 정말 예쁘죠? 선홍빛 아름다움에 취해서 정신을 놓고 보게 하고, 다른 생각 못하게 합니다.
아..
갑자기 ‘봉선화 연정’의 노랫말이 떠오르는데요 ~
손대면 안될 걱 같은
아슬한 라인이 지켜보기에도
가만히 숨을 참고 지켜 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이기.. 이 말씀도 담아 갑니다 🙂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가슴 저리게 만듭니다. 씨로 번식하는 게 많이 어렵고, 손이 많이 가서 아직 시도를 못 하고 있는데요 옆집 삼촌한테 배워서 온 마을에 금낭화가 피게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