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을 먹으려고 집 옆 공터(?)에 조금 심어 놨는데, 키만 멀쑥하게 자라더니만 알을 맺었다. 얼마 되지 않는 양이라 바쁜 일에 밀리다 베는 시기가 조금 늦었더니만, 일찍 마른 놈들은 알이 다 빠졌다.
며칠 사이에 그렇게 되었다. 너무 이르면 알이 채 영글지 않고, 조금 만 늦어도 알이 다 빠지고, 게으른 농사꾼이라 허둥대기만 할 뿐 제대로 정리가 되는 게 없다. 어머님이 재촉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새나 바람에 다 빼앗기고 말았을 거다.
알이 잘고 도망을 잘 가서, 넓게 자리를 펴고 조금씩 몽둥이로 살살 패면서 털어야 한다. 힘만 믿으면 다 도망가버린다. 그래도 참깨보단 적지 싶다.
해마다 느끼는 거지만, 털어낸 들깨를 고르다 보면 유독 벌레가 많이 나온다. 어디 숨어 있다 나오는지. 그냥 말려도 그리 문제 될 건 없지만, 어머님은 물에 대충 씻어서 말린다. 물에 가라앉은 것들은 가라앉고 떠내려갈 것들은 떠내려가고, 그래도 말리려고 펴 놓으면 꼬물꼬물 기어 나온다.
절정으로 가던 단풍도 하루가 다르게 빛이 바랜다. 일상이 되어서 그런지 눈에 차지 않더니만, 잎이 떨어지기 시작하니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