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를 따다가 발견한 새 둥지, 오미자 덤불 속에 집을 지어 새끼를 치고 떠난 집이다. 그동안 식구(?)라고 인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오미자, 머루 밭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모르는 식구들이 있었다.
땅속의 보이지 않는 미생물부터 시작해서 지렁이, 두더지, 좁쌀보다 작은 진딧물, 응애, 노린재, 여치, 무당벌레, 말벌, 장수말벌, 물까치, 산비둘기, 가끔가다 정신없이 밭을 망쳐 놓는 산토끼, 노루, 고라니, 멧돼지까지 대식구가 모여 산다.
때로는 해를 입히는 불청객으로, 때로는 농작물을 지켜주는 파수꾼으로서, 각자의 위치에서 나름의 일들을 충실히 해낸 오미자, 머루밭의 식구들이다. 계절이 변하고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각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 한해를 같이 보낸 식구들이 수확의 막바지에서 묘한 느낌을 준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고생도 많이 했지만, 색이 곱고 향이 강해서, 진액으로 만들어 먹으면 일 년 내내 행복할 것 같다.
언제나 우리는 이삭줍기로 담는다. 해마다 먹을 것부터 먼저 담가 놔야지 하면서도, 막상 수확하게 되면, 돈으로 바꾸는 게 먼저다. 이번 주에 주문량만 다 보내고 나면, 올해 수확은 끝이 날 것 같다.
다음 주부터는 이삭줍기해서 이웃들과 나누고, 우리도 오미자, 머루를 담고 말릴 것은 말리게 되면 오미자, 머루 농사는 끝이 난다.
정말 대식구를 거느리고 계신데요….
올때마다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 가을걷이가 끝나고 몸살을 심하게 하느라, 한동안 정신이 없었답니다. 블로그도 안 와보고, 그러다 보니 인사가 늦었습니다. 건강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