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 / 칡꽃 – 꿀벌의 겨우살이 준비

보름 전부터 칡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비가 오는 중에도 바람에 향이 묻어 온다. 칡꽃은 등나무 꽃, 아카시아 꽃하고 비슷하지만, 향기는 이들 중 가장 강할 것으로 생각한다. 집 주변에 온통 칡넝쿨이 자라는데, 집안 가득 향기가 배어 있다.  칡은 콩과의 덩굴식물로 꽃이 지면 콩깍지처럼 생긴 씨앗을 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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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칡을 일부러 캐지 않는다. 예전과 달리, 칡의 사용처가 사라졌기 때문인데, 신경 안 쓰고 그냥 두면 온통 칡넝쿨이 점령해서, 나무를 타고 오르면 시름시름 앓다가 죽어버리고, 덤불을 덮으면 한해만 지나면 칡넝쿨만 남는다.

넝쿨을 걷어서 가축을 주거나, 농사용기를 만들고 할때는 칡을 구경하기 어려웠다고 하는데, 요즘은 맘 놓고 자라서 무법자가 되었다.

칡이 자람으로써 주변의 밭이나, 산소에도 피해를 준다. 산돼지란 놈이 칡을 캐 먹으려고 온통 뒤집어 버리기 때문에, 수시로 뿌리 죽이는 약으로 죽이는데, 땅에 살짝 기대기만 해도 뿌리를 내리고 자라서, 대응하기 쉽지 않다. 칡은 어릴 적 추억이 있는 친구 같은 존재인데, 천덕꾸러기에 애물단지로 전락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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칡은 암칡, 수칡이 따로 있는데, 암칡은 껍질이 얇고, 밝은색을 가지고 있다. 한 입 씹으면, 갈분가루가 뽁뽁 빠져나오는 재미가 좋았는데, 볼록하게 씹기도 어려울 정도로 입에 넣고는, 서로 쳐다보면서 낄낄거리곤 했었다. 갈분을 뽑아내는 것도 암칡이라고 한다. 수칡은 맛이 강하지만, 갈분이 많이 나오지 않아서 캐 먹지 않았다.

한나절은 넘게 한 뿌리를 캐 놓고는, 나누기를 하는데 나이 많은 순으로 나누다가, 그다음은 대장이 맘에 드는 순으로 나눈다. 그러다 보면 맛없는 부분은 대장한테 찍힌 놈한테 간다. 그래도 대장의 은혜를 무조건 받을 수 있는, 어린아이들은 씹기 편하고 갈분이 많이 나는 부분을 때어 줬던 기억이 있다.

어쩌다 옛 생각에 칡을 캐내다 말고 한입 먹어 보면, 그때의 맛이 나지 않는다. 입맛이 변했는지, 먹을거리가 풍부해져서 그런지, 조카 녀석들은 입에 대지도 않는다. 오늘같이 비 오는 날은 칡냉면 한그릇 먹으면 부러울 게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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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의 마지막 밀원 칡꽃

칡이 완전 애물단지만은 아니다. 칡꽃은 겨우살이 준비하는 꿀벌에겐 대량의 꿀을 모을 수 있는 마지막 밀원이다. 칡꽃이 지고 나면, 야생화, 약초의 꽃이 피긴 하지만, 칡꽃에서 겨울양식을 충분히 모으지 못하면, 겨울나기가 쉽지 않다.

토종꿀을 따는 시기는, 장마 전에 따기도 하지만, 칡꽃이 지고 나서 따는 게, 충분히 숙성되었기 때문에 좋은 꿀을 나눌 수 있다. 장마 전에 따면 칡꽃이 남아 있어서 나름 겨우살이 준비가 되지만, 칡꽃이 지고 꿀을 따면, 겨울양식을 충분히 남겨 둬야 한다. 보통 꿀벌 한통이 겨울을 나는 데 필요한 양은, 5~6L 정도 된다. 이 정도면 충분히 겨울을 난다.(우리 집에서 남겨주는 양)

“칡 / 칡꽃 – 꿀벌의 겨우살이 준비”에 대한 18개의 댓글

  1. 어릴 적 아버지가 식빵처럼 결따라 조금 찢어주신
    칡을 입에 넣었다가 기겁을 한 적이 있어요. ㅎㅎ
    어찌나 쓰던지.. -_-;
    쓴맛 뒤에 단맛이 있다고 거듭 말씀하셨지만
    전 그 쓴맛에 질려 입 안의 모든 침을 쥐어짜내다시피
    뱉어냈던.. ㅋㅋ
    그래도 꽃은 참 예뻐요. 그쵸? ㅎㅎ

    1. ㅎㅎㅎ 마저요, 처음엔 엄청 쓴데요 수칡일 때는 그렇지만, 갈분이 많이 나는 암칙은 그리 많이 쓰지 않아요, 처음 나온 즙을 한입 뱉어내고 먹곤 했어요. ^^ 웃음꽃 님의 기억 속에도 칡이 있었네요. 수수한 촌놈처럼 티 내지 않고, 있는 듯 없는듯하다가 꽃이 필 때쯤 존재함을 알려 주네요, 향기는 아카시아향 비슷한데 더 상큼하고 진해요. ^^

  2.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나름 고충이 있으시군요(^^*)
    제발이지 떠내려 가게 기도 동참하겠습니다.ㅎㅎㅎㅎ
    일땜에 나갔더니 비가 억수 같이 쏟아집니다.
    조금만 더 오면 떠내려 가지 않을까싶네요.ㅎㅎㅎ

    1. ㅎㅎㅎ~, 오늘은 멀리 거제도를 다녀왔습니다. 모처럼 얼굴 좀 보여달라는 친구가 있어서, ^^ 거제도는 비가 그리 많이 오진 않고, 뜨문뜨문 왔는데, 집에 와보니 비가 정말 많이 왔다고 합니다. 약간의 설렘(?)이 있습니다. 내일 아침 새벽같이 나가봐야겠습니다. ^^ 좋은 주말 되셨나요.? 감사합니다.

  3. 부산에서 드물지만 가끔 직접 칡을 짜서 파는 리어카를 봅니다.(^^*)

    간밤에 우루루 쾅쾅 비가 세차게 내리는 바람에 놀라서
    잠을 설쳤더니 오늘 토끼눈이 되었답니다.ㅎㅎㅎ
    저는 28층에 살아서 비 피해는 없습니다만,아리수님처럼
    농사 지으시는 분들은 날씨의 변수에 따라서 영향을 많이
    받으시니 걱정입니다.
    건강한 주말 보내십시오.

    1. 아직은 좋습니다. ^^ 이 정도에서 그치면 오미자, 머루도 좋을 것 같고요, 송이버섯도 기대할 수 있답니다. 비 피해는 크게 없었는데, 개울 건너에 있는 오미자 밭이 태풍 매미때 떠내려가서, 새로 개울을 보수하면서 조금 부실했는지 큰비만 오면 걱정을 했는데, 이번에 주저앉았습니다. 개울 둑이 100m 정도가 뚝 떨어져서 위험한 상태인데, 아예 떠내려갔으면, 보수공사 해달라고 억지를 부려볼 텐데, 주저앉은 상태라 억지 부리기도 그렇고 해서, 큰비가 한 번 더 오길 기다립니다. 떠내려가게 (흐~ 비밀입니다. ㅋㅋ~) 좋은인연님도 주말 잘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

  4. 요즘은 칡이 인기가 없나봐요(^^*)
    예전에 기관지에 좋다고 해서 칡즙을 구해서
    먹었던 적이 있습니다.
    몸에 좋지 않나요.?ㅎㅎㅎ
    투박한 칡에 비해서 꽃은 꽤 화려함이 돋보이는 것 같습니다.

    1. 칡의 효능을 소개하지 않아서. –; ^^ 칡은 약용으로 유용하다고 합니다. 큰 소득을 주는 놈이라면, 제가 다 캐냈을 겁니다. ㅎ~ 밭이나, 산소 근처로 접근하는 놈들이 무적이지만, 약으로 필요하다는 분이 계시면 캐서 드립니다. 꽃이 생각보다 예쁘죠.? 은근한 친근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래서부터 위로 올라가면서 꽃을 피우기 때문에, 꽃이 피는 기간이 길답니다. ^^ 밤이 되면서 또 비가 오기 시작합니다. 비 피해 없으신지 모르겠습니다. ^^

    1. 워낙 생명력이 강해서 밭으로, 산소 주변으로 침범하지 않은 놈들은 처리를 못 합니다. ^^ 꿀벌이 줄어드는 현상은 국지적이 아니라, 전체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입니다. 저희 집도 작년에 비해선 반으로 줄어든 상태입니다. 관리의 변화는 없는데, 이상하게 번식을 못 하고 있습니다. 저희 집 말고 마을에 꿀벌을 치는 집이 있는데, 마찬가지로 올해 새롭게 분봉 된 벌통의 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여왕벌의 생식 능력이 떨어졌습니다. 매년, 1통에서 최소한 2~3통 정도 분봉을 했는데, 올해는 저희 집은 아예 없습니다.

  5. 사촌형들 따라 다니면서 칡은 많이 먹었었는데, 칡꽃은 처음 봅니다.
    칡 씹는 재미가 쏠쏠했는데..
    다시 먹으면 제대로 씹을 수 있을까요? ^^
    칡에 관한 이야기를 올려주신 덕분에 가공되지 않는(?) 미소가 얼굴에 그려지네요.^^

    1. 칡꽃은 그저 수수한 촌놈처럼 있는 듯 없는듯하다가, 강한 향기로 그 존재감을 느끼게 해 준답니다. 요즘은 애물단지로 전락했지만, 옛 생각을 하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

    1. 제가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술로 담가보진 않았는데, 담가 논 걸 본 적은 있는 것 같습니다. 맛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무지 독할 것 같은 느낌인데요. ^^

  6. 칡꽃도 첨 봐요~
    칡이 칡즙도 만들고 그런거 아닌가요?
    넘 무식해서 죄송해요 (*_*) 칡꽃에서 꿀벌이라도 먹을 양식을
    모으니 다행이예요.

    1. 네, 칡은 효용가치가 높다고 합니다. 예전엔 구황작물로써 이용될 정도로 갖춘 능력이 대단하지만, 요즘은 약용으로 많이 사용되는데, 칡즙을 내서 드시는 것도 좋다고 합니다. ^^

  7. 초,중학교때는 동네 친구들과 칡 캐러다니고 했었는데…
    잠시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되네요.
    정말이지 우리 애들 칡을 먹어보라고 내밀면 금방 버려버릴 것 같습니다.

    1. 네, ^^ 이젠 가공된 식품으로 만나지 않으면, 바로 먹기는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밭을 침범한 놈을 캐내다가 유독 맛있어 보이는 것은 가져오는데, 저도 그렇지만 식구들도 그냥 보는 둥 마는 둥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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