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낭화 그냥 보기만 할 수 없을까.

우리 집 담장을 주변으로 피어난 꽃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산골의 봄은 다른 야지
보다는 한참 늦어서 이제 피는 꽃도 있다.
매화꽃은 벌써 지고, 열매가 나오는데 꽃만 피우는 겹홍매화는 지금

피기 시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죽단화 라고만 알고 있었던, 겹황매화도 이제 막 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중
애착이 가는 것은 금낭화다.
꽃이 피기 전에는 주머니를 닫아놓은 것처럼 생겼고, 피면 열어놓은 주머니가 된다. 우리 식구는
삐삐머리처럼 보인다고 한다. 생명력이 강해서 한 포기만 심어놔도, 몇 년 안 가서 주변이 전부 금낭화 밭이 되어 버린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낭화(錦囊花) 한자로는 이렇게 쓴다고 나오고 ‘비단주머니’라는 이름이다. 귀하고 소중한 것을 보관하던 주머니를 금낭이라 불렀다고
한다.

이 꽃이 피는 시기는 내내 행복하다.
금낭화 씨를 얻어다 심어 놓고는 얼마나 좋았는지 모른다. 다른
집에는 울타리, 돌담 사이에도 금낭화가 피었는데 우리 집만 없어서, 옆집 삼촌한테 씨를 얻어 심었는데,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금낭화만 보면 그때 일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
오래전에 옆집 삼촌을 도와서 금낭화 모종을 만들고,
마을 곳곳에 금낭화를 심어 마을을 온통 금낭화 밭으로 만든 적이 있었다. 몇 년은 예쁘게 잘 자랐는데, 언제부턴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개집 근처, 마당 안, 담벼락 사이에만 금낭화가 남아 있다.

등산로 폐쇄나, 마을 입구에 차단기
설치해서 배낭검사, 차량검사 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 같다.

지천으로 널렸던 제비꽃, 마음속까지 향기롭게
만들던 들국화, 한발 크기로 자라던 감자란, 이런 것들은 우리 마을에서 사라져 가는 것들에 포함된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바라볼 줄 알고,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기본 생각이다. 이것만큼은 지키고 살고 싶은, 마지막 남은
마음의 찌꺼기다.

“금낭화 그냥 보기만 할 수 없을까.”에 대한 8개의 댓글

  1. 전, 금낭화보다 죽단화에 마음이 가네요. ^^
    어릴 적 할머님 댁 마당 한 켠에 저 노오란 죽단화가 있었거든요.
    저 꽃나무만 보면 돌아가신 할머니 생각이 많이 난답니다..
    아직도 코 끝에서 그 향기가 가시질 않네요…

    1. 죽단화를 좀 더 많이 사진으로 남기지 못해서 아쉽습니다. 죽단화가 필 무렵 거의 1주일 정도 비가 내리는 바람에, 정상적으로 뽐내보지도 못하고 져버렸습니다. 여운이 남는지 아직도 부분부분 작은 송이가 남아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1. 금낭화는 생긴 모습은 여려 보여, 아슬아슬 하지만 보면 볼수록 묘한 매력에 빠집니다. 감사합니다.^^

    1. ^^ 네, 정말 예쁘죠? 선홍빛 아름다움에 취해서 정신을 놓고 보게 하고, 다른 생각 못하게 합니다.

  2. 아..
    갑자기 ‘봉선화 연정’의 노랫말이 떠오르는데요 ~
    손대면 안될 걱 같은
    아슬한 라인이 지켜보기에도
    가만히 숨을 참고 지켜 보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받아 들이기.. 이 말씀도 담아 갑니다 🙂

    1.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 가슴 저리게 만듭니다. 씨로 번식하는 게 많이 어렵고, 손이 많이 가서 아직 시도를 못 하고 있는데요 옆집 삼촌한테 배워서 온 마을에 금낭화가 피게 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