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루 / 산머루

머루의 변신이 시작되었다. 잠깐 나온 볕에 물기가 마르고 나니까, 하얗게 분으로 치장한 머루가 보인다. 블루베리처럼 분칠하고선 속을 채우는지, 한껏 멋을 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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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에 속이 훤히 비치지만, 당당하게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동안 병충해와 싸워 이긴 흔적들이 보이긴 하지만, 오랜 비에 이만큼 자란 것이 대단하다. 이번 태풍에 부실한 열매는 다 떨어져 버리고, 그중 강한 놈들만 남아 있어서, 사이사이 알이 떨어져 나간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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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가 끝나고 볕이 나기 시작하면, 서서히 색을 입기 시작한다. 오미자는 종류에 따라서 색을 입기 시작한 놈들이 뜨문뜨문 보이지만, 머루는 좀 더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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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루 하면 같이 따라오는 다래도 제법 알이 굵어져서, 부실한 놈들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봤다. 머루, 다래는 첫 서리가 맞고 나서 쪼글쪼글해질 때 따서 먹으면 꿀맛인데, 물까치로 보이는 놈들이 그렇게까지 두질 않는다. 맛이 들었다 싶으면, 순식간에 다 따먹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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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일찌감치 그물망으로 머루밭을 덮어씌우려고 한다. 작년에 가장자리에 있는 머루를, 하루 새 다 따먹어서 물까치 떼의 무서움을 안다.

머루는 숙성시켜 진액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술을 만들기도 하지만, 바로 따서 즙을 내먹는 걸 가장 좋아한다.

“머루 / 산머루”에 대한 12개의 댓글

  1. 자연과 함께 하는 삶…
    도시 삶에 지친 사람들의 로망이지 싶습니다.

    블로그를 들러 이곳에 첨 와보지만,
    아주 편안한 시간 머물다 가게 됩니다.

    덧글 다는 방식이 낯설어 그냥 지나칠 뻔 했지만 말입니다…ㅎㅎㅎ

    1. ^^ 그냥 가셨다면, 아마 좀 괴로웠을 겁니다. 제가 뒤끝이 좀 있거든요. ㅎㅎㅎ. 제가 얼른 쉼터 같은 공간을 만들어서, 편하게 쉬었다 가실 수 있도록 해 보겠습니다. 쬐끔 시간이 더 필요하긴 합니다. 먼 길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2. 댓글들을 쭈~~욱 읽다 보니 들고양이에 물까치에 산에 사는 것도
    만만치가 않습니다.(^^*)
    몸조심 하셔야 할 듯 싶어요.ㅎㅎㅎㅎ

    1. ^^ 어릴 적부터 산에서 살았지만, 동물(?)의 공격을 받아본 건, 최근 몇 년간 물까치의 공격이 처음입니다. 이놈들은 완전 무법자라서, 둥지 근처만 지나가도 공격을 합니다. 머루를 따 먹는 것을 쫓았더니, 바로 공격을 합니다. 아주 지능적이라서, 그물을 덮고 작은 틈새도 없이 하는데, 어쩌다 바람이 불어서, 혹은 가지가 흔들려서 틈이 생기면 그 틈새로 날아 들어갔다가 나옵니다. ^^

  3. 산에 사는 물까치라니… 재미있어요. ^^
    오동통하게 살이 오른 머루를 보니
    물까치가 따먹기 전에 제가 얼른 따먹고 싶어지네요. ㅎㅎ
    아래지방에 비가 많이 왔다던데
    aryasu님네는 괜찮으신거죠? ^^

    1. 웃음꽃님 오랜만입니다. ^^ 저희 집 오는 길 잊어버린 줄 알았습니다. –; 비 피해 없으시죠.? 우리 집은 약간의 피해가 있습니다. 개울 건너에 있는 오미자밭의 밭둑이 100m 정도 이번 태풍에 내려앉았습니다. 그 외엔 크게 피해는 없습니다. ^^ 머루 상큼하죠.? 그런데 아직은 못 먹는답니다. ㅎㅎ~ 나중에 머루 익으면 놀러 오세요. 웃음꽃님 머루는 남겨 놓겠습니다. ^^

    2. ㅎㅎㅎ 감사해욧~ ^^
      그나저나 제가 기우제를 너무 과하게 지냈나 봐요. ^^;
      그래도 무사하셨다니 다행입니다. ^^
      게으른 탓에 요즘은 접속도 안 하고,
      접속해도 요렇게 마실이나 다니고
      제 블로그엔 글도 안 올리고,,,
      거의 방치수준이예요. ^^;

    3. 네, 웃음꽃님 기우제 덕분(?)으로 비 많이 왔습니다. –; ^^ 그래도 이 정도면 딱 좋습니다. 더 만 안 온다면 오미자, 머루도 좋고, 송이버섯도 기대합니다. 적당한 시기에 웃음꽃님 힘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

    1. 이제 두 달 정도면 머루가 익을 것으로 봅니다. 초록의 머루와 또 다른 느낌이 있습니다. 구경 오세요. ^^ 감사합니다. 좋은 주말 되세요.^^

  4. 까치하고 물까치랑은 다른가요?
    머루 맛을 아는 까치인가봐요. 저도 산머루주는 가끔 마셔요.
    초록의 머루는 싱그럽습니다. aryasu님께서도 편안 주말 되세요.

    1. 네, 저도 이 무법자의 이름이 물까치란 걸 알게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워낙 극성스럽고, 열매란 열매는 다 따먹어 버리고, 공격성도 강해서, 둥지 근처로 지나가는 들고양이도 공격합니다. 까마귀와 싸우면 까마귀가 도망갑니다. 어떨 때는 사람을 공격하기도 합니다. 몸집의 크기는 까치의 반 정도 되는데, 꼬리가 더 깁니다. 산골에서 살면서 새의 공격을 받아 본 건, 물까치가 처음입니다. ^^ 머루주는 소주를 부어서 만드는 것보다, 머루를 숙성시켜서 만들면 더 좋습니다. 조금 더 수고해야 하지만, 발효/숙성되고 난 뒤의 머루주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행복한 기다림이 됩니다. ^^ 사제스님도 좋은 주말 되세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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