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이야기 4 – 벌꿀의 종류

우리 집은 토종벌만 40년 넘게 키운다.
작게는 5~10통, 많게는 50통까지, 대부분 식구 몫으로 나누고, 남는 것은 선물로 보낸다.

이 말을 먼저 꺼내는 것은, 우리 집에서 토종벌을 키우면서 겪었던 일을/아픔을 이야기하고, 설탕을 먹이지 않고도 벌을 키우는 방법을 찾은 것을 소개해서, 품질 좋은 벌꿀을 생산하고, 그에 합당한 가격정책으로 농가 소득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벌꿀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대한 선물이다. 선물은 선물로 감사하게 받으면 된다. 여기에 상술이 개입되면, 본래의 의미가 변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양심을 걸고서, 이름을 걸고서 하는 분들의 ‘먹는 것’, ‘약으로 쓸 것’이라는 믿음과 소신에는 찬사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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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꿀의 종류 ]
벌꿀은 채집하는 시기, 꽃꿀의 차이에 따라 구분하기도 한다.
토종벌꿀은 1년에 한 번 뜨게 된다.

양봉 벌꿀은 꽃의 종류에 따라서 뜨기도 한다.
아카시아꿀, 밤꿀 하는 것은 양봉 벌꿀이다.

토종벌도 이렇게 뜰 수는 있지만, 새끼를 키우고 그곳에 꿀을 저장하다 보니까, 상단부분은 꿀이 있지만, 중단 부분부터는 새끼도 키우고, 꿀도 저장하고 하는 일을 동시에 해서, 잘못 건드리면 애벌레를 키우는 곳을 들어낼 수도 있다. 이러면 성질 까칠한 토종벌은 꿀만 다 파먹고 집을 버리거나, 이웃 벌을 괴롭히는 등 성질을 부린다.

토종벌꿀은 내리는 방법, 채집 장소에 따라서 구분할 수 있다.

1. 생청(生淸)
벌꿀을 내릴 때 구멍이 촘촘한 소쿠리에 삼베보자기 같은 것을 깔고 주걱이나, 손으로 뭉개고 나서 꿀을 내릴그룻을 위에 올려놓는다. 이렇게 내린 꿀을 생청이라 한다.

2. 소청(巢淸)
벌집째 먹는 것.

3. 화청(火淸)
생청을 뜨고 남은 찌꺼기를 중탕 방법으로 짜낸 꿀.

4. 목청(木淸)
야생에서 나무 속에서 채집한 꿀.

5. 석청(石淸)
산속의 바위틈에서 채집한 꿀.

토종 벌꿀은 이렇게 분류할 수 있다.

이중 생청이 가장 좋은 약이다.
목청, 석청도 꿀을 내리는 방법에서는 생청만드는 방법으로 한다.

설탕을 먹인다, 안 먹인다의 부분은 우리 집에서 발생하고 체험한 일을 근거로 이야기한다. 설탕을 먹이는 시기와 설탕을 먹였을 때 나타난 현상에 대해서 말을 해보고, 될 수 있으면 설탕을 먹이지 않아도 되는 방법으로 벌을 키워 보고자 한다.

비법을 공개하고, 대규모로 하시는 분의 방법으로 해본 결과, 설탕을 안 먹여도 충분히 꿀을 나눌 수 있고, 겨울양식도 충분하게 남겨두는 방법이었다. 아직은 경험 부족으로 벌만 고생시키는 일이 많지만, 분명히 양적 질적 향상을 가져 왔다. 설탕을 먹이지 않는 방법은 지금까지는 벌들이 일 년 모은 것을 다 먹도록 놔뒀을 때다. 취미로 벌을 키운다고 해도, 벌꿀을 다 벌에게 준다는 것도 생각해 볼 문제다.

[ 설탕을 먹이는 시기 ]
설탕을 먹이는 시기는, 늦가을 꿀을 뜨고 난 뒤부터, 이듬해 분봉을 하기 전까지 이다. 이 시기엔 겨울양식으로, 새끼를 키우는 힘으로 다 사용하기 때문에 꿀로 저장을 안 한다.

벌이 꿀을 저장하는 시기는, 분봉을 하고 나서 벌집 정리를 하고 난 1~2주 뒤부터 본격적으로 꿀을 모으고 숙성 저장한다. 이때부터는 설탕을 주지 않는다. 설탕을 주게 되면 벌들이 정상활동을 하지 않아서 오히려 벌들의 활동에 방해된다. 우리 마을은 고지대라서 9월 정도면, 꿀 모으기가 끝난다. 10월에는 야생화(산약초)의 꽃밖에 없어서 대부분 벌이 먹는다.

꿀을 늘릴 욕심으로 꿀을 저장하는 시기에도 설탕을 주게 되면, 당장은 양을 늘릴 수는 있겠지만, 벌을 일회용으로 이용하지 않는 한, 이렇게 해서는 꿀벌의 생명을 이어나갈 수 없다. 그해 겨울 죽거나 이듬해 정상활동을 못하고 도태되어 버린다. 장기적으로는 손해다.

오래전 젊은 나이에 부모님 말씀 안 듣고 욕심부리다 꿀도, 벌도 다 잃어 버린 아픔이 있다.

[ 설탕을 먹이는 이유 ]
벌에게 설탕을 먹이는 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환경적인 요인을 들 수 있다. 나쁜 비가 많이 와서 밀원으로 하는 꽃들에 이상이 있거나, 농약살포 때문에 밀원의 오염 등, 벌이 꽃꿀을 충분히 모으지 못하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다.

그러다 보니 나눌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양을 모으질 못했거나, 겨우살이 양식도 준비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다. 그렇다고 굶어서 죽으라 할 수는 없다. 이듬해 꽃이 필 때까지는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

두 번째는 꿀을 뜰 때 과하게 욕심을 내서, 겨우내 먹을 양식을 부족하게 남겨 놨을 때다. 이럴 때는 벌이 판단 후 겨울양식이 안 되겠다 싶으면, 벌집을 버릴 생각을 한다. 그런 판단을 내리면 2~3일 이내에 다 먹어 버린다. 그리곤 집을 버리고 나가는데, 나간들 이미 밀원이 사라져서 꽃꿀을 더 구할 수도 없다. 그대로 굶어 죽거나 얼어 죽는다. 이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설탕을 녹여 준다. 양식이 충분하다는 것을 알려 주기 위해서.

세 번째는 가을에 꿀을 채집하고 나서 이듬해 분봉(3~5월)이 끝날 때까지 준다. 그렇다고 매일 주는 것이 아니라  2주일에 한 번 혹은, 한 달에 한 번 정도이다.

웬만하면 안 먹이려고 하는데, 최근 몇 년간 이상기온으로 기상조건이 변해서 한겨울에도 영상으로 며칠씩 계속되곤 하다 보면, 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벌들이 움직이게 되면 꿀을 먹게 되는데, 저장한 양식이 없으면, 일차로 벌집을 갉아먹는다. 꿀을 뜰 때 제법 많이 남겨놔도 겨울에 보면 다 먹고 벌집을 갉아먹고 있다. 그것도 어느 정도지, 그다음은 굶어 죽는다. 적절한 시키를 판단하고 설탕을 녹여 먹이지 않으면 결국 굶겨 죽인다.

겨울을 나는 벌은 많게는 3만 정도가 된다.  이 식구들이 굶어서 죽어 가는 것을 보게 된다면, 전후 사정 가릴 것 없이 누구라도 설탕을 녹여 먹이게 될것이다. 그냥 굶어 죽도록 내버려 둘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 설탕을 먹이면 나타나는 현상 ]
오래전도 아닌, 작년에 발생한 일을 예로 들겠다.
‘꿀벌이 사라진다.’라는 내용으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크게 보도가 된 적이 있다.

보통은 벌이 집을 버릴 때는 꿀을 다 먹고 떠난다, 그런데 꿀은 그대로 있는데, 벌만 사라졌다고 한다. 하나씩 둘씩 집을 나가서는 돌아오지 못하는 일도 있고,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싸움을 걸기도 한다고 한다. 벌이 집을 못 찾는다는 것은 머릿속에서 집의 위치정보, 여왕벌의 냄새를 잊어버리거나, 지워졌다는 거다.

환경오염, 농약중독 등 여러 가지 가설을 내 놓았지만, 그 어떤 것도 꿀벌이 사라진 것에 대한 정확한 원인이 아니었다고 한다. 벌이 집을 버릴 때의 조건도 만족 못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 개인적인 소견을 붙인다면, 설탕을 먹이는 것도 하나의 이유에 들지 않을까 한다. 정제된 설탕이 사람에게도 나쁜데, 꿀벌이라고 보약이 되겠는가.

우리 집에서 발생한 사례다. 설탕을 먹였을  때 나타난 현상이다.

첫 번째, 꿀벌의 생산, 활동력이 낮아진다.
어느 해 장마도 길고, 밀원이 부족했었는지 가을에 꿀을 뜨려고 봤는데, 겨울 양식도 안될 정도였다고 한다. 불필요한 집들을 때어내고 겨우살이 준비를 마쳤을 때는 겨울나기는커녕 일주일도 못 먹을 정도였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그때부터 설탕을 녹여 먹였는데,

이듬해 봄이 되어서 벌들이 일을 해야 하는데, 빠릿빠릿하기는커녕 집주변에서만 뭉쳐서 빈둥거리고, 일을 하지 않아서 벌집을 뒤집어 보니 집도 이상하게 지었고, 여왕벌이 없나 싶어 확인을 해보면, 여왕벌은 있고, 벌집을 때어내서 병이 들었나, 감정도 의뢰해보고 해도 별다를 병은 없다고 한다. 그러다 집을 버리고 가버리거나, 이웃 벌을 괴롭히거나 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두 번째, 벌들의 저항 능력이 떨어진다.
꿀벌이 양식을 모을 수 있는 최적기인데도, 벌이 나다니는 횟수가 적어서 벌집을 뒤집어 보니, 세균 감염 때문에 벌집이 녹아내리거나 상해 있었다고 한다. 정상적인 상태에서는 세균에 감염되었다 해도, 흔적을 못 느낀다. 대부분은 벌들이 스스로 이겨내기 때문인데, 벌들이 게으름을 피웠거나, 면역 / 저항 능력이 떨어졌다는 거다.

세 번째, 여왕벌의 생식력이나 통제력이 떨어진다.
꽃꿀을 찾아다니고, 가져오고 하는 일체의 행동이 느려지고, 새끼를 키우거나 벌집을 짓는 행위도 둔화 되어 버렸다. 결국,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죽거나, 집을 나가거나, 강제로 죽일 수밖에 없었다. 다른 벌들에게 영향을 주어서 전체의 벌이 약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현상을 설탕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먹일 때와 안 먹일 때의 차이는 확연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다.

[ 덧붙이는 말 ]
우리 집에서 겨울양식으로, 분봉하기 전까지 설탕을 먹였을때 나타나는 현상과, 그럴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말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해 보길 권하는 마음에 두서없이 말을 하게 되었다.

대규모로 과학적인 방법으로 벌을 키운 집에서 대처 방법을 연구해 냈고, 그 방법으로 해본 결과,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 왔다. 하지만 대부분 토종벌을 키우고 잉여분을 판매하는 사람들은 오래된 방법을 고수한다. 변화에는 적극 대응을 해야 경쟁력이 생긴다.

토종벌꿀의 브랜드가치는 무한하다.
시간이 흘러도 벌꿀의 효능에는 의심이 없을 것이고, 벌꿀을 능가하는 제품 또한 없을 것이라 본다. 취미로 조금씩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토종벌꿀을 키운다면. 충분히 배우고 벌의 특성을 이해해서 양질의 벌꿀을 생산하고, 그에 합당한 가격 정책으로 스스로 가치를 높여 가길 부탁한다.

토종벌꿀은 충분히 파워를 가지고 경쟁할 수 있는 매력적인 상품임에는 틀림이 없다.

[ 토종벌 키우는 비법을 공개한 곳 ]
토종벌을 3대째 대를 이어서 키워오는 ‘김대립의 토종벌3대’ 를  소개한다.
이곳의 자료실에서 토종벌을 키우는 비법이 공개되어 있다. 그리고 토종벌꿀에 대한 전문적인 정보를 볼 수 있는 곳이다.
홈페이지 제목은 ‘김대립의 토종벌3대’  http://www.ctcg.co.kr  

촌놈이 쓸데없이 말이 길었습니다. 무지한 결과이니 아량으로 품어 주시길 바랍니다. 다음은 처음으로 돌아가서 ‘꿀벌 이야기 5  –  꿀벌의 일생’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꿀벌 이야기 4 – 벌꿀의 종류”에 대한 2개의 댓글

  1. 안녕하세요.
    마치 자신이 직접 쓴 양 남의 학문적인 연구문을 출처도 없이 자신의 블로그에 붙여놓는 것을 여러번 본 터라 경험과 의견을 내비치며 겸손해하는 님의 글이 무척 신선하게 다가옵니다.

    설탕급여가 꿀벌 사라짐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은 매우 놀랍고 설득력있다고 봅니다. 당장 제 교수님꼐 여쭤보고 싶네요. 그런데 한국 토종벌은 학명이 어떻게 되나요.
    많이 배우고 감에 감사드립니다.

    1. 부끄러운 내용인데, 너그럽게 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
      토종벌이라고만 불렀지 정확한 학명은 몰라서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에서 찾아온 내용을 소개합니다.

      곤충명: 재래꿀벌 / 학명: Apis cerana Fabricius / 분류학적위치: 벌목 > 꿀벌과 / 영문명: honey 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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