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놈이 사기당할뻔한 사연 / 허위 주문에 과다 입금 사기

고로쇠가 정작 나야 할 때는 나지 않다가, 거의 끝나는 시기에 시원하게 한번 나왔다. 시기가 늦어서 그런지 찾는 사람이 없어서, 그냥 두자니 한 방울씩 모아준 성의에 미안하고, 먹자니 일 년 내내 먹어도 다 못 먹을 것 같아서 고민 중인데, 마침 6말 주문이 들어 왔다.

고마운 마음에 택배비 빼고 5만 원씩 해서 30만 원만 받기로 했다. 주소를 문자로 알려 주면서, 계좌번호를 알려 달래서 알려줬다. 핸드폰번호의 맞춤번호인데, 외우기 쉽고 알려주기 쉬워서 주로 사용하는데, 다시 전화가 와서는 요즘 폰번호의 통장은 입금이 잘 안 되더라면서, 에러가 자주 난다고 실계좌 번호를 알려 달랜다.

뭐, 어려운 것도 아니고 원하는 데로 알려 줬는데, 회사에서 구매하는 거라며 자기 부장님이 입금하고, 자기는 고로쇠 주문만 한다면서, 입금되면 자기에게도 입금되었다고 알려달란다. 그동안은 받은 뒤에 돈은 부쳐주세요 그랬는데, 먼저 입금을 하겠다고 해서 알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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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오는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밭일을 하다말고 내려와서 부랴부랴 배송준비를 하는데, 입금내용을 알리는 문자가 온다. 확인하고 배송준비를 하는데 뭔가 이상하다. 다시 확인해보니 3백만 원이다. 금액이 너무 크다. 어, 실수했네 넘 많이 부쳤다.

배송준비를 끝내고, 차액을 부쳐줘야겠다고 인터넷뱅킹을 연결하니까 입금내용이 없다. 요즘 N은행이 뱅킹시스템이 시리 하다더만…, 구시렁거리면서 다시 문자를 확인해 보니까, 알림 문자를 보낸 번호에 국번이 붙어있고, 잔액표시도 안 되어 있다. 그래서 이놈만 딸랑 따로 떨어져 있다. 그동안은 대표번호로 와서 쭉 이어져 있는데…,

전산망이 또 말썽인가 싶어서, 통장을 들고 은행에 가서 찍어봤는데, 역시 입금한 흔적이 없다. 쌍팔년도 아니고 문자가 왔는데, 이 정도로 네트워크가 바보일 리는 없는데 하면서, 창구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입금내용을 확인해 봐달라 그랬더니, 역시 없단다.

이넘 묘하게 머리 굴렸다. 집에 올라와, 주소를 검색해 보니까. 주소는 맞다, 근데 알려준 이름의 아파트는 101, 102 두 개 동밖에 없는데 103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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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먹거나, 선물이라면서 인심(?) 써야 할 판이라, 좋다 말았다. 근데, 어케 이런 머릴 굴렸을까. 점잔은 목소리로, 단 한 순간의 떨림도 없이, 이럴 수 있을까. 두 시간 정도 지난 뒤에 전화를 해봤다, 역시 없는 번호란다. 근데, 나랑 연락처 주소를 주고받고, 두 번의 통화는 어케 된 걸까.?

시기가 약간 지난 터라 한가해서, 인터넷뱅킹이라도 연결해볼 생각을 했지, 바쁜 시기였다면, 문자만 보고 전화해서 차액 입금해 준다고 다른 사람 시켰다면, 좋은 일 시켜줬을뻔했다.

계좌번호를 알려줘서 또 다른 사기를 치는 게 아닐까. 머리가 복잡하게 돌아가다. 딱, 요기까지만 하자고 멈췄다. 지가 날고 기어봤자, 푼돈 먹다가 언젠간 더 큰 대가를 치를 거란 생각에.

전화나, 인터넷을 통한 사기의 수법이 진화하고 있단다. 이미 보이스피싱, 스미싱으로 사기를 당한 이야기나, 사건을 보아왔던 터라도, 이게 사기 아닐까 하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든다고 한다. ‘고객님 당황하셨어요’는 애교 수준이라고 한다.

너나없이 개인 정보가 완전공개된 시점에서, 대처방법을 개인이 찾을 수밖에 없는 시국에, 한 호흡만이라도 쉬어가는 여유라도 가져서, 힘든 일 당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동안 먼저 배송 보내고, 받은 뒤에 입금해 달라 그랬고, 또 그게 맞는 것 같은 생각이었는데, 지금부터는 조금 서운할 수 있어도, 입금 확인을 먼저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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