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도라지 / 우리 동네 산은 거지(?)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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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산은 거지(?) 산이다.” 투덜대던 동네 동생이, 오늘은 귀한 산도라지를 캐왔다. 자기도 어린 딸을 키우면서, 우리 조카 녀석 약으로 쓰라며 가지고 왔다. 며칠 전, 애 기관지가 약하다고 산도라지 이야기를 하더니만, 미워도 누나라고 챙기고 있다. 멀리 산에까지 갔을 텐데, 어렵게 구한 걸 선뜻 주고 간다.

정말 오랜만에 만난 도라지다, 동생 말처럼 우리 동네 주변엔 숲이 우거져서 약초나 나물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다. 몇 년 전 시골로 다시 돌아와서, 어릴 적 생각으로 산을 둘러봤지만, 우리 동네엔 다 사라져 버려서, 구경하기 어려웠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턴가 화목을 안 하기 시작했으니까, 산이 깊어진 지 30년이 넘었다. 그러다 보니 땅에 붙어 자라는 놈들은 자연히 다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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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에서도 주변엔 없는데, 아마 멀리 다녀왔다 보다. 뇌두만 10~15cm 정도다. 최소한 40년은 넘었을 거다. 동생의 말로는 산도라지를 캐 달라고 해서, 어렵게 구해서 보냈더니만, 몸통은 없고 뇌두만 보냈다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도라지는 자라는 환경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은 3~6년 사이에 뿌리는 썩는다. 뇌두만 남아 생명을 이어가는데 뇌두에서 또 잔뿌리가 나와서 자라곤 한다. 그래서 오래된 야생 도라지는 뇌두만 있는 것도 있다.

야생 도라지와 재배 도라지의 가장 큰 차이는 뇌두 부분이다. 미끈하게 잘생긴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짜리 몽땅 볼품없이 뇌두만 있어도, 더 좋은 도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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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도라지는 말려서 가루를 내면 연한 보랏빛을 낸다. 재작년에 야생도라지를 캐 달라고, 몇 달을 조르는 분이 있어서, 가을걷이 끝나고 일주일 넘게 산을 다녀, 2kg 조금 넘게 모았는데 안 한다고 하는 바람에, 말려서 가루를 낸 적이 있었다. 색이 너무 고와서 먹는 게 아까울 정도였는데, 나는 정작 한 숟갈도 못 먹고 잃어버렸다. (그런데 다 어디로 간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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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서 도라지 먹는 방법
도라지 먹는 방법은 말려서 가루로 만들어서 먹거나, 꿀이나 설탕에 재어놨다가 발효/숙성 시켜먹기도 한다. 산도라지는 귀하고 양도 많이 구하기 어려워서 대부분 꿀에 재어 놓는다. 꿀에 재어 놨을 때는 최소한 3개월 이상 발효/숙성을 시켜서 먹는 것이 좋다.

꿀의 양은 도라지가 충분히 잠길 정도면 좋고, 도라지가 둥둥 떠다니도록 넣어도 좋다. (단 좋은 꿀일 때, 꿀이 좋지 않으면 설탕에 재어서 1년 이상 발효/숙성시키는 것이 좋다.)

도라지는 생각보다 수분이 적기 때문에 설탕으로 담글 때는, 시럽을 만들어야 하는데, 끓였다 식힌 물에 설탕을 녹여서 농도 50bx 정도로 만들면 된다. (물을 끓이면서 설탕을 녹이면 안 된다. 설탕의 성분이 변한다고 한다.)
물을 섞는 게 맘에 걸리면, 배를 도라지의 무게랑 같게 하거나 더 넣어서, 총 무게의 80% 정도만 설탕을 넣는다. 도라지 5kg, 배 5kg 이면 설탕은 8kg 정도면 적당하다.

발효 후 나온 건지는, 얇게 썰어서 놔두면 애들이 오며 가며 하나씩 집어 먹기도 해서 좋다.

도라지를 씻을 때는, 강한 샤워기 물로 몇 번 헹구는 수준으로 씻어야 한다. 흙을 씻어낸다고 수세미로 박박 문지르면, 껍질이 벗겨지면서 약 성분이 도망간다. 껍질에 유용한 성분들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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