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자 수확 시작 / 우리 집 토종 오미자 재배 환경 / 2012 오미자 판매 종료 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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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난히 애를 태웠던 오미자다. 꽃이 필 무렵 며칠 비가 내려, 꽃가루 수분에 문제가 생겨서 작년보다 20% 정도 양이 줄었는데다가, 수확을 며칠 앞둔 태풍까지 세 번의 태풍으로 긴장 속에서 보냈다. 다행히 꽃필 무렵의 피해 외에는 큰 피해 없이 수확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오미자는 야생에서 자생하던 토종오미자라서 종류가 다양하다 보니, 수확 시기가 늦은 종류는 추석을 지나서 수확해야 할 것들도 있다. 그나마 올해는 빛을 본 날이 많아서, 일주일 정도면 80% 이상은 수확을 할 것 같다.

추석이 물려 있어서, 택배를 다음 주 화요일(25일)까지 접수한다고 하지만, 그때쯤이면 배송은 다 보낼 것 같고, 나머지 물량은 직접 오시는 분들이라서, 일정이 맞춰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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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가격에 대한 항변(?)
오미자 판매 공지를 올리면서 오미자에 대한 소개를 따로 안 하다 보니, 가격이 너무 비싸다고 말을 많이들 하신다. 적당한 선에서 맞춰 주지를 못해서 죄송스럽기도 하지만, 양심껏 키우고 합당한 가격을 받자는 게 기본이라서, 억지로 가격을 낮추면서까지 판매는 안 한다. 물론 10년 이상 고정적으로 구매해 주시는 분들과 1~2년 되신 분들과는 가격을 차등 책정해서 판매하고 있다.

다른 곳은 1kg에 3~4천 원 할 때도 우리 집은 1만 원을 받았다. 그러다 중국산 오미자가 가격으로 밀고 올라오는 바람에, 가격을 1kg에 2만 원으로 올렸다. 끝까지 가격을 올리지 않으려고 했는데, 중국산 오미자가 우리 오미자 가격을 넘어서 버리자 속이 많이 상했다.

중국산과 비교당하는 것 자체가 기분 나쁘고, 가격만 보고 오미자 자체를 판단하는 것도 야속하기도 했다. 구매하는 처지에서는 천원이라도 싼 것을 찾는 것이 당연하지만, 약으로 키운다는 팔순 노인네의 정성의 가치가 위협받다 보니, 심각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몇십 년간 고정적으로 구매하시는 분들께 상황을 말씀드리고 가격을 올렸다. 물론 일정량 이상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고정고객들과 같은 선에서 받고 있다.

가격을 올렸다고, 만 원 받던 때보다 수익이 늘지는 않았다. 전혀 늘지는 않았지만, 입이 벌어질 정도는 아니다. 약으로 쓴다면, 몇 kg씩은 그냥 준다. (물론 일정량 이상을 약으로 쓴다면서 달라면 당연히 안 준다.) 금 저울 아니라면서, 저울을 넘기면서 주는 양하고 합쳐서 전체 수확량의 15%가 넘는다. 돈이 없다고 다음에 준다면서 안 주는 것도 허다하다. 그래도 약으로 키운다는 생각 때문에, 수확 철만 지나가면 끝이다. (하지만 가격 운운하면서 밉상 떨던 사람이 그러면, 서울까지도 찾아가서 받아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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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토종 오미자 재배 환경 / 판매 방법
해발 750~800m 사이에 오미자밭이 있다. 첩첩산중, 하늘을 보려면 고개를 들어야 보이는 곳에, 우리 오미자밭이 있다.

오미자를 어떻게 키우는지는 낯간지러워서 안 하기로 하고, 재배 환경만 이야기한다. 토질의 힘을 키우는 것을 최우선으로 한다. 야생의 상태를 유지하려고 순 관리는 거의 안 하지만, 수확/관리의 편의를 위해서 현대식 재배방법으로 키우긴 한다. 10~12년 정도 된 순은 캐내어 버리고 새로운 순을 이식한다. 씨앗을 발아시켜서 이식하지도 않는다. 야생하던 토종오미자를 캐와서 키운다. 그러다 보니 많은 양을 재배하지 못한다. 더 늘리고 싶어도 관리 능력 부족으로 확장을 못 한다.

쉽게 재배하면 몇 배를 더 늘려도 가능하지만, 그렇게 쉽게 가고 싶지는 않다. 아직 젊은데 돈에 욕심이 없지는 않다. 조금 더 풍족해진다면 것도 좋은 일이다. 하지만 부모님 때부터 그렇게 인연 되어온 분들이, 매년 다음 해 구매할 것까지 선 입금 해 주시기도 해서, 급하며 급한 대로 융통할 여유는 있다. 그리고 그 믿음 때문에 자존심 걸고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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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판매 방법
수확량의 6~70% 정도는 고정고객들의 주문량이고, 나머지 20% 정도가 블로그를 통해서, 1~20% 정도는 담거나 말려서 판매된다. 블로그를 통하지 않으려고 하다가. 부모님과 인연이 된 분들이, 이제 하나둘씩 인연이 다 하고 있어서, 새로운 인연을 만들기 위해 2년 전부터 블로그를 통해서 판매를 시작했다.

블로그를 통한 판매도 그렇게 신경 쓰지 않는다. 2년 전 처음 블로그에 판매를 시작한 것은, 재배 면적을 넓힌 곳에서 수확이 시작되어 양이 30% 정도 늘어난데다가, 중국산 오미자가 가격을 믿고 대량으로 풀리는 바람에, 추가 수확된 양을 처분하기가 어려워 블로그를 통해서 판매가 시작되었다.

해발이 높고, 야생하던 토종오미자라서, 다른 지역에 판매가 끝나고 난 뒤에 우리는 시작하다 보니, 그해엔 담거나 말려서 판매했었다. 담거나, 말려서 팔면 돈은 한 번에 들어오진 않지만, 소소하게 생활비 정도로는 유용하게 사용된다. 블로그를 통한 판매는 작년부터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우리 집을 몇십 년간 단골로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30kg 이상씩 주문을 하시기 때문에, 5kg, 10kg 단위의 판매는 어색하지만, 가격을 올리고 나서부터는 가격 부담 때문에 그러시는 분들도 있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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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도 계속 토종오미자만 키운다.

개량종, 신품종 오미자가 병충해에 강하고, 수확량도 많고 수익이 많아서, 10여 년 전만 해도 토종오미자 다 캐내어 버리고, 신품종으로 바꾸자고 성질을 부리기도 하곤 했는데, ‘약으로 쓴다.’는 부모님의 고집 때문에 지고 만 것이 지금 까지다. 지금은 숲이 깊어가면서 자꾸만 사라지는 토종오미자를 찾아내서 명을 이어간다는 욕심 있는 자존심(?) 때문에, 토종오미자만 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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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것이건 쉬운 게 따로 있지는 않지만, 산골의 생활이 생각만큼 팍팍하지는 않다. 언제든 필요한 그만큼은 주어지기 때문에, 넉넉하진 않지만 부족하지는 않다.

판매(예약)는 종료되었지만, 이젠 수확해서 배송하는 일만 남았다. 추석 전에 다들 받아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 올해도 믿고 구매해 주신 분들께 감사인사 드리면서 올해 오미자 판매를 종료한다.


건강한 오미자 키워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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