잣 까기, 잣 까는 방법 / 잣 도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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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은 잣나무가 많은 편이다. 중학교 다닐 때만 해도 가을이면 대규모로 잣을 따기도 했는데, 값싼 중국산 때문인지, 자연보호 차원인지 모르겠지만, 잣을 따지 않은 지 오래되었다. 고스란히 청설모나 다람쥐 등 산짐승들의 먹이가 된다.

그렇다고 수십 명이 한 달 넘게 따던 그 많은 잣을 다 먹이로 남겨 두면 손해 보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이럴 땐 잣을 주우러 간다. 잣을 따러 일부러 나무에 올라가지 않더라도, 청설모가 따서 던져 놓은 것만 주워도 꽤 많이 주워 온다.

청설모가 잣 따기, 잣 까먹기 선수인데 잣을 까먹는 방법은 신기에 가깝다. 가느다란 가지에 달린 잣을 묘기 부리듯 따 먹는데, 겉껍질을 하나씩 다 벗겨 내면 잣알이 송송히 박힌 속이 나오는데, 이렇게까지 일차적으로 작업하고선, 바로 잣을 빼 먹거나 적당한 곳에 숨겨 놓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속을 빼 먹는 방법도 예술이라, 알을 잣 송이에서 빼내지 않고 보이는 부분만 톡 깨어서 빼 먹기도 한다.

가을 송이가 나기 시작하는 시기에 산에 올라가면 위에서 잣이 툭툭 떨어진다. 청설모란 놈이 잣을 따서 던지거나[footnote]잣을 따서 던진다는 말은, 청설모가 나뭇가지를 옮겨 다니거나 까먹다가, 다른 곳에 저장이 필요할 때 물고서 이동을 하다가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처음부터 잣을 따서 아래로 떨어뜨리고 내려와서 겉껍질을 까기도 한다. 이럴 때는 저장용으로 보관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footnote], 나무 위에서 잣을 까먹고 껍질은 던지고 있다. 그러다 인기척에 놀라서 까먹던 잣을 떨어뜨리기도 하는데, 이런 걸 줍는 날은 횡재한 느낌이다.

그렇지만 이런 느낌도 오래가지 못할 때가 잦다. 청설모란 놈이 잣을 내어 놓으라고 따라오기 때문에 결국 내어 줘야 한다. 안 그러면 빽빽 거리면서 계속 따라와서, 시끄러워서도 내어 놓게 된다.

먹기 좋게 송진이 많은 겉껍질을 다 까 놓은 잣을 주울 때는 청설모가 있나를 먼저 살핀다. 빽빽 거리는 소리가 안 나는 날은 기분 좋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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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 까는 방법
잣은 맛과 향이 좋아서 먹는 건 잘 먹을 수 있지만, 까는 것은 좀 많이 수고롭다. 우선 잣의 겉껍질을 부숴서 잣알만 빼내야 하는데, 몇 송이 아닐 때는 손으로 비틀거나 발로 밟다 보면 빠지는데, 많은 양을 주워온 날은 도구를 사용해야 한다.

우리 아버님은 손도끼로 잣 송이의 엉덩이를 두들겨 패서 알을 털어 낸다. 바싹 마른 잣은 송이가 부서지면서 알을 다 토해낸다. 손으로 나머지 알을 다 털어내고, 알을 잘 고른 뒤에 물에 띄워서 속이 빈 잣을 따로 걸러낸다. 물기를 말리고 껍질을 까서 보관하거나, 그대로 보관해서 필요할 때마다 잣을 까기도 한다.

물에 뜨는 잣도 충분히 익어서 그런 것도 있는데, 시간을 두고서 이것들도 다 까서 확인 작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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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을 까먹을 때는 입으로는 안 하는 게 좋다. 대량으로 할 때는 기계로 한다고 하는데, 산에서 주워온 정도는 잣 까는 도구를 이용하면 된다. 일부러 살 것까지는 없지만, 예쁜 알을 원할 때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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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주위에 살던 다람쥐는 요즘 가을걷이에 바쁘다. 잣을 말리려고 널어놨더니만 쉬지 않고 들락거린다.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서인지 바로 앞까지 다가와선 잣을 물고 간다. 입안 가득 볼록하게 물고는 가는 곳이 일정치 않은 것으로 봐선 여기저기 숨겨 놓는가 보다. 귀여운 잣 도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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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수확이 끝나고 한두 달 정도는 딱히 바쁜 일이 없어서 아버님은 잣을 주우러 다니신다. 잣나무에 올라가면 나무를 다 베어버린다고 협박(?)을 하니까. 주워 왔다고 하시는데, 나무에 올라가서 따지 않고는 지금 시기에 한 자루씩이나 주워오지 못한다.  팔순 노인이 아름드리 잣나무에 올라갈 정도로 기력이 좋은 것은 감사한 일이지만, 마음이 편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며칠 잣을 주워 오시더니, 오늘은 말굽버섯을 따 오시는 걸로 봐서는, 이젠 아버님 힘으로 오를 수 있는 나무가 없거나, 잣이 없는 것 같아서 안심된다.

청설모는 주로 나무 위에서 활동하며, 지상에서 활동하는 시간은 매우 적다. 호두, 잣 등의 종자, 과실, 버섯, 곤충 등을 먹는다. 겨울철 먹이부족을 위해 가을에는 도토리 등의 종자를 땅속에 저장하거나 바위와 나무 틈새에 감추어 두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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