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걷이 – 1 / 호박 말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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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자 말리는 향이 온 집을 진동한다. 은은한 한약냄새를 풍기면서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며칠 더 말린 다음에 알 고르기를 해서 버릴 건 버리고 지푸라기나 먼지는 바람에 날려 버리면 된다.

먼 산엔 제법 물이 들기 시작한다. 이젠 가을걷이를 해야 한다. 들깨를 베어 말리고 털어내는 일, 늙은 호박을 썰어 말리는 일, 취나물 곰취의 씨앗을 받아 내는 일 등 볕이 좋을 때 해야 할 일들이 손을 바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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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은 틈틈이 호박을 썰어 말리고 계신다. 애호박으로 먹는 호박이라서 시기를 놓쳐 그대로 두면 썩어 버리고, 이젠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맛이 없다. 그래서 호박이 어느 정도 크면 다 썰어서 말린다.

늙은호박을 얻으려고 그런 씨앗을 사오는데도 해발이 높아서 그런지 어느 정도 크면 썩어 버려서 늙은호박은 필요하면 사다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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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초에 오미자 수확을 끝내고 오늘은 힘들다는 핑계로 종일 방에서 뒹굴고 있다. 가을걷이가 끝나고 한 달 정도 하고 싶은 일을 하고 나면 겨울에 하는 일이 또 기다리고 있다.

산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일은 시간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그때그때의 일을 지나치지 않으면 된다. 잘났다고 날뛰다 보면 시기를 놓쳐버려 곤란한 일이 생긴다. 생계와 연결될 때는 일 년을 버리게 된다. 순간순간 관찰하고 배우면서 지혜를 얻어 가는 것이 삶의 묘미이고, 산에서 살아가는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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