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이야기 11 – 일상 2 / 여왕벌의 퇴출, 산란능력

여왕벌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집단을 이끌어 가는 힘이 있다. 특별히 집단을 관리한다거나, 미세한 부분까지 직접 통솔하진 않지만, 산란능력, 여왕벌만의 향기(페로몬) 이 두 가지만으로도, 집단 자체를 유지하는 수단이 된다.

종족 번식의 책임이 있는 만큼 꿀 모으기, 육아, 관리의 일은 못하지만, 집단의 수장으로 대접을 받고 보호받는다. 병들거나, 늙어서 산란하지 못하면, 스스로 물러나거나, 꿀벌들이 먹이를 주지 않아서 굶어 죽게 된다. 여왕벌의 가장 큰 임무이자,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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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들이 직접 자신의 여왕을 죽이는 일은 없다. ‘꿀벌의 일생 2, 일상/죽음 – 여왕벌의 죽음‘ 편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꿀벌이 여왕벌을 죽이는 경우는 침입자, 먼저 나온 형제 여왕벌의 사주에 의한 것 이외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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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의 여왕벌은 두 가지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첫 번째로는 결혼 비행에 실패했거나, 시기를 놓쳐 교미를 못해 산란능력이 없어서 쫓겨났거나, 두 번째로는 교미는 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산란능력이 떨어져서 스스로 물러났거나 쫓겨난 경우이다. 엉덩이의 모양으로는 가득 알이 들어 있는 상태로 보이는데, 확실하지 않은 것이 많이 먹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벌통 밖으로 나와서 어슬렁거리는 것을, 옮겨와 사진을 찍었는데, 여왕벌이 벌통 밖에서 보인다는 것은, 여왕벌들과의 싸움에서 졌거나, 산란을 못해서 쫓겨난 경우다. 상태도 좋지 않아서 뛰듯 날 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날갯짓도 못하고 엎드려 있다가 죽었다. 한번 나온 여왕벌은 다시 들어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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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집 벌통에서 발생한 일인데, 이 여왕벌이 있던 벌통은 올해 분봉한 벌통이라고 한다. 태어난 지 4개월 남짓 살다가, 여왕벌의 책임을 못하고 일생을 다했다.

벌통 안을 확인해보니, 유충을 키우는 흔적이 없다. 이 벌통은 수장을 잃어버렸고, 대체할 여왕벌이 없어서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진다. 인공적인 방법으론 다른 벌통과 합치는 것뿐인데, 이 과정에서 자칫 기존 벌통의 반발로 전쟁이 일어날 경우, 두통 다 잃어버리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이미 여왕벌을 잃어버린 벌통은 자생의 수단으로 꿀벌(일벌)의 산란본능이 살아난 상태라서, 다른 벌통으로 합치는 시기를 놓쳤다. 꿀벌은 생식 기능이 퇴화하여서 산란능력은 없지만, 여왕벌이 방출하는 페로몬 향 때문에, 산란본능조차 상실한 체 살다가, 여왕벌의 능력이 떨어지면 살아나게 되는데, 이때는 어떤 조치도 불가능하다. 강제로 소멸시키던가, 살만큼 살다가 소멸하게 놔두는 방법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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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이상하게 여왕벌의 산란능력이 떨어져서, 우리 집은 새롭게 분봉한 꿀벌이 없다. 옆집도 토종벌을 키우는데, 올해 5통만 새로 분봉을 했다고 한다. 해마다 20여 통씩 분봉을 했는데, 올해는 이상하게 꿀벌이 힘을 못 쓰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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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진다는 뉴스나, 이야기는 들었지만, 특정 지역이 아닌 전체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이는데, 예년보다 달라진 것은 없다. 관리능력이나, 벌통 주변환경은 해마다 좋아지면 좋아졌지 나빠지지는 않는다. 특별한 대책이 없다 보니, 벌을 지켜보는 것이 두렵다.

작년에 겨울을 나기 시작한 벌이 10통이었는데, 3통은 겨울을 나지 못했고, 여왕벌을 키우는가 했는데, 일도 못하고 여왕벌을 키우지도 못하고 있다가 도망가거나, 사라진 벌이 4통, 지금은 3통만 남았다.

다행히 한통 정도는 벌꿀을 딸 수 있을 것 같은데, 몽땅 식량으로 남겨 둘까, 조금이라도 따서 나머지 벌통의 겨울 양식으로 나눠줄까를 고민하는 중이다.

꿀벌(일벌)의 산란능력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상태인데, 꿀벌도 알을 낳을 수 있지만, 무정란이기 때문에 수벌만 나와서, 꿀을 따오는 등의 일을 못하기 때문에, 집단이 소멸한다는 의견도 있고, 꿀벌은 산란능력이 퇴화하여서 아예 산란을 못한다는 의견도 있다. 아버님의 관찰로는 꿀벌이 알을 낳아서 기르는 일도 있었다고 하시는데, 이때는 꿀벌보다 작은 체구를 가진 수벌이 태어난다고 하신다.

여왕벌 사진 자세히 보기

“꿀벌 이야기 11 – 일상 2 / 여왕벌의 퇴출, 산란능력”에 대한 18개의 댓글

  1. 제가 책쓰기 동아리여서 꿀벌을 주인공으로 책을 쓰고 있었어요.
    근데 다른 블로그나 자료등은 이해 하기 어렵고, 정리도 잘 안되 있는데, 여기는 정리가 잘 되어있고ㅡ 재밌더라고요,
    감사합니다ㅎ 덕분에 자료수집이 되었어요 ㅠㅠ

    1. 부족한 자료인데 도움되셨다니 감사합니다. ^^ 더 자세한 내용이나, 전문적인 정보가 필요하시면 ‘경이로운 꿀벌의 세계/위르겐 타우츠/도서출판 이치’ 이 책을 추천합니다. 감사합니다. ^^

  2. 우왓~!쭈욱~읽어 내려오다가
    올해엔 벌꿀이 없답니다…크~~~~~~~~~!

    물맑고 공기 좋을테니 건강은 하실거구…
    많이 사랑하고 많이 사랑받으시기 바랍니다~~^^

    1. 우와~, 드림지기님, 반갑습니다. 더위 잘 이기고 계시죠.? 여기서 뵈니까 더 반갑습니다. ^^ 드림지기님도 사랑 많이 하시고 많이 받으세요. 감사합니다. ㅎ~

  3. 벌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는데
    여왕벌이 저렇게 쫓겨나는 경우도 있군요.
    참외밭에도 벌통을 가져다 놓는데
    여왕벌의 위력을 미약하게나마 느꼈는데
    저런 안타까운 일도 겪는다니…

    1. 안녕하세요. ^^ 네, 여왕벌이 마냥 부러움 만은 아니었습니다. 여왕벌의 능력이 떨어지면, 대체할 여왕벌을 키우는데, 이때부터는 여왕벌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여왕벌은 시녀 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로열젤리만 먹는데, 그 일을 그만두면, 여왕벌이 스스로 먹이를 먹어야 하는데, 꿀벌처럼 꿀에 꽃가루를 섞어서 먹는다고 합니다. 그것도 보름 남짓 가능합니다. 대부분 며칠 내로 죽는데, 새로운 여왕벌이 16,7일이면 태어나고 이때까지 살아남는다고 해도, 후대 여왕벌의 공격명령이 떨어지면, 꿀벌들에 의해서 쫓겨나게 된다고 합니다. ^^ 여왕벌은 능력이 있을 때만 존중받고 보호받는다는 사실이 조금 서글프긴 합니다. 방문 감사합니다. ^^

  4. 무릇 생명 있는 것들은 다 삶의 의미가 있을진데,
    여왕벌의 삶도 순탄하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 여한없이 열심히 살아야할텐데….
    아리수님은 하시는 일이 참으로 많으신 것 같아요.
    농사 지으시랴 벌꿀까지~~
    공부 많이 하셔야 할 것 같아요.ㅎㅎㅎ
    저는 무식해서 엄두도 못 내겠는걸요.(^ㅡㅡㅡㅡㅡ^)

    1. 에고~, 무슨 말씀을 ^^ 그저 생태를 알아야 관리가 되어서 관심 있게 지켜본 것뿐입니다. ^^ 꿀벌의 여왕벌은 행동에 제약을 많이 받는 편이라고 합니다. 교미할 때도 시녀 벌들에 간택된 수벌하고만 가능하고, 교미 후에는 거의 외출을 못합니다. 다음 해 분봉이 결정되고, 후대 여왕벌을 키우게 되면, 그때야 살던 집을 후대 여왕벌에게 물려주고 새로운 집을 찾아서 분봉하는 게, 유일한 외출이 됩니다. 어찌 보면 가장 불쌍한 삶을 사는 게 여왕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

    1. 감사합니다. ^^ 비 피해 없으신지요.? 태풍의 흔적(?)이 남아서 낑낑대며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ㅎ~ 건강한 여왕벌이 있는 벌통은 어지간하면 겨울을 이겨내는데, 통제가 잘 안 된 벌들은 겨울을 나면서 표가 납니다. ^^

  5. 임신촉진제라도 여왕벌이 맞아야겠어요~ㅋㅋ
    여왕벌이 힘을 내어야할텐데요` 도망까지 갔다니 다른 곳에 집을지으러 간 거
    겠죠? 올해는 별 탈없이 결을 나기 바래봅니다! aryasy님께서도 오늘도 화이팅!

    1. 네, 감사합니다. ^^ 여왕벌이 기운을 못 차리면 벌통이 부실해 집니다. 여왕벌의 강한 페로몬 향이 통제의 유일한 수단이라 합니다. 향의 농도가 일정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대체할 여왕벌을 키우게 되는데, 이도 여왕벌로 키울 유충이 있을 때 가능하고, 그렇지 않으면, 꿀벌들이 나태해지면서 산란본능이 살아나서 일을 안 한다고 합니다. 꿀벌이 집을 버리고 나가는 이유는 여러 가지 유추해 볼 수 있지만, 봄철에 집을 나간 벌 이외엔 대부분 겨울을 못 나고 죽습니다. –;

    1. 우와~, ^^ 밤엔 잘 놀러 안 오시는 유키NO님도 다 찾아 주시고. ^^ 음, 선물로 보내드릴 양은 안 되고요. 혹, 근처에 오실일 있으면 한번 들리세요, 구경시켜 드릴게요. ^^ 감사합니다. ^^

  6. 오옷~ 1등! aryasu님 사은품 없나요? ㅋㅋㅋ ^^;
    댓글 1등 태어나서 처음이예요. ㅎㅎ
    이런 기분이구나,, 아무도 밟지 않은 눈 위를
    제일 먼저 발자국 낸 기분이랄까… ^^;
    날도 더운데 제가 오바하고 있죠? ㅋㅋ

    1. ㅋㅋㅋ 감사합니다. 웃음꽃님 돌아오시니까. 너무 좋은데요. ^^ 선물 뭐가 좋을까요.? 우리 집에서 나오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하시면 제가 나중에 보내 드릴게요. (약속~~!!!) 참, 벌꿀은 올해 없답니다. –;

    2. 아녜요, aryasu님.
      농담이었어요, 말씀만이라도 감솨해요. ^^
      고생해서 지으신건데 제가 어찌 탐내겠어요.
      곰취 씨앗으로 충분해요. ^^ 부디 잊지말아주세요~ ㅎㅎ
      저희 엄마한테 말씀드렸더니 너무 좋아하시더라구요. ㅋㅋ

    3. 네, 곰취 씨앗 잊어버리지 않게 손바닥에 적어서 다니겠습니다. ^^ 메모해 놨습니다. 아직은 한창 피고 있답니다. 9월까지 피는데, 씨앗을 따서 며칠 말립니다. 그런 뒤에 연락 드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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